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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망 Aug 25. 2022

프랑스 대학은 정말 평등한가

프랑스의 엘리트 교육

한국사람들은 프랑스의 교육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입시경쟁을 프랑스 대학 평준화와 비교하며 프랑스를 이상적인 교육의 나라라 여긴다.


프랑스의 대학은 파리 1 대학, 2 대학 , 3 대학 같이, 번호로만 매기고, 학교 간에 평등하고,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편하게 갈 수 있지 않냐며, 입시경쟁 지옥의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곳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프랑스의 일반 대학교를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수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바칼로레아’ (고등학교 졸업시험)를 합격만 하면, 대학을 가는 것은 한국만큼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학벌 걱정도 없는 정말 평등하고 이상적인 사회인가. 아니다. 소위 SKY 같은 학교 레벨을 따지고 싶어 하는 한국사람들에게 말하자면, 프랑스도 그 레벨이 존재한다.


프랑스에는 그랑제꼴 (Grandes Écoles)이라는 한국과는 다른
 엘리트 코스가 완전히 따로 있다.


프랑스에는 그랑제꼴 (Grandes Écoles)이라는 한국과는 다른 엘리트 코스가 완전히 따로 있다. 그랑제꼴은 ENS(고등사범학교), HEC Paris, (파리 고등 상업학교), ENA (전 국립 행정학교 - 지금은 없어졌음) , Siences Po (파리 정치대학) 등 소위 ‘엘리트 대학’이 아예 따로 존재한다. 경영, 기술, 정치 등 분야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며 현재 220여 개의 그랑제꼴이 프랑스에 공식 인증되어 있다.

https://www.cge.asso.fr/  프랑스 그랑제꼴 총회


프랑스의 위대한 학자들, 기업가들, 정치가들이 모두 이 그랑제꼴을 나왔으며, 각 학교마다의 연대감이 매우 세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 파리에서 스타트업 준비하는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랑스 사회’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기자 출신이었던 프랑스인 강사가 일반 프랑스인들은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해 신물을 느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엘리트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행정관료를 양성하던 ENA(전 국립 행정학교, 스트라스부르 소재)는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번에 없어졌다. ENA 출신이 고위 공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크롱 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모두 바로 이 ENA 출신 대통령이다. 파리 정치계 입문을 위해서는 바로 시앙스포 -ENA를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 올해 1월부터 ENA는 이름이 바뀌어 INSP(공공서비스 국립연구소)로 운영되고 있다.


그랑제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통 2년의 프레빠(prépa)라고 하는 준비과정을 따로 거쳐야 한다. 준비하는 학교에 따라 준비기간과 준비 방법이 달라진다. 이 기간은 한국의 웬만한 입시경쟁과도 다를 바 없이 매우 치열하다. 2019년 파리에서 그랑제꼴을 준비하던 학생이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그랑제꼴 준비반, 심각한 스트레스에 놓인 학생들 "국가의 엘리트를 만드는 이 기관들은 종종 학생들을 자살로 몰아넣는다."


한국은 모든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놓고 모두 명문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경쟁한다면, 프랑스는 1-3등 정도를 따로 떼어서 치열한 경쟁을 시켜 또 다른 엘리트 사회를 만드는 구조다.  프랑스에 살다 보면, 어떻게 보면 여기가 사회적인 클래스를 한국보다 더 뚜렷하게 나누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은 모든 학생들의 목표는 명문대이며,  그 목표에서 멀어질수록 심리적 패배자가 되는 구조라면, 여기 프랑스는 학생들에게 엘리트들만의 경쟁구조에 들어갈 선택권을 주고(물론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도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경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준다. 적어도 나머지 학생들은 한국만큼 전국 대학 줄 세우기에 평가당하지는 않는다.


프랑스 초등학교 교사인 프랑스인 친구에게 들은 말인데 한동안 프랑스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학구열을 높일 수 있는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는 모든 학생들이 그랑제꼴에 갈 생각은 없으니, 한국보다는 학생들이 학습욕구가 너무 뒤처지기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한국은 프랑스의 교육을 선망하는데 프랑스에서 한국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니. 서로 각 문화에 따른 교육시스템과 사회적 영향을 잘 모르니,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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