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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Nov 16. 2023

우리는 왜 결혼이 어려울까

2030 세대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별에 대하여

나는 이별의 아픔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랑의 인내가 부족한 세대가 아닐까. 여기서 지칭하는 '우리'는 내가 속한 대한민국의 2030 세대이다. 우리는 이별을 너무나 쉽게 택한다. 누군가를 만나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헤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많은 이별 소식을 접해왔다. 미혼들의 이별 소식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다가오지만, 기혼들의 이별 소식은 내게 무언가를 시사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A는 신혼 생활을 채 두 달도 넘기지 못한 채, B는 자식이 둘이나 있음에도 이혼을 택했다. 이유는 자신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이나 나나, 우리 시대의 표본이었다. 우리는 자꾸만 이별을 선택하고 있었다.(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혼인 건수는 대략 19만인데 이혼 건수는 9만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 윗세대와도 비교해 보면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의 삼촌, 아버지들의 세대는 결혼 적령기가 20대 초중반이었다. 20대 후반만 해도 늦게 결혼하는 것이었으며, 30대가 넘으면 노총각 노처녀로 불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우리 세대의 결혼 적령기는 30대에 이르렀으며, 40대에 결혼을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보통 결혼 전까지 연애를 계속한다고 쳤을 때, 우리의 연애 경험은 윗세대보다 풍부한 셈이었다. 이는 이별의 경험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주위 어른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곤 했다. 마지못해 산다. 애들 때문에 산다. 의리로 산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물론 자조적인 해학이 담겨있는 말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결혼이라는 선택에 강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봐도 그들에게도 결혼 생활의 애로 사항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타인 두 사람이 만나 함께하는 삶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을 인내할 줄 아는 덕목을 갖고 있었다. 우리 세대와 비교해 보자면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들의 '무지'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우리보다 연애와 이별의 경험이 현저히 적었다.


우리 세대는 이제 연애의 체크리스트도 많아졌고, 상대에 대한 기대치도 까다로워졌다. 여기에 충족하지 못하면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세대의 또 다른 특성이 기재하고 있다. 윗세대는 어려서부터 형제자매와 같은 방을 써오곤 했다. 대여섯 명의 형제들도 같은 방에서 부대끼며 성인으로 자라왔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아기 때부터 '자기만의 방'을 가져왔다. 우리의 방은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을 물리적 공간이었다. 부모님에게도 우리 방문은 '지켜줘야 할 선'이었다. 이는 우리가 정신적, 심리적으로 온전한 나만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우리 세대의 연애와 결혼은 나의 세계를 확고하게 갖고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인 셈이었다. 윗세대는 뒤엉켜 사는 덕목이 있었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인내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덕목이 부재했다. 사랑도 좋지만 자신의 세계를 지키며 함께해야 했다. 서로가 체크리스트와 기대치를 내세우며 사랑을 하기 시작한다. 차트에 상대가 만족을 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별을 택해야만 한다. 자기만의 세계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사랑의 인내'가 부족한 세대인 것이다. 체크리스트와 기대치는 이별의 사유를 논리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이별의 관성뿐이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미디어가 위험할 정도로 우리에게 이별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로 인해 삶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겁먹을 정도로 조명하는가 하며, 이별을 택한 사람들의 이별 사유들을 기피해야 할 판례처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더불어 혼자 자유롭게 사는 싱글 라이프는 쿨하고 멋지게 조명하고 있다. 물론 화목한 결혼 생활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도파민에 중독된 시대, 우리의 뇌리에 남는 것은 행복보다는 자극적 주제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적으로 결혼과 출산율을 장려하려면 방송에서도 조명해야 할 주제들이 극명해진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의 인내가 없고, 이별의 관성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소설가의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leewoo.dem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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