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차 직장인,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소셜 벤처 창업한 사연
1. 모든 회사는 장단점이 있습니다.(물론 단점만 있다는 회사도 있지만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장점이 더 많으면 계속 다니는 거고, 단점이 많으면 보통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게 됩니다.
2. 퇴사는 '내가 이게 싫고 더러워서 그만둔다!'보다, '이 정도면 이 회사에서 배울 건 다 배웠어'의 시점이 현명한 판단의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A가 더러워 그만 두면 다른 곳에 B라는 더러움이 꼭 있더라고요.
3. 저는 후자의 이유로 5년 다닌 첫 번째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물론 전자의 이유도 아주아주 많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이 같은 팀에 있었고, 일 속에서 나름 자기 성장의 기쁨을 느꼈기 때문에 버텼습니다.
4. 퇴사 후 저는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폭넓은 경험을 하기 위해 1년간 외국에서 이 일 저 일 닥치는 대로 하는 등 열심히 살고 배우며 새로운 환경을 즐겼어요.
5. 그때 느낀 것은 '세상은 넓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였습니다.
6. 돌아와서 두 번째 회사에 중간관리자로 입사를 합니다. 조직의 아래위를 잇는 허리층이다 보니 책임감은 더해지고 회사 흐름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졌지요. 하지만 개방적이고 유연한 마인드의 외국계 지사였음에도 불구, 사내 정치와 비효율적인 시스템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7. 두 번째 회사에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일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도 열심히 했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며, 언어와 트렌드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주고 자기 역량을 키워 나갔습니다.
8. 이 시기에 말도 안 되는 루트로 인연을 맺게 된 제 인생 멘토와 그의 멘티들(이제는 아주 친한 친구들이 된)이 모여 비영리 모임을 만들어 세상에 선한 무브먼트를 만들어 내는 일도 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이 활동을 통해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제 가치관이 더욱더 견고해졌습니다.
9. 그러던 어느 날, 교직에서 30년간 일하시다 은퇴하신 친척 어른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은퇴 이후 어떻게 지내시는지 여쭤보니 하루에 3만 보를 걷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유는 “할 게 별로 없어서”였습니다. “어떤 기회가 있는지 찾기도 어렵고, 찾아도 그런 자리가 많지 않다.”고도 하셨어요.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보다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분들인 걸 알고 있었고,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땡 하고 맞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이곳에서 지금은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은퇴 후에는 이렇게 하루 종일 걷기만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10. 하루는 술자리에서 이 고민을 이야기하는데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그럼 네가 그런 사람들 필요로 하는 곳에 연결해주면 되겠네" - 두 번째 머리를 땡 하고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건 너무나 큰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고, 머지않을 미래에 닥칠 내 문제이기도 한데 이런 문제를 내 손으로 직접 풀 수 있단 말이야?라는 생각에 온 몸의 감각이 바짝 곤두서며 엄청나게 흥분이 되더군요.
11. 안 그래도 다니던 회사의 문제가 눈에 보이는 찰나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글로벌 헤드쿼터의 요구에 한국은 이거 진짜 안 되는데..라는 현장의 한숨, 불필요한 절차에 따른 효율적이지 않는 업무 운영, 팀 간 이권 다툼 등이 눈에 띄며 실무자로서의 답답함이 점점 커져가던 때였어요.
12. 머리를 때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니던 회사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동시에 느낀 그날 밤, 잠이 안 오더라고요. 아드레날린이 대방출되었는지 머리가 팽팽 돌아가며 갑자기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휴대폰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13. 그 후 약 한 달 넘게 생각을 구체화하고, 관련된 사회경제와 업계 트렌드, 그리고 유사 아이템/경쟁사 등을 최대한 많이 찾아봤어요. 그리고 지금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활용 가능한 자원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개인 네트워크와 이 일을 함께할 동료로 섭외 가능한 주변인 리스트까지요.
14. 그러자 머릿속에 희미하지만 아이템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흥분상태이지만 이게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책도 많이 읽고,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 생각을 공유하며 자문을 구해봅니다.
15. 이 와중에 회사는 열심히 다닙니다. 그런데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이 생기니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그 아이템/새 사업으로 계속 연결이 됩니다.(ex : 이런 매출 관리 툴은 이렇게 나중에 적용해 볼 수 있겠다 등)
16. 예전에는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던 '창업'이라는 것을 이렇게 현실세계에서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 오늘의 결론 : 지금 다니는 회사를 하산하고 싶다면, 그냥 에이! 하고 산을 내려오지 마시고 하산을 계획하고 그다음의 것을 준비하는 시간을 꼭꼭 가져주세요.
- 이 산을 어떻게 내려가면 좋을지
- 내려간 후에 어떤 산을 또 오르고 싶은 지
-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잘 아는 것과 연관이 있는지
- 내가 산 타는 일을 평생 하고 싶은 지 등
그리고 살면서 늘 창업 레이더를 바짝 세우세요! 아이디어와 영감이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요. :)
To be continued-
#2. 하산 준비 시작합니다.
- 창업을 고민하는 직장인이 꼭 생각해 볼 3가지(창업 목적, 생존자금, 정신력)
- 퇴사 후 창업 계획, 아이템 고민, MVP 시도, 이 모든 것을 위한 여유시간 투자
회사 10년 다니다 퇴사한 창업가 개인의 경험사로,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