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고성능 개발 방향성에 대한 의지를 소개한다.
현대자동차가 2번째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6 N을 공개했다. 2020년대 들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전동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는 동안, 수백 마력의 출력과 폭발적인 가속력을 앞세운 수많은 고성능 전기차가 등장했다. 하지만 아이오닉 6 N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아이오닉 6 N은 고성능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새로운 수준으로 확장한다.
물론 ‘코너링 악동(Corner Rascal)’, ‘일상의 스포츠카(Everyday Sport Car)’, ‘트랙 주행 능력(Race Track Capability)’ 등 현대 N이 내세운 3대 상품 철학 역시 빠짐없이 반영됐다. 하지만 아이오닉 6 N은 여기서 한 단계 진화했다. 더 짜릿한 즐거움, 더 강력한 성능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겠다는 현대 N의 차세대 고성능 기술 개발 방향성이 아이오닉 6 N에 오롯이 집중된 까닭이다.
2017년 등장한 i30 N부터 2024년 아이오닉 5 N에 이르는 다양한 N 모델들이 민첩함과 뛰어난 반응성을 중심으로 개발됐다면, 아이오닉 6 N은 한계 주행 시 더욱 뛰어난 주행 안정성과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확보해 트랙 주행 성능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수많은 담금질을 거쳐 완성됐다. 이를 위해 WRC, TCR, ETCR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 움직이는 연구소로 불리는 롤링랩(Rolling Lab) 모델을 통해 개발하고 검증한 고성능 기술이 아이오닉 6 N에 집약됐다. 이렇게 완성된 아이오닉 6 N의 새로운 고성능 기술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 롤 센터 하향, 캐스터 트레일 증대, 스트로크 감응형 ECS 댐퍼 신규 적용
먼저 살펴볼 부분은 주행 성능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 설계다. 현대 N은 지금까지 N 모델들이 보여줬던 코너링 성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아이오닉 6 N에 차세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반영했다. 이를 위해 바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로워 암, 전후륜 허브 캐리어, 링크 등의 각도 및 연결 위치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등 서스펜션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봐 롤 센터를 낮춘 설계가 대표적이다. 롤 센터는 차가 선회할 때 차체가 기울어지는 가상의 중심축을 뜻한다.
아이오닉 6 N을 비롯해 현대차가 주로 사용하는 프런트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의 경우 롤 센터를 파악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스트럿 중심축 상단과 직각을 이루는 연장선, 로워 암이 차체에 장착되는 방향과 일치하는 연장선이 만나는 가상의 지점이 있는데, 이곳을 인스턴트 센터(Instant Center)라고 한다. 여기에서 타이어의 중심이 노면과 닿는 곳까지 선을 이었을 때 차체 중심의 수직축과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 이곳이 바로 롤 센터(Roll Center)다.
전후륜에서 각각 생성된 롤 센터를 하나로 이으면 가상의 회전축이 만들어지며, 차는 이 축을 따라 좌우로 기울어진다. 하지만 롤 센터는 항상 똑같은 위치에 고정돼 있지 않다. 차의 움직임에 따라 서스펜션의 미세한 각도가 바뀌는 등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롤 센터를 낮추면 코너링 시 차가 좌우로 기우뚱하는 롤 현상은 늘어난다. 특히 차의 무게중심과 롤 센터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롤의 발생량이 커지고, 너무 심해질 경우 조종 안정성도 떨어진다.
