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펼쳐진 마법 같은 일
대망의 해리포터 스튜디오 가는 날
예전에 유럽여행을 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곳이기에 꽤 기대가 컸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런던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Watford Junction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버스야 따로 예매하지 않아도 되지만 왕복 2유로 정도의 현금으로 티켓을 현장 구매해야 하니,
걸어가고 싶지 않다면 미리 동전을 챙겨놓을 것.
스튜디오 티켓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매하면 된다.
외국 여행 시 확인 메일 주소는 되도록 Gmail로 하는 게 좋더라
한국 메일의 경우 가끔 누락돼서 필요한 서류가 안 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성수기에는 한정된 인원이 빨리 차는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미리 해야 마음 편하다.
로비로 들어가기 전 키오스크에서 예매번호를 입력하고 티켓을 발권받으면 된다.
소설 속 모습 그대로였던 어린 해리
이제는 골격이 장대해져 사실 조금 부담스럽다.
내 이야기는 아직 듣고 싶은 이들이 있으려나
해리의 나름대로 아늑한 보금자리
가장 먼겨 반겨주는 곳인데, 어린 해리가 떠오르면서 뭔가 정겨운 느낌을 잔뜩 줬다.
줄 서는 와중에 거쳐가는 곳이기에 사진 찍기가 쉽지 않으니 준비를 바짝 해둘 필요가 있다.
정해진 인원이 입장하고 나면 잠시 네모난 방에 가둬둔다.
이 때 사방에 여러 언어로 된 해리포터 포스터가 나오는데, 잘 기다리면 한국어 포스터도 찾을 수 있다.
탄식을 내질렀던 오프닝
스크린에 앉아서 영상을 보며 시작하는데, 이건 정말 가서 직접 봐야만 한다.
저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는 선착순으로 두 명에게만 제공하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빠르게 손들 것.
사실 이곳에서 기록한 사진들에 대해 고민을 꽤 했다.
스크린 너머로 보아왔던 것들을 실제로 만나보기 위해 가는 발걸음이니만큼
스스로 기록하는 것은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었지만,
어린 시절, 그 많은 시리즈의 책들을 읽어가며 키웠던 상상의 나래들을
스크린이 아닌 실제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직접 보아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곳의 신기함이나 즐거움 같은 것들을
아직 가보지 않은 이에게로부터 앗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그래도, 어쩌면 가볼 기회가 닿지 않는 이들에게는
나름 즐거운 눈요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덤블도어의 사무실은 비밀통로로 숨겨져 있는데,
이 그리핀 석상을 통해서 갈 수 있다고 한다.
잘 보면 저 뒤에 덤블도어 할아버지가 한 분 더 숨어계시다.
단순히 전시만 되어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체험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퀴디치 같은 경우도 빗자루에 타고 가상화면을 통해 직접 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것도 있고,
해그리드가 운전하던 하늘을 나는 스쿠터나, 자동차도 타 볼 수 있고,
마법을 배워 볼 수도 있다.
물론 뭔가 번쩍하고 나가진 않지만,
정확한 자세와 함께 마법 주문을 힘차게 외쳐볼 수 있는 기회.
아늑한 론네 집
마법사 집안 답게 모든 집안일이 마법으로 이뤄지는 걸 보여주는데,
칼질과 접시닦이 정도밖에 못하더라
가이드가 처음에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신기함에 정신이 팔려 있다 보면 못 듣는 정보들이 있는데
첫째, 엄청난 규모로 전시되고 있는 스튜디오 내부에 7개의 골든 스니치가 숨어있다.
해리가 죽을 각오로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잡아대던 황금색 공이니만큼,
해리와 같은 마음으로 두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는 재미.
둘째, 원래는 아이들에게만 제공하는 것이지만 성인들도 자꾸 조르면 결국 주는 해리포터 여권.
줄거리 별로 진행되는 전시관을 따라가다 보면, 각 스토리마다 하나씩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다.
직원에게 애써 받아낸 여권을 펼쳐 스탬프로 가득 채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여권은 기념품샵에서 팔지도 않고, 직원들이 가방에 숨겨놓고 있으므로 직원이 보일 때마다 조르는 게 좋다.
여권 없냐고 물어보자 아이들에게만 준다고 그러길래,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니 마지못해 꺼내 주던.
넋 놓고 구경만 하다 마지막 전시관에서 받으니, 사려 깊게도 그 이전의 스탬프들을 다 찍어놨더라.
아마 뒤늦게 받은 아이들이 마음 상해하지 않도록 해놓은 배려인 듯 싶었다.
스튜디오를 크게 나누면, 실내 전시관 두 개와 야외 전시관 하나가 있는데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첫 실내 전시관을 지나면 버터비어를 비롯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바깥으로 간단한 야외 전시관을 지나면 두 번째 실내 전시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버터비어를 파는 곳에서는 직접 싸온 음식들을 먹어도 괜찮다.
