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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sophia May 20. 2017

네팔, 카트만두에서 살아남기



카트만두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세 달 째다. 절대 적응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이 곳에서도 나름대로 살아갈 궁리를 찾는 중이다. 가로등 하나 없는 거리에 헤드라이트 불빛 너머 확연히 비치는 뿌연 흙먼지, 어두컴컴한 전등 불빛, 밤새도록 짖어 대는 개들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네팔로 왔을까 막막했던 첫날밤은, 아마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카트만두에서의 삶에 어느 정도 적응한 내 모습이 나도 마냥 신기하다. 



네팔 유엔에서 일한 지도 거의 세 달이 되어 간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 한 번 해본 적 없는 내가 새로운 나라, 새로운 문화, 새로운 환경에서, 특히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 그리고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동료들과 부대끼려면 적잖은 용기 그리고 깡이 필요하다. 아마 아무것도 모르지 않았으면 도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자그마한 목소리 한 번 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쭈뼛쭈뼛하다는 단박에 학생 티를 버리지 못했음을 들켜버리고 너는 인턴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하는 UNV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남들 몰래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공부하는 수밖에. 



분명 나도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좋은 마음’에 이 분야를 두드렸다. 그렇지만 두 달 남짓 경험한 현장에는 이런 순진무구함을 마냥 지키기엔 버거운 현실이 태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시리아로 가겠냐는 남편 옆에서 태연하게 캐러멜 팝콘을 씹는 동료, 이라크 사무실로 파견 가기 전 마지막으로 성대한 파티를 여는 이웃, 쿵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폭발에 심장이 털썩 내려앉는다는 친구와 점심이라도 할 때면 그들 앞에서 어떤 한 마디 하기조차 조심스럽다. 멋있게 파란 여권을 들이대며 이리저리 좋은 옷을 입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환상 만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곳이란 얘기다. 처음에는 한국과 달리 너무도 자유로운 사무실 분위기에 의아했지만, 이젠 조금 이해가 된다. 아무도 일을 강제하지 않는 까닭은 어차피 능동적이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분야다. 한 문장 한 문장 친구 동료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들의 치열함에 스스로 반성을 할 때가 많다. 가끔가다가 왜 굳이 다른 나라에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착한 마음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치열한 환경에서 선행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어가는 중인 거니까. 나도 어서 빨리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확신과 가능성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면서 무언가를 끄적끄적 남기다 보면 어느새 길을 잃지 않고도 그런 나를 발견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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