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흥행면에서도 고공행진을 이뤘고, 2023년 우승팀은 엘지 트윈스도 2년 만에 우승을 하며 강팀으로서 고공행진을 이뤘습니다. 우승팀이 갖는 당연한 수순으로 구성원들이 여기저기 스포츠 채널에 출연하는데, 한 야구 채널에 염경엽 감독과 올해 KBO 최고의 루키 투수 송승기가 출연했습니다. 송승기 선수의 활약을 되새기던 중에 송승기 선수가 "올해 10승을 했지만 후반기에 5회 이후에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년에는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각오를 다졌는데,
염경엽 감독은 그 자리에서 바로 "그러지 말고 네가 잘 하는 걸 몸에 때려박고 머리로 더 잘 기억하려고 노력해라. 못하는 걸 보완하려다가 잘하는 걸 잃어버리게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염경엽 감독은 거침없는 비속어(?) 사용도 그렇고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면도 그렇고 상당히 화술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나저나 저도 염경엽 감독이 말한 방향성에 대찬성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사람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식빵언니이자 신인감독인 김연경이 샤라웃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일본의 인기 배구만화 하이큐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팀인 카라스노의 야마구치는 주인공 히나타와 같이 1학년이고 히나타와 비슷한 수준에서 배구를 시작했지만, 늘 핀치 서버로 훈련만 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러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드디어 핀치 서버로서 제대로 활약하면서 높은 성공률을 만들어냅니다. 그를 칭찬하는 선배를 향해 야마구치가 "하지만 몇 번 실패했어요"라고 말하자 선배는 "성공했던 더 많은 순간을 기뻐해! 그리고 잊어버리지 않게 잘 새겨놔!"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하지만 늘 노래에 자신이 없었고, 그냥 무턱대고 부르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난 안 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몸도 머리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 좋게도 저에게 잘 맞는 '온라인 보컬 트레이너'를 만났습니다.
처음에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따라가는 그 발성훈련을 하면서 늘 생각하게 되는 건, 발성은 '연습'이라기보다 '훈련'이라는 점입니다. 훈련이라고 하면 연습보다는 좀 더 루틴화, 습관화된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의미 그대로 발성의 매커니즘을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때려박고, 다시 몸과 머리로 되새기는 과정을 2년이나 겪고 나서야 이제야 노래가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보컬트레이너가 가끔 하는 말이 "성공의 감각을 기억하라"입니다. 물론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서 확인하면 더 빠르겠지만, 온라인으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에 때려박는 훈련을 하다보면 내가 지금 내는 소리가 좋은 방식으로 나는 소리인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성공의 감각이 느껴졌을 때, 보통은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놓게 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부터가 진짜 제대로 때려박을 때입니다.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드디어 빈틈을 발견했다면 찾았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라 열심히 두드려야 합니다. 설령 바로 뚫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 때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두드릴 때입니다. 두드리면 열릴 수 있는, 노력이 열매를 맺는 순간, 성공의 감각을 기억하게 되는 순간.
염경엽 감독의 말을 조금 바꿔 표현해 보자면 단점의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할 때는 어쩌면 정작 성공의 감각을 콱 붙잡아서 나에게 확실히 새겨진 순간, 내 장점이 한껏 기량을 발휘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요? 그때의 단점 극복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 성공을 더 길게 이어가기 위한 긍정적인 노력이 되는 건 아닐까요?
여기서 뻔한 자기계발서의 뉘앙스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이 가진 반짝이는 무언가를 더 반짝반짝 갈고 닦기 위해 이런 마인드로 공을 들인다면, 우리 삶은 더 깊고 넓고 풍성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