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트 Aug 23. 2015

영국이야기_2 / Borough Market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가보고 싶던 별표가 한 가득

가방 하나 받아보자고 비행기표를 끊긴 했는데 막상 가자니 어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나름 세번째 가는건데, 겉만 슥 훑어보고 온다거나 누구나 다 가는 그런곳만 가는건 성에 차지 않았다.

SNS를 이럴 때 안쓰면 언제 쓰겠나 싶어 도움 요청.



스코틀랜드와 Straford Westfield 빼고는 추천받은 모든 곳을 갔다 온 것 같다.

본인이 가는 것이 아님에도 이리저리 자세히 설명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잠깐이나마 자신들이 갔다온 그때를 회상하며 써줬으려나



우선은 런던 정취도 느낄 겸 피카디리 서커스에서 옥스포드 서커스에 이르는 쇼핑거리 휘적휘적

황량하면서도 평화로운 카우나스에 있다와보니

런던은 마치 서울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수퍼드라이가 영국브랜드인건 꽤 신기했었는데.

런던이라고 하면 고풍스러운 건물들 틈에 있는 빨간 우체통, 빨간 버스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데

이게 다 의도적으로 빨간색을 돋보이게 하고자 의도된 것이라 한다




유럽에 살면서 다른 유럽국가를 여행하는 가장 큰 장점으로는

캐리어 하나 없이 백팩만 하나 메고 출발해도 된다는 것.




여행이야 일정을 길게 잡아야 열흘 남짓이니,

신중히 골라 건네봤자 그 사려깊음을 알아주지 않는

선물 따위만 별로 사지 않는다면 질질 끌어야 하는 캐리어는 크게 필요가 없다.



3 스토어에서 파는 심카드가 영국 뿐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작동하기에 재고문제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써본 친구 말로는 다른 나라에서는 너무 느려 못쓰겠다더라.

덕분에 항상 두 손이 자유롭고, 그로 인해 느끼는 해방감은 생각보다 꽤 크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길을 가다가도 눈에 들어온 것은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탓에

한 손이라도 묶여있으면 답답하더라.




그래서 자꾸만 흘러내리는 숄더백보다는 안정적인 백팩이 좀 더 편하고,

목이나 어깨에 거는 것은 DSLR 하나면 충분하다.



라코스테 니트. 너무나도 사고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스백을 고집하는 건,

덜 관광객스럽고 싶어서


나이키 보고 광대 승천 중

두 번째로 유럽에 왔을 때는 어렸던 만큼 겁도 많아 하얀색 복대를 항상 차고 다녔었다.

복대에는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여권이라던가 유레일패스, 그리고 여행자금 절반 등이 두둑히 들어있었고 덕분인지 너무나 추웠던 유럽의 겨울에서도 아랫배 만큼은 견딜만치 따뜻했었다.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버로우마켓

지금 와서야 생각해보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살 때도

Just a moment를 읊조리고서는 바지춤을 뒤적거렸던 모습이

민망하기도 하고, 어렸을 적이라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고.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게 하나 있다면,

 사진에 이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에 부렸던 옷 욕심.



다른 친구들은 유럽의 추운 겨울 날씨를 걱정하며

오리털 가득히 부풀어오른 패딩이라던가 점퍼같은 것들을 챙겨 갔지만,

내 외투라고는 검은색 코트가 전부였고 도저히 못견딜것 같으면

안의 옷을 껴입자는 생각으로 검은색 두터운 내복을 챙겨갔었다.



딸기가 맛있으니 먹어보라며 몇 개씩 권해주던 인심좋은 아저씨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지독히도 추웠던 날씨에,

가져갔던 내복은 돌아와보니 엉덩이와 허벅지에 보풀이 가득할만큼 제 기능을 다하고 명을 다했다.



섹시하게 누디진 입고서 장사하신다

그래도 그 때의 사진을 들춰보면 다른 이들보다는

'저 관광객입니다'라고 말하는 정도가 흐리니 잘한 선택이었구나 싶다.



야채, 과일, 고기, 치즈, 커피 등 안파는게 없는 버로우 마켓. 먹을거리부터 시작해서 없는게 없다. 토요일날 가는게 가장 좋다고.

실은, 찍혀진 사진이 어떻다기보다

덜 여행객스러운 모습과 마음으로 잠시나마 머무는 곳곳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인종이야 다르지만 다른 이들의 일상에

관광객이라는 명목으로 침입해 일그러트리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의 일상을 소박하게 담아내고 싶은 것 뿐이라서.




뭘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까 방황

설령 그때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더라도 지금이 그렇다.

런던 아이와 빅 벤의 야경이라거나 루브르의 피라미드 같은 것들은

이미 한 차례 셔터를 거쳐간지 오래고,



셀카봉에 인사해주던 예쁜 영국 소녀

그것들이 다른 이들의 것을 답습해보기 위함이었다면

이제는 오롯이 내 것일 수 있는 기억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니까.




한 손으로 들기에는 살짝 버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면

관광객이라는 이유와

사진을 찍으려 한다는 이유로

놓쳐야만 하는 순간들이 생기는데



솔트 비프 샌드위치인데, 장조림 샌드위치 같은 느낌. 다른 걸 먹는 것을 추천.

렌즈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인지하는 순간

행동에는 어색함이 끼어들고,

고개를 돌려 외면해버리는 일이 다반사이기에.



멀리보이는 저것은 아마도 세인트폴 대성당

그래서 한 번은 눈에 장착하는 카메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꽤 오래 해본 적도 있다.



물론 허락도 받지 않고 다른 이들의 시간을 잡아대는 것이 당당하기만 한 일은 아니지만서도,

기왕하는 도둑질이라면 왔다갔다는 아무런 흔적 없이 해내고 싶은 욕심 같은 것.



카메라야 접어서 다닐 수도 없으니 체념하고

겉모습이라도 덜 관광객스럽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

패딩대신 코트를 입고 형형색색의 운동화 대신에 부츠를 신어 버릇한다.



그래봤자 얼굴이 전형적인 동양인임을 숨길 수 없지만,



시절이 좋은 덕에 모든 인종이 얽혀 살아가니 관광객으로 인식하지 말아달라 슬며시 바라보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이야기_1 / 루튼 공항, 날씨 맑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