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 Soom Jul 31. 2022

암막 커튼 안에서

여름을 나며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7월의 마지막 날이 오기 전에 글 하나를 써야겠다, 했었다. 여유가 없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마음이 그랬다. 그리고 쏟아지는 울음을 어찌할 수 없을 때 직감했다. 2022년 7월이 끝날 무렵, 마침내 나는 울었다는 말을 쓰겠구나.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일 혼자 사는 이 집에서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숨을 거두게 된다면? 나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발견될까. 이런 생각을 하면 두려웠다. 몰골이 끔찍해질 때까지 발견되지 못할까 봐. 그래서 가족들 가슴에 못이 좀 더 세게 박힐까 봐.


이런 사고나 사건이 벌어진다면, 겨울이어야 해. 그래야 좀 오래 걸려도, 좀 오래 내 모습이 유지될 거야.


죽은 난 얼마가 지나서 발견될까.


지난 한 달은 남의 의중을 헤아리는 데에 내 모든 힘을 다 쓴 것 같다. 어떤 남은 일적인 관계였고 어떤 남은 사적인 관계였다. 그 모든 관계에서 한 발 물러나 암막 커튼 안에 나를 감출 때, 비로소 나는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암막 커튼으로 바깥을 막아도, 어딘가엔 틈이 나서 빛이 셌다. 게으른 몸을 일으켜 커튼을 열어젖히면 바깥은 늘 내 생각과 다른 풍경. 쉼 없는 7월이었고 쉼 없는 여름 한복판이었다. 나의 의중과 상관없이 세어 들어오는 바깥의 풍경은 피곤하다. 잘 숨지도 못한 나는 커튼 탓을 해본다.


무얼 탓하든, 바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마침내 나는 울어버렸다. 어쩌면 최선이었다. 다행일까, 어깰 내어준 친구가 옆에 있어 얼굴을 묻고 잠시 울 수 있었다. 눈물을 그치고, 도란도란 얘길 나누다가 같은 역에 내려서 헤어졌다. 안녕하고 돌아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울음이 터졌다. 이상하지, 이유가 분명해질수록 울음은 거세진다.


정말, 죽은 난 얼마가 지나서 발견될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죽은 내 마음은 얼마가 지나야 발견될까? 몰골이 끔찍해질 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뭔가 썩기 좋은 계절이다. 문드러지기 전에 내 마음을 발견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하려고 암막 커튼 뒤 감춰둔 그것을.


7월이 가기 전, 나는 울었다는  밖엔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에게 배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