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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Jul 30. 2021

3월에 쓴 편지

근사한 내 친구 정우에게



나는 삶이 유한하고 영원하지 않아서 그저 부질없다고 생각하지만, 정우는 반대로 찰나의 유한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지 잘 아는 애다.


그래서 정우는 흘러가는 하늘을 담고, 작은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어여쁜 것들을 찾는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먼저 포옹을 내어주는 마음을 가진 정우를 보며, 종종 놀랄 때가 많다.


나는 그런 정우를 '근사한 정우'라고 부른다. 그럴 때마다 정우는 그게 자기를 놀리는 말이라고만 여기는 듯하지만, 그건 진심으로, 정우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나의 부러움과 존경이 물씬 배어있는 호칭이다. 그런 경탄을 담아 정우 이름으로 2행시도 지어줬다.


 정우는

 우찌 그리 근사해


정우는 아프다면 아프다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자기 감정에 솔직한 친구지만, 그렇다고 꾀병을 부리거나 과장을 하는 유형의 친구는 또 아니다.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정우를 만났을 때, 정우는 전혀 아픈 얼굴이 아니라서 나는 얘가 아직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환자라는 사실을 자꾸 까먹었다.


정우의 수술한 부위를 퍽퍽 때리면서 웃을 때마다 정우는 그만 때리라며 웃으면서 울었다. 정우랑 놀 때는 항상 웃기고 재밌을 때만 있어서 정우는 그만큼 아파야 할 때가 많다.


우리는 성향이 정반대라 늘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반응하고, 다르게 해석한다. 그래도 서로의 다름을 예측하는 일이 즐겁고 우습다. 요즘은 같은 이유와 같은 감정으로 함께 먹먹해지기도 하고, 킬킬대며 웃느라 눈물이 나기도 한다.


특히 정우는 회복력이 참 좋다. 작년 나와 비슷한 시기에 수술했던 정우는, 재활 초기만 해도 고작 망원동 골목 따위에 쉽게 지치던 게, 요즘은 꼭두새벽부터 해돋이를 보러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하고, 여전히 좋아하는 풋살을 하고, 운동 겸 쓰레기도 주울 겸 날다람쥐처럼 이산 저산을 돌아다닌다.


원체 운동 신경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정우는 자신을 건강하게 챙기고,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줄 아는 친구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정우는 건강한 음식을 차려 먹는 일에도, 치료를 받는 일에도, 마음을 잘 챙기는 일에도, 기꺼이 만족하고 기뻐하는 일에도, 정우는 귀찮아하거나 게으른 적이 결코 없다.


오늘은 그런 정우의 생일! 정우의 오늘이 정우스러웠으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고, 또 좋아하는 것들을 만땅으로 즐기고, 멋지고 아름다운 찰나의 풍경들이 가득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마음과 생각들로 가득한 아프지 않는 그런 하루.


근사한 내 친구 정우,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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