반대로 차의 무게중심과 롤 센터가 가까워질수록 선회 시 차가 좌우로 기우뚱하는 롤 현상이 줄어든다. 하지만 롤이 너무 부족하면 타이어의 접지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무게중심과 롤 센터의 간격을 최적화해 언제든 타이어의 접지력을 온전히 쓸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롤 센터 하향 설계를 잘 활용하면 롤의 증가량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트랙 주행과 같은 한계 상황에서도 타이어의 접지력을 최대한 활용해 랩 타임을 줄일 수 있다. 타이어의 수직하중(타이어에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을 늘려 접지력을 더 많이 확보하는 원리다. 이를 위해서는 서스펜션에 적용되는 스프링을 강화하고 최적화하는 등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이오닉 6 N은 트랙 주행과 같은 한계 상황에서 더 많은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롤 센터를 낮추는 동시에 스프링을 강화해 롤 현상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뿐 아니라 주행 성능을 강화하면서 일상에서의 승차감도 확보할 수 있도록 진동을 저감하는 부싱과 전자제어 댐퍼를 적용하고, 차체 강성을 보강했다. 물론, 각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튜닝을 거친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한층 안정적인 조향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앞바퀴의 캐스터 트레일도 늘렸다. 캐스터 트레일은 자동차의 직진 안정성과 조향 복원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실내의 운전대와 조향을 책임지는 앞바퀴는 대부분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으나, 그 중간에는 각종 관절 기구들이 있어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처럼 1:1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앞바퀴와 직접 연결된 조향축은 바퀴와 연결된 댐퍼 및 스프링, 어퍼 암 등 서스펜션 구조에 따라 기울기가 달라지는데, 조향축이 노면의 수직축과 이루는 각도를 캐스터 앵글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직진 안정성 및 조향 복원력을 위해 캐스터 앵글을 크게, 즉 조향축이 뒤로 향하도록 설계된다. 조향축의 연장선을 노면까지 이어보면 타이어 정중앙의 접지점보다 앞으로 위치하게 되며,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캐스터 트레일이라고 한다. 캐스터 트레일이 클수록 고속 안정성이 좋아지고, 운전대를 돌린 뒤 원래의 직진 상태로 돌아오려는 조향 복원력 또한 커진다. 특히 트랙 주행과 같은 한계 영역에서 조향 조작 후 직진 복원이 자연스러워져, 마치 운전자의 손에 운전대가 딱 붙어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이오닉 6 N의 경우 기본 모델 대비 캐스터 트레일을 증대해 주행 안정성과 핸들링 성능을 강화했다.
현대 N은 차세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개발하는 동시에, 일상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든든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고자 스트로크 감응형 ECS(전자제어 서스펜션) 댐퍼를 적용했다. 기존의 ECS가 주행 모드별로 감쇠력을 최적화해 핸들링 성능 및 바디 거동의 차별화를 구현했다면, 스트로크 감응형 ECS 댐퍼는 4개의 차고 센서를 활용해 주행 조건에 따라 더 세밀하게 감쇠력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스트로크 감응형 댐퍼는 차체 거동이 커지는 거친 노면에서 효과가 있으며, 트랙의 높은 연석 통과 구간에서 발생하는 충격도 덜어준다. 이로써 아이오닉 6 N이 일상과 트랙을 오가는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완성도 높은 승차감을 구현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 차체 및 서스펜션 강성 강화, 전륜 하이드로 G부싱 및 후륜 듀얼 레이어 부싱 신규 적용
이 밖에도 아이오닉 6 N에는 주행 성능 강화 및 승차감 향상을 위한 설계가 대거 적용됐다. 우선 차체 강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본 모델 대비 카울 및 PE 룸 연결부와 도어 개구부 주위로 용접점을 대폭 확대하고 접착제도 추가로 적용했다. 또한, 뒷좌석과 맞닿는 트렁크 주위에 스티프 바를 적용하고, 리어 서스펜션 장착부에 브라켓을 보강하는 등 차체 강성을 강화했다.
아이오닉 5 N을 개발한 뒤로 축적한 기술 데이터를 통해 보강한 부분도 있다. 앞뒤 크로스멤버와 차체 중앙부를 연결하는 부위에 6개의 보강재를 적용해 차체 강성을 끌어올린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차체 강성을 높이면 운전할 때 차체가 단단하고 일체감 있게 느껴질 뿐 아니라, 실제 한계 주행 시에도 주행 안정성과 조종성이 더욱 좋아진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흡수하는 데도 효과적이어서 승차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앞뒤 크로스멤버 하부에 부착하는 언더커버에는 현대차 최초의 기술도 적용했다. 글라스파이버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하고 거미줄처럼 엮는 리브 구조를 최적화하는 등 언더커버의 강성을 높여 퍼포먼스 주행에 걸맞은 우수한 R&H(승차감 및 조종성) 성능을 확보한 것이다.
