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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Feb 17. 2020

흡연자를 위한 세상

흡연 등록제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항상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 순위에서 5위 안에 있으며 연평균 증가율이 10%에 육박하던 폐암이 2022년을 지나면서 그 증가율이 20%를 넘어가고 있다. 지난 2024년에는 25만 명이 폐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복합요법을 통해 잠시간의 희망을 보였던 사망률은 그 어느 암종보다 높아졌다. 암의 증식 메커니즘을 더욱더 파고들어 맞춤형 치료제가 나왔다 싶으면 암은 그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며 그 증식 속도를 가속화해 갔다. 그 결과 2025년인 올해는 역대 최고치의 폐암 사망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폐암으로 진단받게 되면, 아무리 조기에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암세포의 빠른 돌연변이와 증식 속도에 기대여명이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새로운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이미 이전부터 의료보험체계에 있어 암 치료 비용은 가장 큰 부담이었다. 국가가 암 치료비의 95%를 책임지다 보니, 빠르게 증가하는 암 유병율과 사망률을 정부의 부담으로 직결되었다. 그중에서도 어느 정도 증가세가 감소되고 있는 위암, 유방암 등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폐암은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동안의 많은 연구를 통해 다른 암종과 달리 폐암의 발생요인에 있어 유전적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고, 담배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이 다양한 전/후향적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다. 직접 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 역시 폐암 발병의 주된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흡연을 하는 부모나 가족이 있는 가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어린 연령에서 폐암이 발생하는 경우들이 최근 2~3년간 급증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성인에 비해 어린이에서 발생한 폐암의 경우 체내 성장인자들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관계로 그 진행속도가 성인에 비해 무척 빠르고, 결과적으로 성인에 비해 높은 사망률로 이어졌다. 또한, 2010년대 중반부터 연초 담배와는 달리 해로운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연초담배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왔던 전자담배 역시 각종 연구들을 통해 그 유해성이 입증되었다. 2020년 1월 WHO에서는 전자담배 역시 직접 피우는 사람뿐 아니라 그 연기에 노출되는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며, 특히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매우 위험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자담배를 안전하다고 믿으며 어린아이가 있음에도 집안에서 흡연을 하던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실제 2023년 벨라루스에서 발표된 연구자료에 의하면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률 등이 연초담배와 전자담배 간에 차이가 없음이 밝혀짐으로 전자담배 애연가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직접 흡연과 연초 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과 전자담배로 인한 폐암 발생률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자, 사회적으로 길거리에서 혹은 제한된 공간에서의 간접흡연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로 커져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이 새로운 현상처럼 대두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동안 정부에서는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금연 홍보 캠페인을 통해 흡연을 낮추는 데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자극적인 사진들을 배포하기보다는 흡연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아이디어들을 공모하고 시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처럼 다양한 금연정책들이 연속된 실패를 하는 동안에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증가를 하고, 이 중에는 전혀 흡연을 한 적이 없는 어린이들의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자, 그에 대한 의료비 부담 또한 극적으로 치솟아 의료보험 재정의 큰 부담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흡연자들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높아지면서 흡연자들은 점차 어두운 골목길을 찾아가게 되고, 이로 인해 흡연자들은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 또한 빈번해졌다.


 올 초 정부에서는 결단을 내렸다. 현재 담배 가격의 80%에 육박하는 세금을 오롯이 흡연자와 흡연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만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2024년 말 기준으로 담배로 거두어들인 세금은 4조 원이 조금 넘었다. 정부에서는 1차적으로 엄청난 조세부담을 하면서도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어두운 골목에서 또 다른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을 우선시했다. 주요 건물에서는 의무적으로 흡연실을 설치하도록 했으며, 이에 대한 비용을 담뱃세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흡연실은 예전처럼 매캐한 연기에 뒤덮인 혐오시설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최고 사양의 공기 순환시스템을 갖추도록 하였고, 고급 카페처럼 꾸며 흡연자에 한해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 차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건물에서는 의무적으로 상시 관리를 할 수 있는 관리자를 두어 쾌적한 환경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담배의 구입은 기존의 편의점 등에서는 불가하고, 반드시 정부의 인가를 받은 흡연실에서만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여, 길거리 흡연 및 비흡연장소에서의 흡연을 줄이기 위한 정책에 집중했다. 정부에서는 이 정책을 흡연자 비흡연자 권리 보장 정책이라 불렀다. 흡연실의 관리와 담배의 판매는 정부의 하위 조직에서 관리를 하지만, 그 운영의 책임은 담배회사에서 지도록 규정했다. 각 담배회사들은 서로 경쟁하듯 더 좋은 흡연실을 운영하고자 자사의 판매촉진비를 흡연실을 보다 고급스럽고 쾌적하게 꾸미기 위해 집중을 했고, 더 많은 흡연실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담배의 판매는 유통마진을 줄여 담뱃세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조사에서의 직접 판매만을 허가하기로 했다. 흡연이 흡연실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담배의 판매는 20개비, 한 갑 단위가 아니 1개비 씩만 판매를 하도록 했다. 흡연실에서 한 개비를 사서 피우고, 추가로 더 피우고 싶다면 1개비씩 추가 구매를 해야 하며, 이를 통해 흡연실 밖에서의 흡연을 통제하고자 했다.


 사회적으로 담배는 저소득층에서 주로 소비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정부에서는 수십 년 동안 정부 재정에 막대한 기여를 한 흡연자들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자 했다.  흡연실과 함께 외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시가 바(Cigar Bar)를 활성화하고자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금지된 흡연 장면을 시가 바나 흡연실에서의 흡연하는 장면에 한하여 허용하기로 했다. 배우들이 시가 바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길거리 흡연 대신 시가 바에서의 흡연이 훨씬 멋있다는 인식들을 심어주게 되었으며, 흡연은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흡연의 고급화 추세가 이어지며, 정부에서는 더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에 흡연 등록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이는 흡연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부에 일정 비용의 연간 비용을 지불하고 흡연자로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은 흡연실의 출입 및 담배의 구매가 불가한 것이다. 그리고 등록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폐암의 발생 위험이 낮아야 하며, 흡연매너와 공중도덕에 대한 간단한 교육 및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매년 등록을 갱신할 때마다 진행되어야 하며, 길거리 흡연 혹은 담배꽁초 유기 등의 과거력이 있을 경우는 등록 및 갱신이 거부된다. 등록된 흡연자에게는 매년 무료 폐암 검진과 흡연실 등록증 및 담배 구매권 등이 배부된다. 그리고 만약 흡연 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폐암이 발생할 경우에는 모든 치료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흡연 등록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사회적으로는 찬반양론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흡연을 부추긴다는 여론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흡연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여주기에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적극적으로 찬성을 했다. 또한 비흡연자들 또한 길거리 등에서 원치 않는 담배연기를 맡지 않아도 되고,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가 줄어들어 무척이나 찬성을 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렇게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듯한 흡연 등록제도 양극화의 문제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일부 노숙자나 저소득층에서는 흡연 등록제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해 무료 검진과 등록비용 면제 및 구매비용 지원 등을 제공했지만, 이들은 기존처럼 아무 곳에서나 편하게 담배를 사서 피우고자 했다. 이들은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에 대해 무관심함과 동시에 본인들의 건강에도 무관심했기에 정부의 지원책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사회적으로는 흡연의 고급화 정책에 따라 양지에서 떳떳하게 흡연을 하며, 사회적 성공의 기준처럼 여겨지는 흡연자와 여전히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흡연자로 구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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