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etoque는 중국인들을 비하하고 경멸하며 부르는 우리나라식으로는 ‘짱개’에 가까운 단어다.
France 5 사이트에 가면 회원 무료가입만 하면 볼 수 있는데 불어로만 나와있어서 한국사람들에게 함께 공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불어가 되시는 분들은 한번 들어가서 보시길 추천드린다.
다큐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들(프랑스에서 태어나거나 입양된 프랑스인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계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입 입양인도 있었다. )
먼저 그들은 프랑스 사람들의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된 인식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개 같은 이상한 걸 먹는다, 눈이 찢어졌다,
조용히 숨겨져 있다. 뭔가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 같다.
수학을 잘한다. 일만 너무 열심히 한다.
아시안 여성은 가정적이고 나긋나긋하며 잘 웃고 순종적이다.
(특히 중국인들은) 우리 프랑스인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돈 많은 사람들이다.”
아시아인 차별은 프랑스 사회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아시아인들은 보통 인종차별적인 폭력을 당해도 웬만해서는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에 정착한 1세대들은 보통 2차 세계대전 이후 난민 자격으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많았고, 최우선적으로 프랑스 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었기에 그런 차별적인 언행들은 그저 참고 조용히 넘어가야만 했다.
다큐에도 베트남 이주 1세대 부모님에게 2세대 자녀가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 아빠도 아시아인이라고 안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어?” 아빠가 대답한다. “ 그럼 많이 들었지. 근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남들이 뭐라 하건 우리는 여기 살아야 했으니까.”
베트남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정착한 이 부모님들은 베트남에서는 집에 가정부를 여러 명 두고 일했었을 만큼 매우 부유한 계층에 속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을 피해 자녀들을 데리고 이곳 프랑스로 온 것이다. 지금 2세인 딸은 프랑스 방송국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다큐는 공교육에서 다뤄진 잘못된 아시아인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2017년에 한 프랑스 유치원(프랑스는 유치원교육이 공교육이다)에서 가르치던 노래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 챙이 앉아서 쌀을 먹네. 챙의 눈은 작네 히키키
Chang est assis Il mange du riz
Ses yeux sont petits
Riquiquis
챙이 나에게 웃으며 물어보네 리치 먹을래?
Chang me sourit
Quand il me dit “ Veux-tu goûter à mes litchis?”
너는 흔들리는 배에 있네
T'es dans ton bateau qui tangue
너는 슬리퍼를 신고 발이 아프네
T'as mal dans tes tongs.
너는 오랑우탄을 보네
Tu vois des orangs outangs.
너의 머리는 핑퐁핑 (프랑스어로 탁구는 ‘piong pong핑퐁’이다)"
Ta tête fait ping pong ping
선생님과 모든 아이들이 이 노래를 신나게 다 함께 부르는 자리에 아시아인 아이가 있었다는 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눈이 작은 아시아인은 밥만 먹고 슬리퍼만 신고, 오랑우탄이 사는 정글에서 흔들리는 배를 타며 산다.” 서양인들의 전형적인 아시아인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노래가 2017년도까지 프랑스 유치원에서 불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어렸을 때 칭총이라고 놀림받으면서 따돌림받았다던 아시아인들의 인터뷰와 이러한 노래들은 그들의 어릴 적 환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노래는 방송을 타면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이제는 다행히 유치원에서 없어졌다고 한다.
다큐는 아시아인 차별의 역사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19세기 때 서양세계를 위협하는 중국의 이미지가 아직까지 계속된 오고 있다고 말한다. “황색 위협”은 이때 등장한 단어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에 프랑스 언론에서 이 단어를 사용해서 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또한 특히 아시안 여성들을 백인 남성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이미지로 서양 미디어에서 소비했던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몰래 부를 축적하는 중국부자들의 이미지 때문에 2016년에는 파리의 차이나타운에서 살인사건도 일어난 적이 있다. 이때 처음으로 프랑스 거주 중국인들이 중국인차별에 대항하는 시위를 했다.
코로나 사태 때 길거리에서 이뤄진 물리적 폭력과 사이버상에서 아시아인들을 협박했던 사건들도 다뤘다. 특히 사이버상에서 험한 글( 아시아인들 미성년자들을 찾아내 성폭력해야 한다는 등의 협박글 등)을 쓴 사람들은 벌금형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의 명문대 시앙스포(프랑스 정치대학) 출신과 좋은 집안의 프랑스 젊은이들도 많아서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다큐는 이제 프랑스 사회에 각자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정착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드래그퀸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프랑스인의 무대를 보여준다.
이 다큐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시아계 ‘프랑스인’들의 이야기만을 다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아시아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살면서 일상에서 경험하는 물리적 폭력이나 차별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지 않았다. ( 길거리에서 돌을 맞는다던가 소리를 갑자기 지른다던가 하는 폭력들 )
또한 현재 아시아가 유럽에 비해 얼마나 빠른 발전을 이뤄냈는지, 또 그 문화적 발전 속도의 갭차이로 인한 인식의 오류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또한 ‘아시아’의 개념이 얼마나 폭넓은 나라들과 문화를 포함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 다큐에 등장하는 베트남 이주민 1세대가 프랑스에 겨울에 도착해서 ‘눈’을 처음 봤다는 서정적인 인터뷰를 하는데 바로 결국 똑같은 오류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전히 한국에 혹독한 겨울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주류 프랑스 미디어의 아시아에 대한 시각은 아직도 여전히 2차 세계대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재 K팝과 한국드라마를 통해 또 아시아에 여행을 다녀온 프랑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아시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기고 있기는 하다. 젊은 세대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이긴 하지만 주류 미디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 다큐를 보면서 중국인이라고 욕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 앞에서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강조한다는 건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수의 프랑스인들에게는 아시아인은 중국이 대표하는 하나의 무리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했고, 또 한편으로는 아시아인 차별 문제를 이 프랑스에서 대항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인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