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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Sep 04. 2023

해외생활에 적응이 있나?

 며칠 전 대만 남자친구의 전 회사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었다. 회식 장소는 대만에서 꽤나 유명한 모 훠궈집. 남자친구가 그 훠궈집이 엄청 맛집이라며 계속 호들갑을 떨었다. 나도 꽤나 훠궈 애호가인지라 덩달아 기대를 했다.


 그러나 당일에 알게 된 건 그 훠궈집은 그야말로 '대만사람을 위한 훠궈'집이었다. 대만 느낌 가득한 육수부터 시작해 고수가 듬뿍 들어간 반찬들까지. 물론 어느 정도 맛은 있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말한 엄청난 맛집이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총인원이 5명 정도라고 들었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무려 12명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중국어에, 처음 보는 사람이 열댓 명, 거기다 대만 현지 스타일 식사. 그야말로 기가 쏙쏙 빨리는 자리였다. 처음에는 조금 먹는 시늉을 하다가 나중에는 맥주로 배를 다 채울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남자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맛이 어땠냐고. 잔뜩 기대하는 남자친구의 얼굴에, 나는 잠깐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육수는 나쁘지 않았다고. 


 




 해외생활은 그렇다. 외국인 남자친구가 맛있다고 한 식당이 나에겐 그저 그럴 수 있다. 내 사소한 행동 하나 때문에 질문을 당할 수 있다. 잠시 집중력을 잃는 순간 갑자기 모든 대화가 귀에 안 들어올 수 있다.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해 바보취급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낯섦에 계속 적응하려 노력하는 것. 그 행위를 무한반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해외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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