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X모베러웍스501 노동절 잔치
실물 제품이 없는 플랫폼도 팬을 만들 수 있을까? 플랫폼 마케터라면 브랜딩 방법에 대해 고민해봤을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엔 브랜드 철학·정체성을 담을 실물이 없어서 고객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 브랜딩에서 중요한 건 다른 플랫폼엔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다. 그래야 고객이 다른 곳에 있는 상품이라도 우리 플랫폼에서 구매한다. 다른 곳이 마음에 들고 더 편하면 우리 플랫폼에 올 이유는 없지 않을까?
다른 플랫폼이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원티드는 스타트업 채용사이트로 알려졌지만 원티드는 스카웃 받기, 사이드잡 매칭, 직무 컨퍼런스, 콘텐츠, 익명 의견 등 커리어 전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구직부터 자기계발, 콘텐츠, 의견 공유 등 커리어와 관련된 건 다 원티드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티드는 ‘커리어 여정을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차별화된 경험을 어떻게 선사할까 고민하다가 디지털에서 이루어지던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옮기면 좋을 것 같았다. 브랜드를 경험하는데 오프라인 행사만큼 효과적인 건 없을 것 같았다. 이 시점에서 운 좋게 ‘모베러웍스’를 만나게 되었다. 모베러웍스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점에선 원티드와 비슷하지만 원티드 고객보다 비교적 어린 분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고, 그들을 공감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좀 다르다. 그래서 모베러웍스와 노동절 행사를 같이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절 행사는 5월 1일 노동절에 노동자를 위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행사다. 먼저 원티드의 독립 부스를 만들어 우리 공간에서 웃고 즐기는 사이에 원티드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원티드의 본업은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길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직업소개소’를 열기로 했고, MZ 세대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레트로풍의 이미지를 더했다. 행사 공간인 무신사테라스는 하얀 배경이라 부스가 돋보일 수 있는 원색을 사용했고, 캠코더와 브라운관 TV를 연결해 나름의 포토스팟도 만들었다. 이 포토스팟이 인증샷 몇백 개를 끌어내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직업소개소 행동 강령을 포스터로 만들었다. 노동절의 의미와 실제 원티드가 일하는 방식인 ‘원티드 웨이’도 알려주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내 일은 내가 한다’ ‘책임은 결정한 사람이 진다’와 같은 말은 지금 세대가 보면 당연한 말인데, 당연한 말을 건네는 기존 세대는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행동강령을 통해 원티드도 MZ가 일하는 방식에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 어떤 분은 행동강령 포스터를 사고 싶다고 해서 여분 포스터 하나를 감사한 마음으로 드렸다.
오프라인 행사에 오면 굿즈를 얻어가야 하는 게 국룰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원티드는 디지털 플랫폼이라 실물제품이 거의 없다. 그래서 BX디자이너 최보명님이 굿즈를 하나하나 제작했다. 발가락 양말, 오늘의 처방전, 명함 찌라시까지 3종류를 만들었다.
우리 일이란 게 현장, 사무실, 구분이 없어. 무역업무라는 게 서류만으로, 현장 업무만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 현장에 있을 땐 발에 불나게 뛰어다니고, 사무실에 있을 땐 발에 땀나게 일하는 거고
드라마 미생 대사처럼 실무진에게 발이란 삶의 현장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서 발가락 양말을 귀엽게 만들었다. 부스 상주 직원이 없어도 구매할 수 있게 캔에 담아 자판기에 넣었다.
자판기에서 캔을 뽑으면 포춘쿠키처럼 랜덤 문구가 나오는 ‘오늘의 처방전’도 만들었다. 실제 원티드 앱에서 제공하는 기능이고, 인기가 많아서 만들어보았는데 현장 반응도 좋았다.
원티드엔 많은 서비스가 있는데 이걸 카탈로그로 전시하기엔 재미없으니 직업소개소답게 명함 찌라시로 만들었다. 업무 교습 인강 무한리필 써-비스 원티드 플러스, 부업/투잡 인력 대모집 원티드 긱스, 면접 제안받으실 분! 신용 OK 믿음 OK 원티드 매치업 등 옛날 전단지 감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무엇이든 물어보소’ 상담 프로그램이다. 상담자와 내담자 1:1로 커리어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고 상담자는 원티드의 C레벨 분들, 나를 포함한 실무진분들로 구성됐다. 사전 신청을 받아 한정된 인원만 상담받을 수 있었는데, 현장에 계신 분들도 참여 의사를 밝혀주셔서 행사장 문 닫기 직전까지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갖고 계셨고, 고민을 같이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모베러웍스 공간을 방문한 모쨍이 분들을 원티드 부스로 오게 하려고 에어드랍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행사 첫날에만 몇 번 발송하곤 에어드랍을 보내지 않았다.
1. 노동절 5월 1일에는 1,700명 이상이 방문했다. 모베러웍스를 방문한 분들이 상당수였지만 원티드 입장에선 오히려 좋았다. 원티드의 고객은 대체로 경력직이라 사회초년생, 신입으로의 타겟 확장이 필요했는데 사회초년생의 모쨍이 분들에게 원티드를 알릴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2. 소셜미디어에 원티드가 600건 이상 언급됐다. 보통 브랜드 인증샷에 느낀 점을 서술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기에 의미가 있었다. 그저 형형색색의 부스가 예쁘다는 평이 아닌 직업소개소 기획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감화 등을 남겨주어서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역시 소비자는 똑똑하고 예리하다는 사실도 다시 느꼈다.
1. 일하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고민을 한 곳에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직은 원티드에서 하고, 자기계발은 다른 곳에서, 커리어 콘텐츠는 또 다른 곳에서 소비하는 파편적 형태가 되면 안될 것 같았다. 다른 플랫폼은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 즉, 원티드 안에서 모든 커리어 고민이 해결되어야 원티드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 같았다.
2. 앞으로 하려는 브랜딩 방향이 효과적이라는 걸 확인했다. 행동강령이 바이럴 되고, 발가락 양말이 팔렸듯 원티드가 내미는 가치를 고객 입장에서 와닿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리어 여정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커리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 과정을 더 재밌게 제공할 예정이다.
함께한 사람들
김소희, 김동휘, 최보명, 강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