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망 Dec 16. 2022

프랑스 스벅 직원이 나에게 반말을 했다.

우리 동네 프랑스 스타벅스에서 여느 때처럼 커피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가 나오자, 받아 들고나가면서 내가 Bonne journée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고 인사를 하자, 직원이 발랄하게 Bonne journée à toi aussi. ( 너도 좋은 하루 보내. )라고 하는 게 아닌가.  - toi는 불어식 반말로 ‘너’라는 말이다 - 


왜 갑자기 반말이지? 


사실 불어의 반말(tutoiement)과 존댓말(vouvoiement)은 한국식과는 많이 다르긴 하다. 보통 친한 사이에서 반말을 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존댓말을 한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직원이 손님들에게 반말을 쓰는 경우는 없다. (정말 단골손님이라서 직원과 친하지 않은 이상 말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스벅은 이러한 ‘반말 정책’을 마케팅전략으로 프랑스식 “친한척하기”를 하는 기업이었다. 프랑스 스벅 관련 글을 보다 보니 프랑스인들 중에서도 이러한 친한 척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하다. 왜 주문받을 때 이름을 요구하고(닉네임이 아니라 진짜 내 이름을 물어본다. 뭐 대답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반말로 갑자기 친한 척하는지 모르겠다며 짜증 내는 사람들도 있다. 왠지 예전에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 고객님, 사랑합니다.”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모든 스벅 매장이나 직원들이 반말을 하진 않는데, 직원들 성향에 따라서 손님의 분위기를 보고 가끔 친한 척 반말을 쓰기도 하는 거 같다. 


프랑스에서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처음 만나도 바로 반말을 하기도 하며 친근함을 표하기도 한다. 또한 내 지인의 지인이라면, 보통은 나이에 상관없이 바로 반말이다. 그래서 같은 그룹에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도 나이와 상관없이 반말로 친하게 지낼 수 있다. 따라서 프랑스인들에게 '친구들'은 단순히 또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대가 매우 다양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다. 내 프랑스 친구 중에도 나와 나이 차이가 20살 이상 나는 분이 있는데 편하게 반말로 이야기하는 사이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반말을 쓰면 절대로 안된다. 


한국 문화와 정말 다른 ‘반말’의 차이점은 바로 부모와 자식 간에도 반말을 쓴다는 점이다. 반말은 “친밀함”이 기준이 되기에 가족 간에 존댓말을 쓰는 것은 프랑스에서 이상한 일이다. - 귀족 집안에서는 존댓말을 쓴다고 한다. -


프랑스에서는 부모님에게도 ‘toi, 너’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이 ‘너’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는 절대로 부모님에게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 학생들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부모님을 존중하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 혹은 친하더라도(부부 관계라도) 존중의 의미로 쓰는 존댓말에 대해 설명해주면 이해한다. 


처음 불어를 배울 때는 불어는 한쪽이 존댓말을 쓰고, 다른 한쪽은 반말을 쓰는 관계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줄 알고, 평등의 언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기에서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께는 친하더라도 존댓말을 존중의 의미로 유지하고,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는 선생님은 친근함의 의미로 반말을 쓰더라도 제자들은 존댓말을 유지한다. 


사실 프랑스에서 아직도 이 반말과 존댓말을 선택하는 것과 반말을 시작하는 타이밍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반말로 서로 같이 말하자고 상대방이 이야기해주면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


프랑스 영화에서 연인관계가 발전할 때, 이 반말을 언제 시작하느냐를 보는 것도 재미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또 반대로 한국 드라마를 볼 때 가끔 불어자막으로 보는데 인물 간의 관계 설정에 따라 불어식 반말, 존댓말로 번역된 것들도 흥미롭다.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에서 만난 티베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