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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17. 2024

스타벅스 대신 동네카페

단골이 된다는 것

매일같이 한 동네 카페에 오고 있다. 1km 정도 걸어가면 스타벅스가 있긴 한데 아이 학원아래에 있어서 아이를 기다리느라 매일 오고 있다. 이제 이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시는 분들과도 다 안면을 트고 사장님과도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극내향형인 나는 안부인사 같은 것, "날씨 너무 좋죠" "오랜만이에요" 등을 건네지 못하고 늘 처음 온 것처럼 뚝딱거리며 인사한다. 그래도 가끔 서비스 케이크도 주시고 음료 할인도 해주시고 아이에게 아이스크림도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이 동네 스타벅스가 들어와도 이곳을 다니겠지라고 말이다. (스타벅스 와이파이가 별로인 것도 있다) 단골이 된다는 것, 관계가 생긴 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본다. 어딘가 얼굴이 익을 정도로 오래 다니거나 서비스를 막 받을 만큼 우수고객이 되어본 적이 드물다. 초등학교를 3개, 중학교를 2개 다녔고 대학도 지방에서 지내고 방학이면 집으로 오는 삶이 계속되었다.


단골이란 정착의 상징 같은 것 아닌가.


어딘가에 오래도록 정착해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단골이 되어본 적도 잘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이 동네에도 익숙해져서 길가며 인사하는 사람들 아이들이 많아졌다. 하굣길에 저 멀리서 "00이 어머니"하면서 뛰어와 재잘거리는 아이 친구도 생겼다. 이런 아파트 단지 중심의 신도시 마을에서 살아보는 것이 처음이라 학원, 마트, 등하교 길에 마주치는 낯익은 얼굴들이 생기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얼마 전 카페 앞에 세워둔 아이의 킥보드가 사라져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는데, 학원 같이 다니는 아이의 어머니가 보시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실마리를 찾아주신 적도 있었다. (물론 못 찾긴 했다) 하지만 그때 내가 꽤 안전한 사회망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걸 느꼈다.


정확히 찾을 수는 없는데, 아이들의 납치 같은 것을이 적어지려면 그 마을 내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좋다고 했다. 왜 어린 시절 납치될 뻔하다가 마을 주민들이 알아보고 구해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마을에는 아이들이 혼자 등하교를 하고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아주 많다. 나는 아직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데, 학원 선생님들은 2학기부터는 아마 혼자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혼자 길을 다니는 것은 생각도 못할 텐데 말이다.



그렇게 점점 마을에 정착할수록 내가 안정감을 느끼고 활기를 찾는 것은 아마도 그냥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내 마음이 힘들었던 것은 너무 떠돌이처럼 지내서였겠구나 싶어 진다. 또 어디든 마음두지 않으려고 애쓰던 내 마음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관계와 그 관계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무게감들이 두려워 피해 다니던 내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막 정착해야지 적응해야지 이제는 어디 옮겨 다니지 않을 거야 생각하진 않지만, 이제는 떠돌아다니려 애쓰고 바람처럼 살려 애쓰는 것도 멈추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삶을 받아들이고 감사히 지내보려 한다. 오늘도 2 스쿱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 3 스쿱 주시는 사장님께 어떻게 감사를 전할까 고민을 하며 내게 다가오는 오래된 관계들에 마음을 전해보려 한다.



사진: UnsplashKris Ato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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