고성능 전기차에 걸맞은 핸들링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설계도 반영됐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차체 진동을 흡수하면서 연결 부위 사이의 강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부싱이다. 아이오닉 6 N은 전륜 서스펜션과 크로스멤버를 연결하는 부위에 하이드로 G부싱을 적용했다. 이는 부싱 내부에 유체를 봉입해 일반 부싱 대비 진동 흡수 성능을 키운 것으로, 주행 중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 영역에서의 진동 절연 효과 및 승차감 강화에 효과적이다.
후륜 크로스멤버에도 새로운 부싱이 적용됐다.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감쇠하기 위해 개발된 듀얼 레이어 부싱이다. 부싱 내부에 2개의 특성을 가진 고무 브릿지를 적용해 고성능 전기차에 걸맞은 핸들링 성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상하 진동 및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을 개선하고 내구성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N e-쉬프트,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 등 개선, N 앰비언트 쉬프트 라이트 신규 적용
아이오닉 5 N에서 처음 소개된 N 전동화 모델의 다양한 고성능 특화 사양은 아이오닉 6 N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앞뒤 구동력의 최적 분배로 원활한 드리프트 제어를 돕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다. 기능을 작동하고 드리프트를 시도하면 후륜에 구동력을 집중적으로 배분해(최대 100%) 뒷바퀴를 원활히 미끄러트릴 수 있도록 돕는 고유의 목적은 동일하다. 다만 아이오닉 6 N의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는 운전자의 세부 설정에 따라 더 쉽게 드리프트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개선됐다.
운전자가 설정할 수 있는 항목은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앵글(Angle), 휠 스핀(Wheel Spin) 3가지다. 이니시에이션은 드리프트 진입 단계에서 차량이 오버스티어를 쉽게 일으킬 수 있도록 앞뒤 바퀴에 20:80으로 배분된 회생제동 토크를 3단계로 조절하는 항목이다. 앵글은 ESC(전자식 차체자세 제어 장치)를 10단계로 조절해 운전자가 원하는 수준의 드리프트 각도를 유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휠 스핀은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를 10단계로 제어해 뒷바퀴가 미끄러지도록 허용하는 수준을 설정하는 항목이다. 앵글과 휠 스핀을 10단계로 설정할 경우 모든 구동력은 후륜에만 배분된다.
드리프트 주행은 일반 운전보다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기술이다. 새로운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를 활용한다면 운전자가 항목별로 기능 구현의 범위를 설정해 개인의 능력 또는 취향에 맞춰 비교적 쉽고 간편하게 드리프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를 활성화하기 위해 반드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로 정차 중이어야 했으나, 새로운 버전은 주행 중인 상황에서도 언제든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아울러 내연기관 N 모델에 탑재된 8단 습식 N DCT의 변속감을 모사해 전기차에서도 짜릿한 변속 감각을 구현한 N e-쉬프트는 모든 주행 모드에서 작동 가능하도록 진화했다. 이뿐 아니라 앞서 소개한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정지 발진 가속 성능을 극대화하는 N 런치 컨트롤, 순간적으로 최고출력 및 토크를 높여주는 N 그린 부스트, 운전자의 입맛대로 앞뒤 구동력을 분배할 수 있는 N 토크 디스트리뷰션 등 여러 고성능 기술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작동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N 모드에는 레이스카와 유사한 기어비를 적용해 120km/h 이하의 영역에서 변속 횟수를 늘릴 수 있었다. 