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지난 2020년 12월 11일 한달 여 기간동안 작업하여 완성한 고속도로 하부 터널 벽화가 어느덧 5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송우리에서 초가팔리 상운아파트 뒤쪽으로 초가팔 1리와 2리를 이어주는 고속도로 하부의 굴다리는 그냥 방치하면 음침하고 낙서가 즐비한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당시 소흘읍의 지원으로 저와 집사람(혜라)이 주도하여 지역주민들이 직접 쓴 자신들의 소망들을 모은 타일과 집사람의 소품들을 주 재료로한 타일벽화를 제작하였습니다. 한쪽 30m, 양쪽 60m의 벽면에 조명도 설치하여 밤에도 작품을 감상하며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어 작가들의 작품으로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들 몇 점도 설치하였습니다. 그 이후 이 터널은 지역주민들의 멋진 휴게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의자는 집에서 안쓰는 의자를 하나 둘 가져다 놓아 부족한 휴식공간을 확충해오고 있습니다. 요즘같은 무더운 여름 저녁이나 밤이면 많은 분들이 이 터널 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터널 벽화가 주민들의 멋진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지만 터널 양쪽 입구는 잡초 투성이로 남아 있었습니다. 집사람은 오래전부터 이들 공간을 예쁜 정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잡초를 제거하고 도자기를 이용한 꽃들도 설치하고 폐타이어를 작품으로 만들어 그 안에 꽃을 심는 등 애를 써 왔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가 도자기 꽃도 없어지고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집사람의 관심은 점차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 터널을 지나다가 아주머니 한 분이 입구에서 화단을 가꾸고 계시는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차를 세우고 다가가 혹시 사업비를 지원받아 작업하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 말씀이 그냥 자신이 며칠째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가시는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쁜 바람개비며 예쁜 꽃들, 심지어 자갈을 이용한 조경까지. 공공사업으로 누군가 정리해 주겠지 하는 마음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처럼 스스로 자발적으로 마을 공간을 가꾸어가는 분이 있다는 점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집사람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욱이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극구 사양하시고 누구신지 물어보아도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고만 말하시는 겸손함은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그저 실례가 안되는 선에서 뒷모습만 찍었습니다. 더불어 집사람의 흔적(폐타이어 작품 및 철판 박스)과 함께 그 분이 조성해 놓은 꽃밭의 모습을 올려봅니다.
위치 : 포천시 소흘읍 검바위 1길 43(초가팔리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