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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망 Apr 12. 2024

‘파리지앵’이 사투리라고?

앵? 

‘파리지앵’. 이 단어를 들으면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도 파리의 센느강변을 걷는 매우 세련된 옷차림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는, 매우 세련된 단어이지 않은가.  


하지만 ‘파리지앵’이라는 이 발음 그대로 프랑스 사람들에게 말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먼저 마지막 발음 ‘앵’에 대해 이야기해봐야 한다. 한국에 번역된 프랑스어들은 ‘en’이나 ‘aint’의 발음을 보통 ‘앵’ 발음으로 표기하고 발음한다. 


Parisien 파리지앵          

Mon Saint michel  몽생미셸 


하지만 프랑스인들과 말할 때 이 발음으로 말하면 잘 알아듣지도 못할 뿐더러 만약에 알아들었다면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앵’발음은 프랑스 남부지역 사투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유학생활 초반에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어학을 할 때였다. 선생님이 나보고 어디에 사느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사는 곳에는 saint 라는 단어가 있어서(영어식으로는 세인트, ‘성자’를 뜻한다. 프랑스의 거리는 성인의 이름을 딴 곳이 많다.) 한국식으로 saint 를 ‘생’이라고 발음을 했더니, 전혀 알아듣지 못하셨다. 나중에 지도를 보여주니 선생님은 ‘쌍’에 가까운 발음을 하면서 내 발음을 교정해주셨다.   


어학 선생님께 ‘앵’ 발음은 불어에 없는 거냐고 재차 확인을 하니, 프랑스어 표준발음에는 없다고 했다.

우리 한국인들에겐 매우 세련된 단어였던 파리지앵이 사투리였다니! ( 프랑스 표준발음으로는 ‘파리지앙’에 더 가깝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남부지역 출신 프랑스인들의 ‘앵’ 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로 “ 좋아요!” 는 “C’est bien! - 쎄비앙" 인데, 남부지역 사람들은  ‘쎄 비앵’이라고 발음한다.  파리에 수학여행으로 놀러온 프랑스 중학생들이 ‘쎄 비앵’을 외치면서 파리 거리를 뛰어다니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은 남부지역에서 놀러와 파리를 처음 보고 흥분한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프랑스 여행을 할 때, 지명이 한국어로 ‘앵’ 발음이 있다면 ‘앙’으로 발음해보면 프랑스인들이 더 잘알아들을 것이다.  예를 들어 몽생 미셸은 몽상 미셸.  


그런데 도대체 왜 한국에서는 ‘앵’ 발음으로 프랑스어가 알려지게 된 것일까. 한국에 처음 와 정착을 한 프랑스인들이 남부출신이 많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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