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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Feb 06. 20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직장인의 자세

이익 vs 안전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니, 지하철 안의 풍경이 사뭇 색다르게 느껴졌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강추위가 찾아온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몇 주 전부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지하철 안의 거의 모든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강추위라면 방한을 목적으로 한 마스크를 착용할 법도 하지만, 99%의 사람들은 방한의 목적보다는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KF 수치가 방한성보다 강조된 마스크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물론 용감한 몇몇의 승객들은 스스로의 이목구비를 아주 자신 있게 내놓고 스마트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속으로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을 수도 있고,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왜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가?

여기서 더욱 궁금한 건 이렇게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그렇게 조심을 하면서 아침 일찍부터 다들 어디를 이리 바쁘게 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터를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바이러스에 전염될 것을 걱정하면서도 방한 기능성보다는 바이러스 차단 기능에 중점을 둔 마스크를 쓴 채 강추위를 막아내기 위해 평소보다 두터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 덕분에 더욱 비좁아진 지하철 속에서 그 어떤 공간보다도 바이러스의 전파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인지함에도 피할 수 없이 가야만 하는 숙명을 받아들인 듯이 회사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싫었으니 말이다.  위험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이고, 이미 KTX와 SRT를 탔던 확진자도 나왔다. 이러한 확진자들이 거쳐간 동선을 따라서는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지하철을 거쳐간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지하철은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으로 불안함을 달래며 회사를 향해 간다. 돈을 벌러 가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간다. 2차, 3차 감염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과연 지하철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위험하다면 또 어쩔 것인가? 회사를 안 갈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비루한 몸을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에 싫어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당장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가 정말 감염이 된다면 오히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리는 건 아닐까? 



일부 외국계 회사를 중심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업무 지침이 떨어졌다. 구정 연휴가 끝나자마자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시작한 곳을 시작으로 확진자가 늘어감과 동시에 하나둘씩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외부 행사나 출장 등은 모두 취소가 되었다. 연초는 각 회사의 시무식 혹은 연례 미팅들이 줄지어 잡혀 있다. 모두 사전에 예약이 되어 있고, 일부 회사는 해외에서 이런 행사를 갖기도 한다. 이러한 행사를 목전에 두고 취소를 한다면 그 위약금과 손해는 만만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행사를 취소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직원들의 안전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회적 비난에 대한 예방 차원이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그나마 일부 중요한 업무들은 온라인상에서라도 진행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직원 한 명이라도 확진이 되는 순간 그 직원과 접촉 혹은 같은 공간과 동선에 있었던 모두 관계자들이 격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자의 가족들과 또 그들과 같은 공간과 동선에 있었던 관계자들이 2차적 격리 대상이 된다. 만약 확진된 직원과 접촉 혹은 같은 공간과 동선에 있었던 다른 직원이 2차 감염이 되었다면 상황을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모든 업무는 중단되어야 하고, 회사의 손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그 회사에는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게 된다. 이러한 비난은 바이러스의 여파가 지난 후에도 한참을 유지될 것이다. 직원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회사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다. 요즘처럼 빠른 속도로 기업의 평판이 확산될 때 이는 재택근무나 행사 취소의 위약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손해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제적으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 등의 조치를 취한 외국계 회사들은 해외의 여러 지사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의 선제적 대응이 훨씬 효율적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재택근무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하게 나 역시 왜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지 불만도 생겼고, 궁금증도 생겼다. 이유야 다양하게 있겠지만, 중국이나 싱가포르, 태국 등에 있는 다른 지사들이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단독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았을 수도 있다. 혹은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에 발생할 수 있는 영업 손실에 대한 계산과 그에 대해 본사 등으로부터 양해를 구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 출근을 하자마자 회사에서는 마침내 재택근무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며 급한 일이 없으면 바로 집으로 가서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낯선 지침에 혹시라도 눈치를 보는 직원들이 있을까 HR 임원과 사장님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얼른 집에 가서 근무를 하라고 재촉까지 하셨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정말 다행스럽게 늦게라도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지만, 불과 몇 시간 전 지하철을 꽉 채웠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보다는 여전히 정상출근을 하는 회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자 회사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는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중요할 수도 있다. 어떤 회사는 며칠 동안 재택을 한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겠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기에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회사 창업주의 눈치가 보여서 혹은 주주들의 눈치가 보여서 입도 떼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정말 악질 같은 회사라면 임원들이나 사장은 사무실에 나오지 않으며 직원들에게만 출근을 시키고 본인들은 집 혹은 안전한 장소에서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업무를 시키고 있을 수도 있다.  



단지 재택근무가 해답은 아니지만 최소한 잠재적 감염자들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재택을 선택하지 않은 회사들은 어떻게 직원들을 보호하는가? 아니 보호할 생각은 있는가? 그나마 보호하고 싶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회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한 회사들은 최대한 직원들의 외근을 자제시키고, 마스크나 알코올 세정제 등을 배포하고, 직원들에게 안전수칙 등을 교육 혹은 전달한다. 조금 더 적극적이라면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가질 수도 있다.  



내가 먼저 살아야한다.


 직장인으로서 이러한 시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는 고민이다. 회사가 나의 안전에 대해 적극적인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정답은 간단하다.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직원의 안전보다 우선한다. 외국계 회사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은 보다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다. 일부 회사들에서 직원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출근하게 하는 것은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다. 직장인은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노동의 대가를 지불받는 존재이다. 급에는 나의 안전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나의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리고 나의 안전은 내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며, 내 가족의 생계와도 직결된다. 만약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나의 안전에 대해 고려해 주지 않는 회사라면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에도 관심이 없는 회사이다. 즉 오래 다닐 회사가 아니란 말이다. 오래 다닐 회사가 아니라면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충성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 연차를 쓰던 적당한 핑계를 대던 나의 안전을 최우선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 혼자의 안전이라 생각하지 말고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생계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라 생각하고, 그런 회사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이 지난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치사율도 낮은 거 같고 전파 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거 같다고 말이다. 정확하게 메르스가 왔을 때 사스로부터 배운 가르침을 잊고 이러한 안일한 생각으로 대응을 했기에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메르스 사태로부터 배운 교훈을 잊지 않았기에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방한보다는 바이러스 차단 기능에 집중을 하고, 서로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조심을 하는 것이다. 의료진 역시 지난 교훈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함으로 치사율을 0%로 유지하고, 빠른 완치 환자를 만들어 냈다. 정부와 각 기관들 역시 유기적으로 협조하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전방위적으로 막고자 노력하고 있고, 마스크의 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100%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황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대응에 있어서는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보다는 성숙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교훈을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반복되는 실수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한 가지 명백한 교훈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에 있어서 과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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