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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Jul 14. 2019

미국을 읽다

:: 브런치X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시즌3가 왔다!

2016년, 가상의 도시 호킨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은밀한 정부의 비밀 실험을 시작으로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던 동네에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거듭 발생한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정체불명의 소녀가 등장하는가 하면, 어느 날 갑자기 한 소년이 사라졌다가, 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시즌 1에서부터 시작된 ‘데모고르곤’이라는 초인적 존재에 대한 공포는 2019년 기묘한 이야기 시즌3에서도 여전히 진행된다. 죽지 않고 또 살아난, 닫히지 않고 또 열려버린 공포의 세계가 이들을 엄습한다. 과연 이들은 이 모든 악몽으로부터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 기묘한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쓰일까?





뒤집힌 세계, 뒤집힌 공식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호러 SF 복고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호러, SF, 복고의 장르 문법과 영웅 서사를 답습하면서도 새로운 배경과 틀을 깨는 접근으로 자신만의 장르를 신선하게 개척한다.


예를 들어 대개 SF 장르의 서사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거나 지구 밖 우주와 같은 미지의 외부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또한 지구를 방문한 미지의 외부인의 방문을 소재로 삼는 것이 기본 틀이다.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는 그 공식을 정확히 반대로 뒤집는다. 이들의 시간적 배경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있다. 이미 지나간 시점의 시간으로 돌아가 ‘던전 앤 드래곤’, 무전기’ 등 익숙하고 친숙한 복고 소재를 곳곳에 섞는다.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 역시 모든 것이 똑같은, 데칼코마니처럼 뒤집힌 업사이드 다운의 세계로 설정한다. 미지의 존재는 여전히 미스터리이지만, 그 시작점은 외부가 아닌 국가와 정부가 배후 한 내부에 있다.






평화로운 세계로, HOME SWEET HOME


이 드라마가 기본으로 삼은 이야기 구조는 영웅 서사 담론이다. 영웅 서사, 영웅 모험담의 마지막 관문은 ‘귀환’이다. 평화로운 세계로 귀환하는 것. <기묘한 이야기>의 목표이자 모든 미국 장르 영화가 가장 좋아하는 결론이다.


이 구조는 은연중에 녹아 있는 미국의 문화 코드다. 평화로운 세계로의 귀환은 인간 누구나의 욕구다. 하지만 미국은 이 종착지를 ‘집’이라는 특정 공간으로 연결한다. 서부 개척 시대, 무법자들의 습격과 약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위험한 상황을 겪어야 했던 미국에게 '집'은 귀환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적으로 개척 이주자들에게 공유지를 부여(Homestead Act)하기도 했다. 다른 대륙에서는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이 벌어지거나 식민의 공포가 이어질 때, 미국의 역사는 내부의 드넓은 광야에서 'home'을 사수하기 위해 지키고 빼앗기는, 세우고 부수는 싸움을 계속해야만 했다.





그런 안전한 집과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추구는 미국의 전반적인 대중문화를 통해서도 여전히 드러난다. 히어로, SF, 호러, 로맨틱 코미디 등 그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이들 서사의 목표는 '안전한 곳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스포츠 역시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축구 스포츠는 미국에서 사실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다. 대신 땅따먹기로 자신의 홈을 넓혀가거나 자신의 홈을 빼앗기지 않도록 수비하는 '미식축구', 반드시 홈으로 돌아와야 경기가 종료되는 '야구'와 같은 경기에 온 국민이 크게 열광한다. 편안한 집을 행한 미국의 DNA가 그들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속에 나타난 가족의 끈끈함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오빠가 혈육을 지키기 위해 악과 맞서 싸우는 핵심 인물로 곳곳에서 등장한다. 유달리 가족애가 강조되는 드라마는 분명 아니지만, 국가와 세계를 위한 싸움이 아닌, 자신의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시즌 1에서 소년 윌은 갑자기 사라진다. 그가 사라지고 난 후, 엄마 조이스 바이어스와  조나단이 윌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워낙 애틋했던 형제 관계와 위급한 가족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세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혈육 관계에 대한 역할과 특징은 기묘한 이야기 속 모든 가정에서 같은 패턴을 띄며 나타난다.

 

초반부의 낸시는 동생 마이크와 그다지 애틋한 사이로 그려지지 않는다. 조연이라고만 생각하며 지나칠 수 있었던 낸시는 친구 바바라의 일을 기점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물론 친구와의 우정이 결정적 요인이 되긴 했지만, 이후 낸시의 역할은 급격하게 도드라진다. 그는 마이크의 누나로서 이들의 무사 귀환에 큰 책임을 지닌 핵심 인물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사건 전개의 핵심적인 도움이 되는  호퍼 서장은, 처음에는 모든 일을 대충대충 처리하는 바지 경찰에 불과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딸을 떠올리며 윌 가족의 상황에 공감하기 시작한 그는, 일레븐의 존재를 자신의 딸로서 받아들인다. 더욱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시점이다.





빌리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껴왔던 낸시와 마이크의 엄마 역시 ‘내게는 가정이 있다’는 이유로 빌리의 유혹을 참아내고, 가족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조이스의 남자 친구 은 친아빠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슈퍼 히어로로 기억된다. 귀여운 감초 역할로만 끝날 줄 알았던 루카스의 동생 에리카 역시 사건 전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로 투입된다.

 

사납고 험상궂은 이복 오빠로 맥스에게 애정이라고는 눈곱만큼 찾을 수 없었던 빌리. 하지만 시즌3은 빌리의 성격이 사실 아버지의 강압적인 방식과 어머니를 향한 충성된 사랑 때문이었음을 드러낸다. 늘 맥스를 남보다 더 못한 취급을 해왔던 빌리는, 결국 악에 맞서 가족을 지켜내는 인물이 된다. 기묘한 이야기의 인물 서사는 모두 ‘가족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설명이 되고 귀결이 된다.





“WE ARE LIVING IN AMERICA”


덧붙여 미국의 컬처 코드를 더 언급하자면, 미국을 이해하는 또 다른 중심 개념, '자본주의'가 등장한다. 미국은 처음부터 자본과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다. 보스턴 차 사건으로 건국까지 이뤄낸 미국의 역사 자체도 그렇다.

 

'내 이름이 미국America야'라고 말하는 에리카는 이러한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는 어떤 부탁에도 쉽게 응하는 법이 없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실리를 따져 이익을 추구한다. 어린 꼬마의 영특한 꾀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구석이지만, 그 작은 몸 안에 깃든 미국의 자본주의가 나타낸다. 실제 <기묘한 이야기>에서의 모든 참상은, 모종의 거래로 인해 심화되기도 했다. 


돈의 욕망이 없었다면, 

자본에 대한 은밀한 거래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전개 되지 않는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배경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이번 시즌은 실제로 공개된 날짜 역시 미국의 독립 기념일에 맞췄다. 더 재밌고 더 흡입력 있는 호흡으로 만들어진 기묘한 이야기 시즌3. 미국을 읽고 미국을 만나는 기묘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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