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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Aug 05. 2024

방황하는 MZ

뒤늦게 하는 진로고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장래희망을 확정했다. 당시 나 자신에 대한 자가분석을 토대로 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 꿈을 이룬 지 6년 가까이 됐다. 어찌 보면 평탄한 커리어. 나의 진로 고민도 6년간 진행된 현재진행형이다.


돌이켜보면 아직 좁은 세상 밖에 모르는 중학생 때 흔히들 '꿈'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장래희망을 '확정'한 게 문제였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마치 서동요 기법처럼 "나는 ○○가 될 거예요"라고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선언한 뒤로 그 결심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공부뿐만 아니다. 그 직업과 연관된 대외활동을 스스로 찾아 했다. 선생님들은 생활기록부에 꿈에 대한 나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해 주셨다. 수시에 정말 유리했다. 전공도 장래희망과 밀접한 과를 고집했다. 모든 대학에서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전공이라 내 점수가 아까운 단임 선생님은 과를 낮추고 대학을 안정적으로 합격하길 권하기도 했지만, 내 고집을 꺾지 못했다. 대학생 때도 관련된 대외활동을 하며 이력서를 채워갔다. 완벽한 준비. 현재 회사에 임원피셜 1등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한 뒤 학과 공부와 대외활동을 하며 1학년 때부터 이내 깨달았다. 나는 그 직업과 알고 보면 맞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사람을 많이 만나고, 술을 잘 마시고, 사람을 매료시킬만한 매력을 가졌으며, 세상에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그 직업은 내가 중학교 때 생각한 필수 역량인 작문 및 스피치 능력 그 이상의 역량이 필요했다. 사교성보다 분석력이 더 장점이고, 친목보단 공부를 더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지난 6년이 아까워서. 안 해보고 후회할까 봐. 꼬꼬마 14살 중학생이 세운 인생 계획대로 20살 성인이 목각인형처럼 따랐다. 진로를 틀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를 놓친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한 전문직이나 공무원 등의 직업 말고는 자세한 직무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중학생이 뭘 안다고 확고한 장래희망을 정했을까. 내 성향과 장단점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그 나이에 나는 어떤 근거로 나 자신에 대한 분석을 확신한 걸까. 같은 수능 1등급 학생이더라도 일반고라면 나 자신을 너무 높게, 자사고는 나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하게 될 수 있다는 그 가능성도 그 당시에는 고려하지 못했다.


꿈을 너무 빠른 나이에 확신을 가지고 정하는 건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채널A에서 방영하는 '티쳐스'에 생물학 연구원을 장래희망으로 정한 중3 아이가 나왔을 때 나는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됐다. 과학고를 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말리는 엄마를 다들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추후 어떤 전공이든 선택할 수 있는 일반고가 아닌 과학고에 들어가서 선택지가 좁혀질까 봐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나는 원하던 직업을 갖고 나서야 진로 고민을 시작했다. 역시나 나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핑계겠지만 일하느라, 회사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다른 진로를 탐색하기가 어려웠다. 6년 차인 지금도 매일 진로 고민을 한다. 매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는 그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잠 못 든다. 지금 나이가 가장 어릴 때라지만, 확실히 30을 달면 선택지는 줄어든다. 예를 들면 30대 로스쿨 합격자는 매우 극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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