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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 Mar 27. 2023

다이어트, 작은 성취감에서 시작한다.

일상에서 얻은 성취감이 나를 다시 일으켰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죄송함 외에 나를 다시 일으킨 것은 의외로 아주 작은 습관이었다.


바로 '매일 가족들이 출근 준비할 때 일어나서 잘 다녀오라며 밝게 인사하기'이다.

웃으며 인사하면 인사받는 사람들도 왠지 모르게 웃게 된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이들은 누구와도 대화하려 하지 않고,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물론 그 누구에는 함께 사는 가족들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나도 가족들이 깨어있는 시간을 피해 저녁에 일어나고 그들이 출근할 때쯤 잠자리에 들어 햇빛을 피하는 일상을 지냈다.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은 누워서 잠만 자는 내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그렇게 현실에서 도피하며 내 방 안에 갇혀 지내왔다.


하지만 그런 일상에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8시, 취침을 준비하던 시간에 나는 문득 그러고 싶어서 출근하는 모든 가족에게 잘 다녀오라며 웃으며 인사를 했다. 가족들이 나가야 온전히 행복하고 게으른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영악한데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아침 일찍(나에겐 밤이었지만)부터 방을 나와서 웃으며 인사하는 나를 보고 '보기 좋다.' '이렇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주니 행복하네.' '내일도 인사해 줘.'라며 내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따뜻한 말들을 해주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나눈 그런 따뜻함이 좋아서, 나는 매일 아침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퇴근하고 돌아온 그들을 반겨줄 수 있도록 본래 기상 시간(약 저녁 8시)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거나 잠을 안 자며 깨어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내 일상은 제 시간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가족들을 보내고 나면 혼자 식탁에 앉아 보이차를 내려 마셨다. 차를 우리는 동안은 부엌과 거실에서 빗자루질했으며, 차를 마신 후에는 컵을 씻으며 가족들이 아침을 먹고 싱크대에 담아놓은 그릇들을 함께 씻었다.


어느새 그게 일상이 되어 3일, 1주, 2주를 그렇게 보냈다. 가족들은 그런 내 작은 행동에 과하게 칭찬해 주었다. '덕분에 집이 깨끗해졌다.' '엄마가 할 일이 줄어서 너무 편하네.' '고마워.' 등 오랜만에 내가 자발적으로 한 행동에 칭찬받고 성취감을 느꼈다. 

고맙다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유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때부터 나는 일상에 작은 도전을 하나씩 더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창하고 힘든 도전이 아니라 '일어나면 이부자리 정리하기', '세수하기', '양치하고 자기' 등 위에 언급한 습관들처럼 너무나 쉽고, 누군가는 당연히 하는 일들에 대해 나는 매일매일 도전했고, 그렇게 작은 성취감들을 쌓아갔다.


그렇게 성취감들을 자존감으로 치환하며 지내던 어느 날, 햇볕이 너무 따사롭고 좋아서 오랜만에 밖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누군가에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도전이란 8000m 높이의 산을 등반하는 것, 최고로 어려운 시험에 도전하는 것, 생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겠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며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당시 가장 큰 도전이었다.


그간 너무도 비대해진 내 배와 엉덩이, 여성처럼 살이 붙은 가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이는 모습 등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못난 내가 싫어 밖에 나가길 꺼려왔으나 왠지 그날은 나가서 햇살과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노래를 들으며 걷는 시간이 너무 좋아 어느새 30분을 걸었다. 돌아오는 길이 힘들어 벤치에 앉아 쉬었지만, 그날 나는 많은 것을 해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많은 퀘스트를 해결한 것과 같았다. 물론 그 보상은 이전보다 더 큰 성취감이었다.


그렇게 내 일상 속 작은 도전들에 '하루 30분씩 밖에서 산책하기'를 추가했다.

내 삶이라는 밭에 '주기적으로 운동하기'라는 습관의 씨앗이 심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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