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들이 모여 모빌리티 분야의 솔루션을 제시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현대자동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이하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들이 모빌리티와 관련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실물로 구현해 발표하는 행사다. 현대차·기아 연구소가 16년째 주관하는 역사 깊은 사내 혁신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런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진정한 가치는 아이디어 제안을 넘어선 여정에 있다. 임직원들 스스로 과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조직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려는 의지,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집념, 그리고 과감히 도전하는 열정은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는 현대차그룹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지난 10월 22일,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는 총 116건의 접수작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된 6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공감,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기능, 글로벌 기술 시장을 선도할 신개념 모빌리티, 그리고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시대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비전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여타 기술 경진대회와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실물 제작’ 및 ‘구현’이 필수 조건이라는 점이다. 본선까지 오른 참가자들은 회사로부터 제작 비용, 작업 공간 등을 포함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다.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 주제는 ‘글로벌 챌린저(Global Challenger)’였다. 이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을 높여가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심사 기준은 독창성, 고객지향성, 기술적합성, 제작/구현 등 네 가지 항목으로, 여기에 1년 차, 5년 차, 신임 책임, 신임 파트장 등 직급별 심사 위원단을 꾸려 나이와 경력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성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역대 아이디어 페스티벌 수상자 10인이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고, 깊이 있는 기술적 평가를 더했다. 대상팀은 상금 1,000만 원과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2026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Consumer Electronics Show) 견학 기회, 최우수상 2팀에게는 상금 500만 원과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견학 기회 등이 제공된다.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오른 6개 팀의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을 소개한다.
올해 대상은 ANT Lab.팀에게 돌아갔다. ANT는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팅 트랜스포터(Active-omni Navigating Transporter)의 약자로, 전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를 의미한다. 개미(Ant)가 서로 협력해 무거운 물체를 옮기듯 협동 운송을 구현하고자 하는 비전도 담았다.
ANT의 시작은 과거 현대차가 이전 CES에서 공개한 볼 타입 휠에서 비롯됐다. 미끄러지듯 전 방향으로 이동하는 볼 드라이브 메커니즘이 ANT로 발전한 것이다. 이날 ANT Lab. 팀은 게임용 조작 패드로 조종해 볼 수 있는 ANT 시제품을 선보였다.
ANT는 휠 내부의 정교한 기어 메커니즘과 도넛형 타이어를 결합해 이동한다. 휠 전체가 회전하면 종방향, 타이어 자체가 회전하면 횡방향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덕분에 기존 조향 장치의 복잡한 토 모션(Toe Motion)*없이, 구조적으로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이다.
*토 모션(Toe Motion): 바퀴의 조향 방향
또한 마찰로 동력을 전달했던 볼드라이브 메커니즘과 달리 직접적인 기어 구동을 통해 동력 효율을 높였고, 비나 눈 등 외부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 덕분에 좁은 공간이나 복잡한 환경에서도 효율적으로 전 방향 이동과 제자리 회전을 지원한다. 여러 대 ANT를 연결할 경우, 대형 화물 운반도 가능하다. ANT Lab.팀은 “물류나 협업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에는 글로브박스를 비롯한 수납공간에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잠금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 자동차 열쇠로 글로브박스를 잠그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항상 열쇠를 소지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일부 제조사는 디스플레이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주행 중 조작이 어렵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시스내장설계팀 2명, 인포테인먼트시스템개발팀 2명으로 구성된 FMV(Find More Value)팀은 디지털 시스템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한 ‘Digi-log Lock(디지-로그 락)’을 제안했다. 이들은 체험형 콘텐츠인 ‘방 탈출 게임’에 사용되는 ‘패턴 입력 자물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패턴 입력 자물쇠는 숫자 버튼을 입력하는 기존 자물쇠와 달리 레버를 상-하-좌-우 방향으로 움직여 해제한다.
FMV팀은 제네시스 차종의 센터 콘솔에 적용된 다이얼 타입 집중 조작계(Central Control Panel, 이하 CCP)를 통해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는 간단한 조작 방식으로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열쇠를 소지하거나 디스플레이를 다룰 필요 없이, 손이 편하게 닿는 위치의 CCP만 조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좌-우 뿐만 아니라 대각선 방향,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회전, 푸시 등 총 11가지 입력 방법으로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
여러 방향으로 밀거나 가볍게 돌리면서 아날로그 조작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점은 UX 강화 측에서도 긍정적이다. 또, 수납공간 잠금뿐만 아니라 카페이 결제를 비롯해 여러 기능의 인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 즉, 현재 차량에 탑재되는 지문인식 센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CCP가 없는 차종의 경우에는 차량 내 있는 여러 버튼을 순서에 맞춰 누르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도 있다.
앞서 FMV팀은 2022년 이 아이디어를 구상했지만, 구체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차량 내 통신 방식에 대한 이해와 하드웨어 설계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기술 실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향후 신차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우수한 범용성이 기대된다.
캠핑 캐러밴 문화가 보편화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차 구입 시 견인 성능을 살피는 소비자가 많다. 국내에서도 아웃도어 활동과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의 견인 성능이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연구원 4명으로 구성된 수퍼트레일러토잉팀은 기술 최적화를 통해 트레일러 견인 성능을 높이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안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기존 차량에는 트레일러 견인 시 엔진 및 변속기 또는 구동모터 및 배터리가 과열되지 않도록 냉각수 유량과 냉각팬 작동 속도를 조절하고 에어컨 작동을 줄여 부하를 줄이는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대용량 냉각팬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견인 주행 이후 모터 및 배터리에 부하가 걸린 후에 냉각 기능이 작동하는 방식이라 엔진 과열 등 구동계 부담이 컸다.