덕분에 N 런치 컨트롤과 함께 N e-쉬프트를 사용한다면 운전자가 차량 제어에 더 깊게 관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한편, 고속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도 연계 작동하도록 개선돼, 한결 폭넓은 일상의 영역에 차를 다루는 ‘손맛’이 진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 N 앰비언트 쉬프트 라이트는 N e-쉬프트와 함께 즐길 때, 고성능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몰입감을 높여줄 요소들이다.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는 현대 N의 모터스포츠 활동에서 영감을 얻은 이그니션 사운드, N 2025 비전 그란투리스모를 옮겨 놓은 듯한 에볼루션 사운드의 중저음역대를 강화하고, SF 감성의 신규 사운드 콘셉트인 라이트스피드(Lightspeed)를 추가했다. 이름 그대로 광속 이동의 느낌을 구현한 사운드로, 음속 제트기에서 영감을 얻은 기존의 슈퍼소닉 사운드를 대체한다. 또한, N 그린 부스트 사용 시 효과음을 새롭게 적용하는 등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는 주행 모드별로 음량을 차별화하며, N e-쉬프트 기능을 조작할 때 주행 모드에 맞춰 변속 패턴이 달라짐에 따라 후연소, 버블, 업쉬프트 뱅 사운드 등 다양한 음색으로 흥취를 돋운다. 이 같은 사운드 성능의 강화를 위해 아이오닉 6 N의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는 사운드를 구현하는 능동 음향 제어기(ADP, Acoustic Design Processor)의 성능을 강화하고, 실내의 6개 스피커존을 별도로 제어해 입체적인 음향 효과를 구현한다.
아이오닉 6 N에 새롭게 탑재된 N 앰비언트 쉬프트 라이트는 운전자가 N e-쉬프트를 직접 다룰 때 실내 앰비언트 무드램프를 통해 최적의 변속 타이밍을 알려준다. 기존의 고성능차나 레이스카가 클러스터 또는 스티어링 휠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변속 시점을 알려주던 기능이 확장된 개념이다. 가상 RPM이 높아져 최적의 변속 시점에 도달할 때 대시보드의 앰비언트 무드램프가 깜빡거리며 주행 감성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도로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정확한 변속 타이밍을 파악해 운전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야간 주행이라면 감성적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 N 배터리 개선, 2-스테이지 모터 적용, N 페달 및 N 회생제동 극대화
아이오닉 6 N은 트랙 주행에 초점을 맞춘 특화 설계도 대거 반영했다. 주행 목적에 따라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터리 온도를 사전 제어하는 N 배터리 기능이 그중 하나다. N 배터리 기능을 활성화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모드는 드래그(Drag), 스프린트(Sprint), 엔듀런스(Endurance) 3가지다. 즉, 기존에 드래그 및 트랙 모드를 지원하던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스프린트 및 엔듀런스 모드로 나뉘었던 N 레이스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를 통합한 신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드래그 모드는 단시간에 최대 가속 성능을 발휘해야 할 때 적합한 모드로, 배터리 온도를 30~40℃로 상향 제어한다. 장시간 주행하며 랩타임 어택에 적합한 스프린트 모드는 20~30℃, 배터리 최고출력을 살짝 낮춰 트랙 주행 거리를 길게 가져가는 데 적합한 엔듀런스 모드는 10~20℃로 온도를 제어한다.
엔듀런스 모드를 사용하면 약 21km에 달하는 뉘르부르크링의 2랩 주행도 너끈히 가능할 만큼 배터리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 스프린트 모드 사용 중 가속 페달을 95% 이상 밟으면 순간적으로 모터 출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N 그린 부스트 기능이 자동 활성화된다(85% 이하 조작 시 기능 해제). 랩타임 경신을 위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련한 기능이다.
