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얼마나 다른 사람을 경험하고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다른 사람을 경험하고 있는가
- 야! 너 이 가방 예진이가 들고 있는 것 보고 산 거라며?
- 아니거든! 나 예전부터 이 가방 관심있다가 괜찮은 것 같아서 샀는데 우연히 걔도 산 거거든!!
말만 들어도 짜증나는 상황이다. 나는 내가 좋아 보여서 선택했는데!! 왜! 왜! 왜!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 매우 불쾌해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이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정치적 판단을 했고, 누구가로부터 설득 당해 물건을 샀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판단이나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가장 주체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더라도 자신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인지하기도 한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인간은 착각의 동물이라고......
자, 그럼 오늘도 조큼은 어렵지만 유익한 시간 가져보자.
(이말인 즉슨, 학자 이름 나오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이 타이밍이 가장 떨린다)
데이비슨(Davison, 1983)이 제시한 ‘제3자 효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디어가 미치는 효과에 대해 그 메시지의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미디어의 영향력을 다르게 판단한다. 기본적으로 매스미디어의 설득적인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설득적 메시지에 나는 설득되지 않고 다른 사람은 설득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아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기를 꺼려한다. 특히, 그 누군가가 매스의 성격을 가지는 대중이거나 미디어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실제로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Fiske & Taylor, 1984). 그것을 인지하는가 또는 인정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 개인의 행동이나 태도, 생각 등은 알게 모르게 타인의 영향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뒤르켐(Durkheim, 1912)은 외부에서 개인의 행위를 강제하는 힘으로써 일반화된 타자들의 집합적인 힘이 존재한다고 봤으며, 미드(Mead, 1934) 역시 일반화된 타자들의 반응에 대해 개인이 적응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일반화된 타자들의 집합적인 힘은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그 범위가 비개인적 타자로까지 확장되었을 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여론조사를 들 수 있다. 여론조사는 일반 대중의 의견이나 경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측정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까지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해 하는 것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집합적 의견에 대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개인이 아닌 ‘다수’ 또는 ‘집합’에 대해서는 지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떠올려 보라. (스스로 여론조사결과에 대해 영향 받는지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또 그 결과에 영향 받을 타인을 걱정하던 자신의 모습을. 매우 익숙하지 않은가. 시청률 수치를 보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이 갔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고백한다.... 저자도 사실 여론조사 수치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가 꽤 있다.
그러니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을 경험하고 있는 당신을 당황해하지도, 부끄러워 하지도 말라.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가 고민할 부분은 어떻게 다른 사람의 경험을 경험할 것인지 또는 경험하게 할 것인지이다.
유 가릿?
다음 시간에는 어떻게 다른 사람의 경험을 경험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이상, 당신의 콘텐츠 경험에 스토리를 더하는 콘텐츠 큐레이터, 서희정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