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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트 Jan 20. 2018

파리이야기_3 / 마레 지구

파리가게훔치기_2탄

미세먼지로 누렇게 뜬 하늘만 보다보니 파아란 하늘이 그립다



각종 브랜드 매장이며, 구석구석 맛집이 숨어있는 마레지구



LE MONT SAINT MICHEL



몽쉘미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

푸른 빛 계열의 색감이 주를 이뤘고, 다른 곳에서 본 적 없던 예쁜 우비가 있었다.

비 올 때 안나가면 될 일을, 우비가 이쁘다는 이유로 덜컥 사버렸다.

파리에는 매장이 총 3 군데 정도 있었고, 마레지구 매장이 가장 물건도 많고 크다.



FRED PERRY



옷을 저렇게 거는 건 상 줘야 된다.

옷걸이에 걸어 놓은 니트는 가만있어도 죽어가기 마련이니.












최근에 오사카를 처음 가봤다. 오사카의 유명한 라멘 맛 보다 기억에 남는 건 교토였고, 왜 그런가 되짚어보니 '일본'의 모습이 가장 잘 살아있어서인가 싶었다. 어딜가나 아파트에 고층 빌딩이 그득한 우리나라와 달리, 짧달막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선 하늘이 항상 좀 더 가까이에 있는 곳. 유명하다 줄을 서는 식당도 어지간해서는 대형 매장으로 리모델링을 한다거나, 프랜차이즈 시키는 법이 없는 곳. 


땅이 작고 길거리가 좁으면 앞뒤 짧고 폭이 좁은 차를 타는게 상식 같아도, 큰 차 타고 길을 넓히는게 상식 같은 곳도 있다. 앞뒤가 다른게 그 나라 문화라며 흉보지만, 요즘 세상에 앞뒤 달라도 그정도 친절이면 감사할 따름.




일본이든 프랑스든, 대부분의 나라들이 주어진 환경에 어느정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만 같은데, 이 나라만 유독 옆으로 늘리지 못하면 위로 쌓고, 아래로 파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서 한 번도 못들어본 사람은 없겠지만, 정말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만족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나 실천하는 이는 찾기 쉽지 않다.




실체도 없고 안정성도 없는 동전에 유난히 열광하는 것이 또 하나의 방증. 그 안에는 2030의 절박함이 있고 애환이 있다지만, 그 절박함을 만든 것은 긴 세월 동안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을테다.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동조해왔던 물질에 대한 맹신적인 몰두는 세대나 계층을 막론하고 거행되어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비극이 되기도 했다.




'욕심'이라는 단어에 부정적 속성을 부여할 수는 없으나, 과하면 없으니만 못한 것은 명백하니.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도 없는 NIKE LAB 매장









추리닝 바지를 그야말로 깔별로 파는 재밌는 가게



네가 어떤 색을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프랑스에서는 별로 가격 메리트가 없었던 ALLSAINTS




마레 지구의 '정취' 랄까







LA DROGUERIE 라는 마레지구 크레페 맛집



'짠 맛' 이 있고, '단 맛' 이 있는데 전자는 햄이나 소시지가 들어가 식사대용으로 좋고, 후자는 누텔라니 아몬드 같은 것들이 들어가 디저트로 제격






단 맛 보단 짠 맛으로




2년이 지나 한 번 더 가서 먹었다




잠깐 틈이 나서 오랜만에 인사동에 가보았다. 서울역에서 마주친 외국인 관광객이 인사동에 가는 길을 물었고, 곧 죽어도 걸어서 가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미세먼지 가득하고 가는 동안 볼 것도 없는 길을, 그보다 걸어서 한참을 가야 하는 길을 왜 걸어서 가려는지 이해가 안갔으나 무언가 기대가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인사동을 직접 둘러보고 나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하나 더 생겼다. 그들은 인사동에 왜 오고 싶어했을까. 무언가 굉장히 한국적인 것을 느끼러 왔다면 실망만 가지고 가겠거니 싶었다. 외곽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던 몇몇 가게를 제외하면,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와 연예인 사진으로 만든 기념품들이 관광객에게 손짓했다.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꿀타래에 사람들은 열광했지만, 그게 그들이 기대했던 인사동의 '정취'였는지는 의문스러웠다. 그나마 길 건너 있는 한옥마을이 유일한 탈출구 같아 보였다.




내가 한국인이니 괜히 더 스스로 딛고 있는 이 땅을 아니꼽게 보는 걸 테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니. 그래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유독 심하고 동전 놀음에 한강을 가네마네 하는 모습을 옛 선비들이 본다면 탄식을 금치 못할 일. 스스로를 비롯해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이 요지경 세상에 '만족하는 법'을 전파할 영웅은 어디 없나.


오랜만에 히어로물을 봤더니 괜히 영웅타령.




살아감에 있어서 과하지 않게, 주어진 것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법은 언제쯤 알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이야기_2 / merci, AMI, A.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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