아울러 아이오닉 6 N은 배터리 히터의 용량을 7kW로 늘려 겨울철과 같은 저온 상황에서 배터리 승온 성능을 강화했다. 외기온 영하, 배터리 온도가 0℃일 때 기준으로 스프린트 모드 사용 시 배터리 컨디셔닝에 필요한 시간이 40분에서 26분으로 대폭 줄었다. 덕분에 트랙 주행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배터리에 가혹한 트랙 주행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첨단 배터리 제어 기술이 바탕이 된 덕분에 아이오닉 6 N은 앞뒤 모터 합산 최고출력 478kW(약 650마력), 77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N 그린 부스트 작동 시). 최대 2만 1,000rpm까지 회전하는 2개의 모터로 모든 힘을 쏟아냈을 때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2초(N 런치 컨트롤 작동 시), 최고속도는 257km/h에 달한다. 속도계 숫자가 쌓일수록 힘이 떨어지는 전기모터의 태생적 한계를 훌쩍 벗어난, 놀라운 수치다.
아이오닉 6 N이 이처럼 눈에 띄는 수치를 달성한 비결은 다름아닌 모터와 인버터 설계에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모터는 고온에 노출되면 전기 저항이 증가하고 자석의 자성이 약화돼 출력이 감소하는 디레이팅(Derating) 현상이 발생한다. 현대 N은 전기모터 내부 영구자석의 보자력(保磁力)을 상향 개발해 고온 환경에서 토크와 출력이 저하되는 시점을 늦췄다. 즉, 모터의 내열성을 강화해 트랙에서 반복적으로 가감속이 이뤄지는 환경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최고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속 성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트랙 주행 시 더욱 높은 출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혁신 기술 중 하나인 듀얼 인버터 기반의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주 구동 모터인 후륜 모터에 탑재된 SiC 인버터와 Si 인버터가 함께 작동할 때 만들어내는 높은 전압으로 고속 및 고부하 조건에서 최대 1.7배의 출력, 최대 3% 개선된 효율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아이오닉 6 N은 N 그린 부스트 작동 시 후륜 모터에서 최고 303kW의 출력 및 400Nm의 토크를 발휘해 폭발적인 가속력을 만들어낸다.
가속 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제동 성능이다. 특히 직진 구간에서 최대한 가속하고 코너 직전 강하게 제동한 뒤 빠르게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트랙 주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백 kg에 달하는 배터리를 품은 전기차라면 강력한 제동 성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이오닉 6 N에는 전기차의 특성 중 하나인 회생제동을 활용해 한계 주행에서의 제동 및 코너링 성능을 돕는 고성능 특화 기술이 적용됐다. 바로 N 페달과 N 회생제동이다.
N 페달은 코너링 중 가속 페달을 밟는 힘을 줄일 때 회생제동을 강하고 빠르게 걸어 차의 하중을 앞으로 빠르게 옮기는 기술이다. 앞쪽에 하중이 실리면 앞바퀴의 접지력이 높아지고, 이를 활용해 코너링 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 N 페달을 활성화하면 3단계로 회생제동 강도를 설정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모터의 응답성도 단계별로 강해지고 앞뒤 구동력의 분배 비율도 능동적으로 달라진다.
여기에 더해 아이오닉 6 N은 e-LSD(전자식 차동제한 장치)와 회생제동을 함께 제어해 코너 진입부터 탈출까지 선형적이고 운전자가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가령 코너링 중 운전대를 돌린 상태로 감속하면 전후 및 좌우 바퀴에 실리는 하중과 접지력이 서로 달라지면서 예상치 못한 요 모션(Yaw Motion, 차의 중앙 수직축을 중심으로 차체가 회전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e-LSD가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해 요 모션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풀어지도록 도와준다.
