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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Feb 15. 2021

거북이가 이길 수 없는 시대

토끼와 거북이. 핸디캡을 가진 약자가 스펙이 빵빵한 강자에게 승리하는 대표적인 스토리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대리만족하고 짜릿함을 느낀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기도 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케이스, 자수성가형 CEO, 고졸 성공신화 등이 대표적이다.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로는 거북이의 우직함, 옳은 방향 등이 꼽힌다. 방송인 이영자는 열등감 부재를 꼽기도 했다. 누가 봐도 상대가 안 되는데 거북이가 경주에 참가할 수 있었던 건 나는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단념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거북이가 이길 수 있었던 주요인은 엄밀히 말하면 '토끼의 방심'이다. 토끼가 방심하지 않았다면 거북이가 열등감 없이 경주에 참여했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우직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뛰어갔더라도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요즘 세대의 거북이들은 더욱 토끼를 이기기 어렵다. 우선 결승선에 달려가는 토끼와 거북이는 많은데 결승선 너머의 자리가 너무 좁다. 토끼들을 모두 수용하기조차 벅차다. 토끼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단 뜻이다.


이런 현실을 매스컴과 어른들의 말을 통해 너무 일찍이 습득한 요즘 세대 토끼들은 절대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토끼마저도 실패할 수 있는 세상이기에 토끼마저도 아등바등 혹시 내 노력이 부족하진 않았나 하며 자아성찰을 반복한다.  

 

취준생 시절, 요즘 세대 사람인 나는 '내가 토끼일까 거북이일까'부터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내가 토끼이기라도 하다면 가망은 있을 텐데. 만약 내가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한 거북이라면 핸디캡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 걸까? 내가 아예 방향까지 잘못 잡아서 잘못된 방향으로 달리느라 오히려 목적지에 더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결승선이 맞는 결승선일까?


주변이 하나둘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참 많은 질문들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갉아먹기도 했지만, 세상의 이치가 야속했다. 애초에 시드가 적다면 수익률 100%가 넘는 좋은 투자를 했더라도 부자를 따라잡긴 어렵다. 그래도 그 적은 시드로도 어떻게든 내 가치를 굴려보려고 노력했고 결국 난 꿈의 끝자락을 겨우 잡긴했다.


사실 아직 매우 목마르다. 나는 지금 내가 꿈꿔온 미래의 100%를 살고 있지 않다. 내가 정말로 가고 싶었던 자리들은 나와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이 차지해 멋지게 해내고 있다. 거북이에 가까운 나로서는 토끼를 방심하지 않게 만드는 요즘 세상이 야속하다. 그럼에도 열심히 짧은 다리로 우선은 달려보는 중이다. 나는 아직 꿈이 있는 거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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