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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망 Aug 31. 2022

이케아에서 만난 프랑스 소녀

2년 전쯤 프랑스의 이케아에서 물건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한 프랑스 백인 여성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사람이신가요?”
Est-ce que vous êtes coréens?


프랑스 이케아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다니!  반가운 마음에


“ 네, 우리는 한국사람입니다. “ Oui, on est coréens.이라고 대답했더니,


“제 딸아이가 저기에 있는데 한국문화, 한국음식에 요새 완전히 빠져 살거든요. 한국인들을 보고 지금 너무 흥분을 했는데 혹시 제 딸아이에게 말 좀 건네주실 수 있어요? “


그 어머니의 손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이케아 가구들 너머로 귀여운 프랑스 여학생이 우리를 수줍게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엄마 옆에서 흥분 모드로 계속해서 “저기! 저기! 한국사람들이에요!”를 외쳤을 것이다. 어찌나 엄마를 괴롭혔는지 엄마의 말투에서 ‘제발 우리 흥분한 딸 좀 진정시켜주세요’가 느껴졌다.


우리 앞에 드디어 선 프랑스 소녀에게 너무 반가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외치자, “ 안녕하세요”라고 수줍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프랑스 아그노에 살고 있다는 그 여학생은 중학생이었다.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가 전부라고 했지만, 떡볶이를 너무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에 요새 푹 빠져있다고 했다. 우리와 사실 별 특별할 거 없는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 여학생은 너무나 행복해했다. 어머니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매우 고마워하셨다.


헤어지고 나서도 한참을 어린 남동생과 우리를 멀리서 엿보는 그 학생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프랑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문화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것을 현실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제 지금 나는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기에 한국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특히 10대들 사이에서 한국문화가 얼마나 쿨하고 멋진 유행 중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케아에서 그 아이를 만났을 때는 10대들 사이에서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었다.


우리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냥 한국인일 뿐인데
이렇게 프랑스 아이들이 흥분을 하다니.


물론 100 % 의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을 모두 알고, 한국을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 비슷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 지겨운 질문을 들어야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인이라고 했을 때, 본인들이 본 드라마를 이야기하며 한국 드라마가 너무 재밌고, 한국음식이 너무 맛있다는 칭찬을 꼭 하고, 우리 딸이, 아들이 한국 문화에 미쳐있다는 얘기까지 곁들인다.


K pop , 드라마 등 한국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프랑스언론 les echos 기사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파도는 매우 매력적이다."

우리 동네 안경점 직원, 병원 검사소 직원 등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프랑스인들도 이제 한국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다. 10년 전 내가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시절과는 사뭇 정말 다른 분위기이다.


우연히 한 유튜브 채널을 봤는데 국가 유사성 지수라는 것이 있고 한국과 가장 비슷한 유럽 국가 중 1위가 프랑스라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을 더욱더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

* 유튜브 채널- 지식브런치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YjlqWwXWoo

한국문화전문 프랑스매거진, "8월 15일: 한국의 광복절"에 대한 기사


이제 단순히 미디어에서 많이 봤을법한 K pop을 사랑하는 어린 소녀들만이 아니다.

이제 다양한 연령대에서
다양한 자신만의 영역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문화를, 한국음식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윤동주의 시를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30대의 D, 은퇴 후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번역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50대의 V, 한국에 가본 적도 없지만 한국문화에 빠져 한국전문 분식점을 차린 20대  B와 A 등 내가 만나본 프랑스인들만 해도 모두 다양한 ‘한국과의 본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어를 쓰지 않으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던 도도한 이미지의 프랑스인들, 도대체 왜 한국을 이렇게 사랑하는 걸까?


프랑스인들은 사실 정해져 있는 틀을 깨는 것을 무서워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아주 꺼린다고들 한다. - 프랑스인들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정작 본인들은 새로운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너무 사랑하고, 한국의 매운 음식들을 매우 잘 먹으면서 자기 주위의 프랑스인들은 원래 새로운 도전하는 걸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한다.  


어쩌면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삶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데 열정적인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듯,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 위 기사 출처

https://altselection.com/15-aout-journee-nationale-de-la-lib

https://www.lesechos.fr/weekend/spectacles-musique/k-pop-serie-tech-les-7-piliers-du-soft-power-sud-coreen-139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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