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헤리티지 패션
헤리티지 브랜드 Barbour vs. Burberry 브랜드 스토리텔링 분석
기능적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브랜드 스토리는 단순한 제품을 넘어 '왜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며, 소비자에게 감정적 연결과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지난 번 신용카드 브랜드 (현대카드, 아멕스) 분석한 데 이어, 오늘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패션의 두 거장, 바버(Barbour)와 버버리(Burberry) 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바버는 1894년 존 바버(John Barbour)가 영국 사우스실즈의 어부와 선원들을 위해 방수 의류를 제작하며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바버의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강력한 요소는 '진정성'입니다.
진정성 및 차별성: 노동자의 실용성과 왕실의 품격
바버의 이야기는 혹독한 북해 날씨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기능성에서 출발했습니다. 옷에 왁스를 칠해 방수 및 방풍 기능을 갖춘 왁스 자켓(Waxed Jacket)은 실용성의 상징입니다. 이러한 노동자의 옷이 영국 왕실의 공식 납품 업체(Royal Warrant)로 세 번이나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바버의 진정성을 극대화하는 독특한 서사입니다.
확장성 및 고객 지향성: 불편함이 낳는 낭만
바버는 단순히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깊어지는 '잘 익은 옷'이라는 낭만을 부여합니다.
바버는'리페어 및 리왁싱 서비스를 통해 옷을 오래 입도록 권장하며, 이는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현대적 가치와도 연결됩니다.
고객들은 왁스가 묻어나고, 정기적으로 리왁싱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낭만'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경험과 충성도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현재 몇몇 바버 매장에는 왁싱 수리를 해주는 공간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 왁싱을 브랜드의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할 목적이라면, 환경이나 영국의 기후 이슈 등과 같은 주제와 연결하여 '왁싱'하는 것이 어떤 도움이나 의미가 있는지 더 자세히 설명해주고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객들은 바버만의 특별한 <왁싱> 과정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게 되고 바버의 사회 공헌이나 환경보호 의지를 응원하게 됩니다.
바버 인터내셔널 라인은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같은 아이콘과 연결되어 모터사이클 문화의 터프함과 남성미로 스토리를 확장했습니다. 개인적 생각으느 남성성보다는 온 가족의 입을 수 있는 제품 구성이며 스티브 맥퀸의 개인적 서사나 라이프 스타일을 연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다만, 바버의 확장성 점수(4점)는 버버리(5점)보다 낮았는데, 이는 바버가 핵심 아이템(왁스 자켓)의 클래식함과 기능성에 깊이 집중하는 반면, 버버리가 디지털 시대의 트렌드와 이미지 변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데 따른 차이로 보입니다.
버버리는 1856년 토마스 버버리가 설립했으며, 방수성과 통기성을 겸비한 신소재 '개버딘(Gabardine)'을 개발하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버버리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헤리티지의 재해석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차별화'입니다.
도전과 변신: 헤리티지 그러나 올드한, 경기장 악동 훌리건까지
버버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군인을 위한 '트렌치코트'를 제작하며, 탐험가와 개척자들(프리드쇼프 난센, 어니스트 섀클턴 경)의 의류로 사용되며 기능성과 영국적인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버버리 체크 패턴이 과도하게 대중화되고, 브랜드 이미지가 저하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영국 축구광들이 경기장에서 비매너를 보이면 폭력 사태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훌리건'으로 부르곤 했습니다. 많은 수의 훌리건들은 버버리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버버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을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강력한 스토리텔링 축을 제공했습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차별성' 확보
버버리는 2006년 CEO 안젤라 아렌츠 영입 후, 스스로를 '디지털 미디어 컴퍼니'로 재정의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과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했습니다. 전체 마케팅 비용의 60%를 디지털에 투자하며, 실시간 패션쇼 생중계, 맞춤형 비스포크 서비스, 그리고 고객들이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진을 공유하는 '아트 오브 트렌치(Art of the Trench)' 같은 참여형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디지털을 통한 경험적 차별화 전략은 현대카드가 슈퍼 콘서트나 다빈치 모텔 같은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혁신, 남다름'이라는 차별적 브랜드 스키마를 형성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버버리는 이를 통해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럭셔리 브랜드'로 재도약했습니다.
구성 요소 및 지식재산권(IP) 관리
버버리는 체크무늬를 1920년대 코트 안감으로 처음 사용했지만, 이제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각적 언어이자 지식재산권(IP) 자산으로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체크 패턴에 대한 법적 권리 행사는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 훼손을 방지하려는 기업의 선택이었으며, 이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로서 기능하도록 만듭니다.
이번 분석 역시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게 진정성, 차별성, 고객지향, 스토리 구성 요소, 확장성의 5가지 핵심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뉴스를 보니 버버리와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 하락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합리적인 바버는 매장 오픈이 확대되고 한국 시장에서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선순환에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른 포지션이지만, 이 두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 본질에 대한 스토리를 반복하고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해서 꾸준히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오래 생존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