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좋아해서 특별했던, 그러나 헤어진 음료들
나만 알고 싶었지만
그래서 사라져 버린 최애들
주목받지 않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들은 모두 똑같은 음료를 샀지만, 나의 시선은 언제나 그 옆에 있는 낯선 음료였다. 이것만 고르면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거든.
나만의 개성을 상징했던 그 음료. 문제는 나만 마신건지 이 녀석들이 사라져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늘 마시즘은 언더독 브랜드이자, 우리들의 아이덴티티였던 음료에 대한 이야기다.
사이다들의 대결을 말할 때 '칠성사이다와 킨사이다' 또는 '칠성사이다와 스프라이트'를 말하지만, 세븐업(7-up)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오히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녀석이고, 레몬과 라임의 느낌이 더욱 들어있다. 외국에서는 '사이다'라는 말 대신 레몬라임소다... 를 통칭하는 말로 '세븐업'이라고 부르기도.
이렇듯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탄산음료가 한국에만 오면 작아졌다. 같은 '칠(7)'이라는 성씨(?)때문에 칠성사이다의 아류로 오해받기도 하였다. 물론 덕분에 언제나 할인된 가격으로 세계적인 근본 사이다를 마실 수 있었지만 말이다.
세상에서 주윤발을 제일 싫어할 것 같은 음료수. 유성탄산음료의 원조지만 주윤발의 '사랑해요 밀키스' 한 방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나는 묘한 이름의 뜻을 찾기 위해 이 음료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형들이 알려준 암바사의 뜻은 '암흑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런 암바사에도 한 번의 시련은 있었다. 암바사가 단종되고 '환타 밀크소다'로 이름이 바뀐 것.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에 숨어있는 암바사 팬들 덕분에 다시 암바사로 태어났다. 거봐 암바사는 암흑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맞다니깐.
캔커피의 대명사를 레쓰비로 시작했던 나는 몰랐던 음료. 하지만 형님들은 언제나 캔커피는 '캔 네스카페'라고 말해주었다. 마치 마이클 조던이 신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농구선수였다고 정정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캔 네스카페는 실제 90년대 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끈 캔커피다. 출시와 동시에 온장고를 전국에 보급했고, 가을과 겨울에 따뜻한 캔커피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문제는 광고였다. 당시만 해도 3인자였던 레쓰비가 전지현이 등장하는 그 유명한 광고 '저 이번에 내려요'를 내기 전까진 말이다.
한국에서 가장 불쌍한 음료수. 식당 아주머니들은 얘를 '환타'라고 불렀고, 손님들은 얘를 '미란다'라고 불렀다. 원래 이름은 미린다다. 심지어 스페인에서 온 음료다. 미린다는 에스페란토어로 '놀라운'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미란다 법칙의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식당에서 이 녀석을 마시면 기대보다 상큼한 과일향과 탄산감에 만족하는 일이 많았다. 여름에 학교 앞에 슬러시 가게가 오면 그 재료는 언제나 미란다였다. 아니 미린다였다. 미안하다.
사람들에게는 친구들이 아닌 나만 마시던 추억의 음료가 있다. 대부분 큰 인기를 받지 못한 음료들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음료와 나만 함께 쌓아온 이야기들은 우리 마음 한편에 추억이 되어 남아있다. 여러분의 '나만 마시고 있던 추억의 음료'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