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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엽 Jan 21. 2018

[문학상 이야기 2.]

-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 문학상 

올 해 노벨문학상은 조금 특별했죠? 

의외의 인물이 받았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에서 태생했지만, 

5살 때 영국으로 이민 간 

일본계 영국작가입니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되기 몇 주 전부터 

언론사의 눈은 

영국의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에 쏠립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 중 몇 명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대략 누가 유력 후보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11년 스웨덴의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2012년 중국의 모옌, 

2014년 프랑스의 파트릭 모디아노와  

2015년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 

최근 수상자 대부분이 

래드브록스의 배당률 순위 5위 안에 들었습니다. 


전 세계의 수 만명의 작가 중에서 

몇 명을 골라낸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 후보들의 몇몇 공통점이 있습니다. 

맨 부커상, 

퓰리쳐상, 

카프카상이나 

예루살렘상 수장자들은 

바로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한 강 작가는 

유력한 후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조금 더 작품이 번역되어서 많이 알려져야 하고, 

‘대단한 한 방’을 날릴 만한 작품이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뭐- 노벨상을 또 안 받으면 어떤가요. 

서구에 편향된 문학상인걸요 뭐.


저도 

래드브록스 사이트를 들어가서 

누가 후보에 올랐는지 검색하려다 

하도 많은 도박판이 있어서 

검색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대신, 언론을 통해서 

수상이 유력시 되는 인물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올해는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와 시옹오가 

배당률 4대1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무라까미 하루키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무라까미 하루키의 가독성은 

정말 인정할 수 밖 에 없는 작가입니다. 


최근작 <기사단장이야기>도 

한번 잡으면 도대체 손을 뗄 수 없는 그 마력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노벨 문학상의 ‘오만과 편견’으로는 

한 참 먼 작가입니다.  


응구기와 시옹오가 유력한 수상권자라는 기사를 접하자마자 

저는 그의 작품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그의 책 두 권이 아직 꽂혀있었습니다. 


바로 <한 톨의 밀알>과 <피의 꽃잎들>이었습니다. 


당장에 두 권을 낚아 챈 저는 그 자리에 앉아서 

<한 톨의 밀알>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1963년 12월 12일 케냐 독립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품은 

저를 케냐의 마우마우 운동과 독립투쟁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자- 이 정도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뿔싸! 

올해의 노벨 문학상은 

영국의 가즈오 이시구로가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물론, 그의 작품을 사랑했지만, 

왜 저는 그를 ‘노벨상 수상자’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마 언론에 의해서 언급된 적이 없어서 

저 또한 그런 흐름에 편승했기 때문이겠지요.


가즈오 이시루로는 저에게는 이런 작가입니다. 

‘혼자서 몰래 먹는 맛있는 초콜렛’ 같은 작가라고 할까요? 


남들과 절대로 공유하고 싶지 않은 그런 작가? 

혹시 다른 사람의 의견이 섞여버리면 

내가 느낀 감정이 희석되는 것이 두려운 그런 작가? 


그래서 혼자 꽁꽁 숨겨놓고 

몰래몰래 읽는 그런 작가라고 할까요?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톰슨이 주연을 맡아 유명한 영화 <남아있는 나날> 

뿐 아니라 영화화 된 <나를 보내지 마>, 

그리고 최근작 <녹턴>까지 

그의 작품은 도대체가 

하나도 저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비교적 덜 알려진 그의 처녀작 

<창백한 언덕 풍경>은 알파벳으로 그려낸 

한편의 일본의 수묵화라고나 할까요? 


아무에게도 소개 한 적도 없고, 

알려주기도 싫은 작가가 

막상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니 

왠지 좋은 작품을 도둑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당장 그의 작품 중 읽을 기회가 없었던 책들을 

주문했습니다. 


다행히 제 주머니에는 몇 만원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날 배송되어 온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화창한 날, 이 근방에서는 아직도 ’망설임의 다리‘라고 부르는 작운 다리에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오르면, 그리 멀리 가지 않아 은행나무 두 그루 꼭대기 사이로 우리 집 지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 저는 이 겨울. 이내 이 책과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와 말이죠.


정재엽 드림 (j.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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