또한 N 페달 기능이 강한 회생제동을 발휘할 때 바퀴가 미끄러질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차량의 요 모션이 부드럽게 발생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차가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 운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N 페달과 연계된 e-LSD 및 회생제동 제어 로직을 별도로 마련해 운전자가 의도한 코너링 라인을 따라 달릴 수 있도록 선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N 모델의 회생제동 모드는 기본 모드, 그리고 회생제동 성능을 극대화하는 N RBM(N Regen Brake Maximize) 모드로 나뉜다. 기본 회생제동 모드는 초기 제동 시 뒷바퀴만 회생제동에 개입하는 반면, N RBM 모드는 초기 제동부터 앞뒤 바퀴의 회생제동을 전부 활용한다. 이로써 차체 안정성이 우수해지고, 한계 주행 조건에서도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이오닉 6 N은 회생제동 성능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주행 모드 중 스포츠 및 N 모드에서는 언제나 N RBM이 작동하고, 에코 모드와 노멀 모드에서도 ESC를 해제하면 즉시 N RBM을 활용한다. 또한, 트랙 주행 시 일관된 제동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ABS가 개입할 때도 최대 0.35g의 감속도까지 회생제동이 이뤄지도록 제어 로직을 재설계했다. 이밖에 브레이크 페달 응답성을 강화했으며, 주행 모드에 따라 제동감이 달라지도록 전자식 브레이크의 조작성도 개선했다.
- N 트랙 매니저, N 레이스 캠, TPMS 커스텀 모드 신규 적용
아이오닉 6 N에는 트랙을 자주 찾는 드라이버들을 위해 현대 N이 세심하게 마련한 신규 기능이 대거 적용됐다. 일종의 랩타임 데이터 로거와 같은 N 트랙 매니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트랙 맵 외에 사용자가 직접 맵을 생성하고 타인과 공유할 수 있으며, 주행한 트랙의 최고 기록, 평균 배터리 사용량, 현재 위치에서 트랙까지의 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N 트랙 매니저를 활성화하면 트랙 진입 시 자동으로 계측이 시작돼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한다. 이 밖에 이전의 베스트 랩타임과 실시간으로 시차를 보여주는 랩타임 델타, 운전자의 최고 기록을 시각화해 표시하는 실시간 고스트카, 코너 진입 최고 속도 및 코너링 중 최저 속도, 랩 타임 리포트 등 한층 즐겁고 풍성한 트랙 주행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2번째 소개할 기능은 N 레이스 캠이다. 트랙을 찾는 드라이버들은 자신의 주행 기록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별도의 촬영 장비를 부착하는 일이 많다. N 레이스 캠은 이들을 위한 기능으로, 빌트인 캠 카메라를 활용해 트랙 전용 녹화 모드를 제공한다.
N 트랙 매니저로 랩타임을 계측할 때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N 레이스 캠 버튼을 누르면 기능이 활성화되며, G-포스 정보, 스티어링 휠 각도, N e-쉬프트 작동시까지 포함한 기어단, 주행 속도,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 조작량, 트랙 맵, 랩타임 등을 함께 표시한다.
아울러 본인이 운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드라이버들을 위해 아이오닉 6 N의 천장에는 별도의 액션캠을 장착할 수 있는 내장형 캠마운트도 마련돼 있다. 전방의 코너를 향한 시선 처리, 스티어링 휠 조작 등 평소 자신의 운전 습관을 자세히 분석하면 잘못된 버릇을 바로잡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랩타임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능은 트랙 주행 시 타이어 공기압을 낮춰도 경고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는 TPMS 커스텀 모드다. 트랙에서 한계 주행을 반복하다 보면 타이어가 뜨거워지고 내부의 공기도 팽창하게 된다. 트랙 드라이버들은 이를 감안해 주행 전 타이어 공기압을 낮추기도 하며, 차량의 주행 성향을 임의로 설정하기 위해 앞뒤 바퀴의 공기압을 다르게 설정하는 이들도 있다. TPMS 커스텀 모드는 고객들의 이 같은 행동 하나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아이오닉 6 N은 현대 N의 차세대 고성능 개발 방향성을 담아 완성된 차다. 단순히 빠르고 강력한 고성능 전기차가 아니라, 운전자가 차와 긴밀히 소통하는 과정에서 차를 다루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차, 기술과 감성을 결합해 누구나 운전의 짜릿함을 농밀하게 즐길 수 있는 차가 바로 아이오닉 6 N이다. 현대 N이 달려온 10년의 경험과 노하우, 역사가 오롯이 집중된 아이오닉 6 N을 통해 운전 그 이상의 가치와 희열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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