이에 연구원들은 트레일러 견인 시, 이를 선제적으로 작동해 파워트레인의 열관리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시험 적용한 결과, 차량 견인 성능이 기존 1,500kg에서 1,800kg까지 약 20%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퍼트레일러토잉팀의 아이디어를 적용한다면 하드웨어 보강 없이 견인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기술이므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존 차량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하드웨어 추가 없이 소프트웨어만 개선함에 따라 해외에서도 간편하게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수퍼트레일러토잉팀은 미국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에서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같은 느낌”이라며 향상된 성능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존 차량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몸을 숙여 디스플레이나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한다. 이 때문에 신체 동작이 제한적인 탑승자와 뒷좌석 탑승자는 조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부 차량에서는 디스플레이 앞에서 손을 움직여 조작하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동작 인식 범위가 한정되는 단점이 뒤따른다.
이에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연구원으로 구성된 데시벨팀은 손 제스처로 편의 사양을 조작하는 데시벨(dBelt)를 개발했다. 이는 운전자의 주의력을 분산하지 않으며, 신체 동작이 제한적인 탑승자도 차량 편의 사양을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시벨팀을 이끄는 김영록 책임연구원이 임신한 아내가 동승석에서 오디오 볼륨을 편리하게 조작할 방법을 고민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데시벨는 안전벨트 위에 탑재한 버튼을 누르면 실내 카메라가 손동작을 인식해 편의 사양을 조작하는 솔루션이다. 카메라를 이용하는 만큼, 벨트에는 커버와 버튼으로 하드웨어 구성 또한 간결하다. 버튼을 떼었다가 붙이거나, 버튼 디자인을 취향에 맞춰 커스텀하는 것도 가능하다. 덕분에 캐릭터가 그려진 ‘벨꾸(벨트 꾸미기)’로 어린아이들과 청소년의 올바른 안전벨트 사용을 유도할 수도 있다. 1열은 물론, 2열에 앉은 승객까지 카메라를 통해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탑승 위치와 관계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돋보인다.
데시벨팀은 실내 카메라가 없는 사양의 자동차를 위한 시스템도 함께 제안했다. 근거리 무선 통신 표준인 블루투스를 활용한 것이다. 버튼의 외관은 카메라 인식 모델과 동일하지만, 내부에 배터리와 블루투스 송수신기가 탑재되어 있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직접 연동돼 조작한다. 안전벨트를 풀면 자동으로 무선 충전하는 기능 등으로 카메라 인식 모델과 유사한 사용성을 확보했다.
흰수염고래팀에는 샤시아키텍처개발팀, MSV차체설계1팀, MLV클로저설계1팀 등 각기 다른 직무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발달장애 아동을 담당했던 진형완 연구원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발달장애인이 불안 증세와 돌발 행동을 보일 때, 보호자가 포옹하면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안정을 돕는 의학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보호자가 운전 중일 경우에는 곁에서 온전히 돌보기 어려운 까닭에 발달장애인도, 보호자도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흰수염고래팀은 탑승자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안전벨트가 마치 사람이 포옹하듯 따뜻하게 감싸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 특별한 안전벨트는 발달장애인이 보호자와 분리된 차량 실내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고, 보호자가 안심하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슴과 등을 덮는 구조에 에어 포켓과 발열 필름을 함께 적용했다. 에어 포켓 공기압을 조정해 탑승자 신체에 보다 밀착하며, 가슴 부위를 지나는 발열 필름으로 따뜻한 열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해 사용 편의성도 우수하다.
흰수염고래팀은 이번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앞서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호매실 장애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해 실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제품을 착용했을 때 심박수는 20% 이상, 스트레스 지수는 3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안전벨트를 직접 시연해본 진행자 배성재 아나운서 역시 “포대기에 들어간 것처럼 안정감이 느껴진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관절로보틱스팀과 로보틱스비전AI팀 연구원들로 구성된 ART팀은 차량 번호판을 촬영해 차주에게 간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주차 차량이 이동을 방해하거나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주와 연락할 방법이 없어 곤란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인해 차량 내 연락처를 비치하지 않는 경우까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ART팀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ART팀의 스냅 플레이트(Snap Plate)는 차량 번호 정보를 기반으로 차주에게 연락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 번호판을 촬영하면, 전화번호 및 개인정보 노출 없이 안심번호로 차주와 연락할 수 있다. 또한 연락 차단 설정, 대표 운전자 지정 등 상황에 맞춰 편의성을 향상할 수도 있다.
번호판을 무작위로 제작하거나, 합성된 사진을 통해 전화를 걸 수 없도록 보안 대책도 마련됐다. 앱에서 카메라를 실행해야만 기능이 동작하기 때문에 저장된 사진을 사용할 수 없으며, AI 딥러닝 기반 차량·번호판 영역 지정 시스템(Car & Plate Detector)과 단일 데미지 뎁스 추정 시스템(Monocular Depth Estimation)을 이용해 실제 촬영된 차량 번호판만 인식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새로운 연결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예컨대 주소 정보를 추가해 주거지 내 주차 관리에 활용하거나, 의료 정보 연동으로 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신원 파악 및 대처까지 고려할 수 있다.
특히, ART팀은 실제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웹앱(Web App)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연구원들은 “이미 스마트폰용 앱 내부 기능 역시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당장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로 16년째 이어지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나아가 일회성 발표에 그치지 않고, 고객 가치를 향상하는 양산 기술로 발전하는 R&D 혁신의 선순환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다기능 콘솔’은 현대차 5세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양산화됐다.
2023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대상에 오른 시각 장애인 버스 탑승 보조 기술 ‘데이지’는 2025년 10월 현재 실증 사업에 들어가 모든 이에게 제한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현대차의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오른 6개 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미래 모빌리티 라이프를 빛낼 것이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조직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창의성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사진. 조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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