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란 것은 살 떨리는 일이다. 그날 그 순간 내뱉은 나의 한 마디로 합격 불합격이, go stop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십몇 년 전 나의 첫 번째 면접. 3명의 중간 관리자를 작은 테이블 맞은편에 두고 잔뜩 긴장한 채 혼자 앉아 있었다. 당시 말로 이제 막 꾸려가는 ‘벤처’ 기업인 터라 공채의 개념도 아닌, 재즈/월드뮤직 장르의 좁은 파트 적임자를 구하는 경력스러운(?) 신입의 요상한 채용이었다. 재즈 월간지에 몇 년간 기자로 참여했던 것이 무기였으나, 면접을 망쳤다 생각했다. 축 늘어진 팔다리를 간신히 지탱하며 근처 지하철 역 앞에서 한숨만 몰아쉬던 그날이 생각난다.
‘다시 여기에 올 일은 없겠구나. 이 활기찬 역 입구를 오르며 출근이란 걸 할 순 없겠구나...’
물론 나는 그 회사를 아주 오래 다녔고, 쓰디쓴 면접의 기억도 달달한 믹스 커피처럼 직장 생활에 녹아들어 갔다. 마침내 퇴사를 한 뒤에는 새로운 구직의 기회들을 붙잡았다. 코로나 시대의 면접은 또 완전 새로운 경험이다. 태어나 처음 집안 소파에 앉아 화상 면접을 보았다. 마스크를 껴고 면접장에 들어가는 게 이젠 약간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보여줄 수 있는 게 눈뿐이니 최대한 눈에 힘을 주거나 애써 눈웃음(?)을 띄운 적도 있다. 애석하게도 내 대답을 들은 면접 평가자의 표정 또한 마스크로 가려져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납작한 지원 서류에 아무리 좋은 단어를 다 갖다 붙여도, 현실이란 시공간에 마주 앉아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입체적인 과정이다. 공기의 흐름부터 달라진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눈빛, 목소리 톤이나 말의 속도, 몇 가지 제스처, 몸을 움직이거나 손을 쓰는 사소한 습관, 앉아있는 자세, 전체적인 체격이나 라인에서 풍기는 이미지, 떨고 있는 정도 등등 모든 게 신경 쓰인다.
회사 생활을 할 때 나도 공채 면접관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복잡한 채점표를 앞에 두고 한 명 한 명 집중해서 답을 듣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 내가 평가하는 것이었지만, 그들이 당당해 보이든 떨고 있든 나 또한 묘하게 긴장이 됐었다. 화려한 이력을 눈으로 읽어가며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도 왠지 그들 앞에 앉은 내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내가 뭐라고, 저들에게 점수를 준단 말인가.
그 시절 내가 마주했던 청년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스산한 길을 돌아 나오며, 오늘의 면접도 망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보나 마나 이따 밤에 자다가 당근 이불킥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