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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늘 May 02. 2024

재채기하는 로봇



고등학교 때 나의 별명은 ‘로봇’이었다. 손바닥만 한 수첩에 계획을 빼곡히 적어 그대로 수행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시험이 다가오면 일부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친구들의 장난에도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다시 이어폰을 꽂고 공부했다. 급식시간에 아무 말도 안 하고 무표정하게 밥만 먹고 자리를 뜨는 내가 재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학생 때 너무 놀아서 그렇게라도 해야 친구들의 발뒤꿈치라도 따라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름의 노력이었다.


이제는 그때보다 인간미 있지만 아직도 입력값대로 수행하고 산출해 내는 로봇 같다. 수학이랑 안 친하고 기계는 왠지 좀 어렵게 느껴져서 아는 건 이게 다지만,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들이 다 내 안에  입력(Input)되고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표현하고 생산한다. 나의 경우는 글로써 인풋과 아웃풋을 관리하고 있다.


알고 싶은 게 생기면 공부해서 글로 정리해 내 것으로 만든다. 크고 작은 정보들을 써서 메모장에 저장해 둔다. 그리고 계속 묵힌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재채기하듯이 갑자기 톡! 하고 ‘나만의 것’이 튀어나온다. 재채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게 막을 수 없도 참을 수도 없고 하고 나면 굉장히 시원하다.


그리고 ‘나만의 것‘이라고 지칭했으나 따로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보니 깨달음에 가까운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몸으로 로봇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반대로 인간의 몸을 가진 기계라니, 그리고 재채기를 하는 로봇이라니 너무 재밌다. (혹시 나 로봇인 거 아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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