버터비어를 먹어보고는 싶었지만, 워낙 악평이 많고 가격도 꽤 비싸길래 먹지 않았고
그 대신, 민박집에서 아침 일찍 바리바리 챙겨온 샌드위치와 김밥을 친구와 나눠 먹었다.
돌이켜보니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데,
약간의 아쉬움
해리 부모님이 볼드모트에게 공격당했던 집도 있고
실제로 제일 보고 싶었던 체스판 말들도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한 자세로 위용을 뽐냈다.
최근 사진을 찾아보니, 더 이상 지루하게 일렬로 나열되어 있지 않고
체스판까지 만들어져 그 위에 올라와 있더라.
첫 번째 실내 전시관은 스토리를 중심으로,
마치 호그와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두 번째 실내 전시관은 특수효과와 분장 같은 기술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어
실제로 해리포터 시리즈가 어떻게 영화로 구현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충격적이었던 해그리드 머리
'해그리드는 실제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구나'라는 오해도 잠시, 설명을 읽어보니
로비 콜트레인이라는 해그리드 배역의 배우 얼굴을 본떠 만든 것.
해그리드의 액션 장면이나 와이드로 잡히는 장면에서 스턴트맨들이 쓰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격정적으로 움직여주긴 했지만 무언가 기대보다 미흡해서 당황
날갯죽지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타 보고 싶은,
정감 가는 그리핀을 지나면
말도 안 되는 디테일로 가득한 다이애건 앨리
마법 지팡이부터 시작해서, 해리의 부엉이까지 호그와트 입학을 위한 모든 것들을 사던 곳.
다이애건 앨리 세트는 시리즈 중간중간 자주 등장해서,
전시를 하다가 촬영을 위해 다시 옮겨가선 수정이 되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을지 감히 가늠도 되지 않는 도면들
해리포터 스튜디오와 함께, 해리포터 팬들이 영국에서 꼭 들르는 또 다른 장소가 있는데
호그와트 행 기차를 탈 수 있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이 있는 King's Cross 역
King's Cross 역에 가면 9와 4분의 3 승강장 앞에서 그리핀도르의 스카프를 휘날리며
승강장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인데,
이제 해리포터 스튜디오에도 그 역이 만들어져 굳이 그 곳에서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실내 전시관의 막바지
종이로 만들어진 호그와트 성의 모형들과
호그와트 내부의 모습들
다이애건 앨리까지
감탄을 금치 못할 수준의 디테일을 가진 미니어처에 놀라며
이제 출구인가 보다 하고 들어간 곳에서는
진짜 호그와트가 펼쳐져 있었다.
제작자들의 의도에 철저히 놀아난 기분.
미니어처를 보며 신기해하던 이들의 뒤통수를, 아니 앞통수를 정면으로 다가와 크게 한 방 치고 가는 느낌.
이곳에 들어선 것 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
낮과 밤을 반복하며 바뀌는 조명과 그에 비치는 성의 웅장함에 매료되어 십여분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 공간
지팡이가 담긴 상자마다 새겨져 있는 이름이 모두 다르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찾아보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들 눈 뒤집어지는 지팡이 가게.
사 가봤자 진짜 쓸모라고는 하나 없고 짐만 될 걸 뻔히 아는데 너무 사고 싶어 진다.
살다 살다 나무 막대기가 이렇게 사고 싶어 보기도 처음.
개구리 초콜릿도 있고, 학과 배정을 해주는 모자도 있었지만
가장 갖고 싶었던 건
요 영롱한 금속 체스판
어마 무시한 가격과 운반 방법이 없는 탓에 포기해야만 했지만
언젠가는 사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꼬박 하루 일정을 잡았고,
꽤 많이 걸어 다닌 탓에 기차에서부터 피곤이 몰려왔다.
단백질로 에너지 보충을 하고자
스테이크로 유명해 늦게 가면 줄을 서는 FLAT IRON 방문.
해리포터 스튜디오의 기념품 가게에서 족히 한 시간은 구경을 하며 머물렀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선물해주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비싸다는 이유로 결국 대부분 그대로 내려놓고 나왔는데
괜히 다 돌아오고 나서야 그때 집어 들었던 다이어리나 책갈피 같은 것들이
눈에 아른거려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시 갈 수 없는 곳이라,
그 충동적인 마음들을 꾹 참은 덕에 지금 고급 단백질로 입 안이 행복한 것이겠거니
생각을 고쳐먹었다.
원래 후회는 항상 모든 일이 끝나버린 후에야 얼굴을 들이민다.
아직 바꿔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건 후회가 아니라 기회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