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도 반할 달콤함, 초코에몽
엄마가 초코우유를 사주지 않는 날은 정말이지 서러웠다.
다른 애들은 모두 네스퀵, 제티 등을 타 먹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것인가. 하지만 엄마는 초코우유를 마시면 키가 크지 않는다고 야단을 쳤다. 흰 우유를 마셔야 키가 큰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맛이 없다며 떼를 부렸지만 장바구니에 담기는 것은 언제나 흰 우유였다. 엄마는 단호했다.
"어린애들은 초코우유를 마시면 안 돼!"
어른이 된 지금 엄마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이 되면 초코우유를 마셔야 할 일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어릴 때 받은 스트레스가 그냥 커피라면 어른이 되어 받는 스트레스는 TOP다. 심장이 뛰는 박자에 맞춰 답답했다가, 화가 났다가, 우울해지는 날이 많다. 그렇다고 낮부터 술을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이때 초코우유는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위로한다. 당분은 스트레스로 만들어진 충동 감정을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있다.
물론 술을 통해 일상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 하지만 음주에는 숙취가 따라오는 법. 초코우유는 이러한 숙취마저 위로해주는 음료계의 나이팅게일이다. 숙취에 동반되는 저혈당 증상을 막아주고, 우유가 위장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정말 당분 만세, 초코우유 만세다.
세상에 초코우유는 많다. 하지만 내가 마시는 초코우유는 초코에몽 뿐이다. 이유는 심플하다. 달다. 일반 초코우유에는 1% 남짓의 코코아 분말이 들어간다. 하지만 초코에몽에는 1.7%의 코코아 분말이 들어가 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체감하는 맛의 깊이가 다르다.
초코에몽은 코코아 분말의 농도가 짙어 마실 때 목에 무겁게 넘어간다. 대신 1등급 우유를 사용해서 끈적함 보다는 부드러움을 강조한 목 넘김이 특징이다. 대신 너무 달고 부드러워 살짝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초코에몽이 무겁게 느껴지면 우유 성분이 더 들어간 화이트에몽을 마시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커피에몽, 쿠키&크림에몽 까지 도라에몽 주머니 마냥 다양한 맛의 초코에몽을 만나 볼 수 있다. 심지어 딸기에몽, 초코바나나에몽, 바닐라에몽 등의 희귀한 초코에몽 시리즈를 찾는 재미도 있다.
어렸을 때라면 하나만 골라 마실 수 있었겠지만, 어른이 된 내 주머니에는 초코에몽을 살 수 있는 자금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적당한 교양을 갖추었다.
초코우유는 어디에 마셔야 가장 맛있을까? 소싯적에 제티, 네스퀵을 타 먹어본 사람이라면 삼각지붕 모양의 우유팩에 마셔야 가장 맛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초코에몽의 패키지 역시 삼각지붕 모양의 우유팩(250ml)이다. 빨대를 꽂을 수 있는 입구를 만든 섬세함이 돋보인다.
네모난 모양의 멸균팩 역시 학생 때 자주 볼 수 있던 우유 디자인이다. 용량은 180ml로 우유팩보다는 적지만, 실온에 보관할 수 있고, 유통기한 또한 길다는 것이 장점이다. 방학이 되면 멸균팩 우유를 한가득 받아왔던 기억이 나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가장 반가운 것은 캔 타입의 초코에몽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팩 형태의 초코에몽은 마시기에는 좋았지만, 가방에 넣고 이동할 때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캔 타입의 초코에몽은 이런 걱정을 날려 주었다. 언제 어디서든 초코에몽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가공유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자랑했던 '바나나맛 우유'가 '초코우유'에게 자리를 내주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자는 성인들이 초코우유의 주요 소비자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아마 그들도 나와 같겠지. 그렇다. 우리는 초코우유를 마시기 위해 어른이 된 것이다.
아직도 초코우유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묻는다.
"그거 애들이나 마시는 거 아니니?"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 이건 어른이 마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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