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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Aug 23. 2024

MZ가 영끌하는 이유

기대보단 불안

"이러니 집값이 안 떨어지지"


내가 결혼하기 앞서 생애 첫 주택 마련을 위해 5억원 대출을 받을 계획을 말하자 돌아온 답. 나와 예비 배우자는 1년에 2천만원도 안 쓰는 짠순이, 짠돌이다. 그 덕에 합쳐서 5억원 넘게 모았다.


서울 아파트를 알아보니 죄다 10억원 이상이었다. 주변 어른들의 '욕심을 버리고 서울 외곽을 찾아라'라는 말과 '절대 서울을 벗어나지 말라'는 조언 가운데 후자를 선택한 결과 5억원가량의 대출을 고민한 것이다.


계산해 본 결과 한 달 원리금+이자가 280만 원 정도였다. 우리 둘 월급을 합친 것의 절반도 되지 않은 규모라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 취급을 받다니. 조금은 억울했다.


집값을 올린 기성세대. 그 탓에 서울 안에서 살기 위해선 젊은 세대인 우리에게 대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른들은 '욕심'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서울을 선택한 건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가 아니라 '앞으로 영영 서울 안으로 진입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이 더 컸다.


금이 그나마 제일 쌀 때라는 말 때문이다. 실제로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지역에서 전세살이로 몸빵을 하면서 이를 체감했다. 내 전셋돈은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낮아지고 있는데, 집주인의 자산가격은 1억원 넘게 올랐다. 주변 아파트 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내 전세계약이 만료된 시점에는 10억원 이하인 아파트가 전멸했다.


아파트여야 하는 이유도 '두려움'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저출생 등 각종 요인으로 집값 하락 우려가 있는 현재 시점에서 그나마 자산 가격 방어가 되는 집은 아파트라고 한다.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영끌족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현재 청약 시 신혼부부 특공 자격은 금수저 출신인 대학원생 또는 백수 또는 연봉 적은 자들만 가능하다. 겉으로는 소득 수준 자격만 존재하지만, 해당 소득 수준을 가진 자들이 서울 아파트를 청약받을 돈이 있을까?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될까? 금수저만 가능하다.


자수성가 고연봉 청년이 갈 곳은 없다. 이런저런 리스크를 제외하면 선택지는 이미 10억원 이상으로 오른 아파트들 뿐이다.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대출을 받아서 갈 수밖에 없다. 배수진을 쳐놓고는 그 방법뿐이냐는 지적은 나에겐 전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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