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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Mar 27. 2023

비로소 인정받기까지

<더글로리> 임지연 배우를 보고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배우 임지연은 최근 넷플릭스 화제작 <더글로리>에서 박연진 캐릭터를 연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할 때마다 눈길이 갔던 건 내가 인턴 기자로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인터뷰 한 사람이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그때 들었던 그가 배우가 되기까지의 스토리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임지연 배우 이야기를 들으며 '나랑 참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는 참 적극적이었다. 벌써 10여년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당시 소속사 대표를 직접 찾아가서 "나 배우시켜달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그 소속사와 계약 후 처음 만난 작품이 <인간중독>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모습이 유난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갑자기 임지연 배우를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하게 된 이유는 그가 JTBC 뉴스룸에 나와서 한 인터뷰 내용 때문이다.


그는 배우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10년이 넘는 연기 세월 동안 난 항상 절실했다. '난 왜 타고나지 못했을까, 왜 가진 게 없을까' 생각했다. 조금씩 생기는 자격지심들이 오히려 나에겐 '더 노력해야 돼, 더 집요해야 돼' 생각하게 만들었다. 좌절하는 순간이 찾아와도 항상 생각했던 건 '그래도 연기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의 박연진이란 캐릭터를 만난 임지연 배우처럼, 나도 부서이동을 하면서 새로운 업무를 메인으로 맡게 됐다. 그동안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있었던 나는 비로소 사내에서 "원래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하는 줄은 몰랐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


만 4년간의 회사 생활동안 다른 동기들이 '멘털 강하다'고 인정해 줄 정도로 주어진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다. 팀장이 모든 기회를 동기에게 몰아주었고 나는 자격지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동기는 참 빠릿빠릿했고 나는 상대적으로 느렸다. 내가 가진 '깊이 있는 분석력'과 '꼼꼼함'이라는 장점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을 자꾸 생각하게 돼 마음이 힘들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동기에게 모든 기회가 간다면 나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레드오션에서 내 길이 없다면 블루오션에서 최고가 되자는 마음으로 사내에서 다들 어렵다고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을 뚫기 시작했다.  요령이 없었지만 경험으로 터득했다.


부서 이동 시점과 내가 뚫었던 영역이 부상하는 시점이 겹치면서, 가자마자 날개가 달린 것처럼 성과를 냈고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감회가 남다른 건 부서이동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손이 빠르다"는 칭찬을 받았던 일이다. 같은 부서 동기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느려서 배제당했었는데, 여기서는 빠르다고 인정받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본가에 갈 때마다 "회사 때려치울 거야"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임지연 배우와 내가 비슷하다는 생각은 감히 못할 것 같다. 뚜벅뚜벅 그 길을 담담히 걸어온 임 배우가 더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아직도 힘들고 아직도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사회생활을 통해, 그리고 임지연 배우를 통해 깨달았던 건 "버티는 자가 승자다"라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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