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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Aug 07. 2019

영화 김복동

:: 꽃으로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해 작성된 리뷰입니다.

  




다큐멘터리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일본 양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불가역적'이라 일컫는 합의를 끝냈고, 일본 정부는 전쟁 국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급급하기만 할 뿐 말 한 마디 사과할 줄을 몰랐다. 피해자는 용서할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데, 가해자는 사과 없는 화해를 강요하거나 자신의 가해를 끝끝내 부정한다. 증거가 살아 있는데 자꾸 증거를 없애려고만 한다. 16살이었던 증거가 23살, 구십넷이 될 때까지. 그렇게 세상을 떠나갈 때까지.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세일러문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하는 악당 요괴 세력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고 마을의 안정을 지켜낸다. 세일러문의 명대사는 '용서하지 않겠어'이다. 착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나타날 때마다, 선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곤란한 상황에 빠지거나, 마을이 붕괴되고 재난이 펼쳐질 때마다 세일러문은 외친다. '용서하지 않겠어許せない.'


혐한을 외치는 일본 극우 세력의 시위에서 이 말이 나왔다. '거짓말쟁이 한국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크고 맹렬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장을 포함해 거짓 역사를 주장하는 한국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에 담지도 못한 말들로  또다른 폭력이 이 도시를 메꾼다. 무엇이 그들을 그런 괴물로 만들었을까. 피해자들의 상처와 진실과 증거가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데, 왜 그들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생각한다. 무엇이 무엇을 용서하겠다는 것인가. 용서란 무엇일까. 진짜 용서를 말해야 하는 이는 누구일까. 이미 헤지고 다친 이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수요 집회는 세계 최장기 시위이다. 자랑스러우면서도 이 슬픈 시위에서 할머니는 말한다. "열심히 싸워주세요. 열심히 싸워 갈 테니까." 소녀의 몸으로 끌려가 아흔 넷의 나이까지 살아간 김복동. 생을 분노와 좌절의 감정으로 맞서 싸운 한 사람의 다짐을 기억한다. 소녀상의 꽉 쥔 두 주먹을 기억하며 그 마음을 이어 받는다.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견뎌내는 학생들의 간절함을 기억하며 흐트러진 자세를 고친다. 진실이 부정되거나 은폐되는 이 때에 남은 내가 끝까지 싸우겠노라고. 당신의 슬픔과 상처를 늦게나마 보듬고 위로하겠노라고. 이 싸움은 그저 일본이라는 국가만을 향한 싸움이 아니다. 진짜 정의를 지켜내기 위한, 은폐되어 가는 진실을 사수하기 위한, 전쟁 범죄 속에서 다쳐간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싸움이다. 꽃으로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치유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소중한 것들이 오래오래 잊히지 않도록.




김복동 OST - 윤미래 <꽃> 가사 中


빈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

꽃으로 다시 피어날 거예요


누군가 꽃이 진다고 말해도

난 다시 씨앗이 될 테니까요


그땐 행복할래요

고단했던 날들


이젠 잠시 쉬어요

또다시 내게 봄은 올 테니까


빈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

꽃으로 다시 피어날 거예요


흙으로 돌아가는 이 길이

때로는 외롭고 슬프겠지만


그땐 행복할래요

고단했던 날들


이젠 잠시 쉬어요

또다시 내게 봄은 올 테니까


빈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

꽃으로 다시 피어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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