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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m jj May 03. 2024

자신감 바닥에서 프로덕트매니저로 미국 정착까지

험한 미국 대학원 생활과 실리콘밸리 취직·이직에 대한 6년 기록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나온 “조기 유학생”이다. 하지만 한심하게도 대학교 졸업할 때 취업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안 돼있었고 가족을 핑계로 한국에서 취업했다. 광고 테크 분야 스타트업에서 서비스기획자 혹은 Product Manager라고 부르는 직무로 4년을 일하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이 직업으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보다 훨씬 IT산업이 발달한 미국으로 기회를 넓혀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국에서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의 줄임말로 해당 전공은 졸업 후 회사 스폰서 없이도 3년 동안의 취업허가제도인 OPT를 받을 수 있다) 전공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됐고, 한국에서 서비스 기획 경력을 살려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 Information Management 위주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로 결심 후 본격적인 대학원 준비에 들어갔다. 이 목표에는 두 가지 제한사항 있었는데,


(1) 이때 대학원 지원 결정 시기는 2017년말 이었고 한국나이가 스물 후반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지만, 나이에 대한 압박을 엄청나게 받으며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늦은 나이고 무조건 빨리 미국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뜻은 GRE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학원 및 전문 학교 입학 시험), SOP (특정 분야에서 어떠한 학업/연구를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학업계획서/에세이), LOR (교수나 직장상사 및 동료 추천서)라는 삼단콤보를 3개월 만에 끝내고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Product Manager 커리어를 목표로 학생들은 MBA도 많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나는 2년 동안 학비 생활비 포함 2억 이상의 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고 (어차피 그런 돈도 없었고), 부모님에게는 더 이상 손 벌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제한사항을 바탕으로 나는 2년 동안 학비 생활비 포함 1억 원 미만에, 입학 조건이 낮은, 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합격이 가능성이 있는 곳을 목표로 해야지 지원서 마감 3개월 안에 원서 제출이 가능했다.

위 조건을 충족하는 5개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넣었고 다행히도 2곳에서 합격을 받을 수 있었고, 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에 있는 Master’s of Science in Information Management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기로 했다.


외국인으로서 미국 정착이란 야무진 꿈을 품고 미국 생활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환상으로 부풀어 참여한 2018년 10월 대학원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 첫날은 그 환상을 하루 만에 깨부쉈다. 100명 정도 남짓한 프로그램 cohort에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90% 학생이 미국 취업을 노리고 온 외국인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취업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 말 그대로 프로그램 시작 전 적응을 위한 날인데도 모든 학생의 화제는 누가 이미 몇 십개의 회사를 지원했고 인터뷰를 잡았다더라 같은 내용이었다.


나는 그날 바로 집에 돌아와서 머리를 질끈 묶고 이력서를 다시 고쳤던 거 같다. 그리고는 10월, 11월 내내 인턴 지원을 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내 자신, 내 경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그것을 노력으로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채찍질했다.


누가 돌이키면 후회가 없겠냐마는 나름 치열하게 대학원 시절을 보내며 취업에 도움될 거로 생각하며 노력은 많이 했지만, 요령은 정말 없었던 것 같다. 면접 능력 향상을 위해 모의 면접도 많이 하고 끊임없이 지원서를 넣으면서 면접 실력을 쌓고 Product Manager 취직을 위한 역량 향상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때 난 첫 번째 붙은 회사에 가기로 하고 다른 인턴쉽 지원은 중단하면서 면접 실력 향상의 기회를 대학원 초기에 중단했으며 미국에서 Product Manager가 되기 위해 뭐가 중요한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쓸데없는 Python 코딩 수업을 들으며 대학교 때도 안 해본 교수님 오피스아워에 매일 찾아가 정말 간단한 숙제에 교수님을 괴롭히기도 했다.


또한 졸업하기 2개월 전 2020년 3월 코비드가 터지면서 인턴 하면서 받은 풀타임 오퍼가 취소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8월에 OPT로 실리콘밸리에 있는 약 2,000명 정도 규모 중견기업의 Product Manager로 취업할 수 있었다.


이 회사에서는 2년 반 동안 일하면서 100% 리모트 일의 자유로움도 만끽하며 (물론 절반은 코비드의 영향이었지만) 회사 스폰서로 취업비자 H1B를 받을 수 있어 감사했지만, 어느새 실리콘밸리에 있으면 빠질 수 없는 때로는 연봉보다 많은 회사에서 주는 자사주 (RSU - Restricted Stock Unit) 얘기를 들으며 눈이 휘둥그래 졌다. 이 버블에서 살다 보니 마치 모두 캔디샵에서 어떤 군것질이든 할 수 있는데 나만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2022년말에 다시 한번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때는 대학원 때와는 다르게 마음가짐을 바꿔 내가 원하는 오퍼를 잡을 때 까지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약 3개월 동안 1,600개 정도의 지원서를 내고 약 130개의 회사와 Round 1 면접을 봤으며 6개 파이널 오퍼를 받았다. 결국 기존 연봉보다 두배 이상의 세전 3-4억원 (주식과 보너스에 따라 변동) 사이의 오퍼를 준 W란 회사의 광고 플랫폼팀에 합류하게 됐고 이제 새로운 회사에서 일한 지 1년이 됐다.


내가 굳이 연봉을 얘기하는 이유는 미국 취업 그리고 정착 정말 힘들다. 게다가 한국의 편리한 삶과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도 Tech 회사들이 넘쳐나니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며 한국에서 Product Manager로는 상상도 못 했던 연봉을 (생활비 감안하더라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나보다도 훨씬 잘나고 비슷한 경력에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더불어 저녁의 삶이 보장되며 한국의 개인보다는 집단 위주의 공동체 문화나 나이와 경력에 따른 불편한 비교와 질서 관계, 꼰대 상사의 가스라이팅 등에서 자유롭다.


이런 많은 면을 따져 봤을 때 많은 걸 포기 후 미국 대학원 도전과 취직과 취업비자 등의 과정은 엄청난 가치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같이 딱히 출중한 것 하나 없는, 엄청 좋은 대학원과 스펙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Product Manager로서 미국에 정착한 사람으로서, Product Manager로서 해외 취업을 목표로 하는 분들께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었다.



글쓴이 소개

한국에서 서비스기획자로 4년 일하다 미국 대학원에서 Information Management 석사 취득 후 OPT, H-1B (취업비자)를 거쳐 영주권 까지 얻게된, 이제는 8년 경력의 Product Manager입니다.


미국 대학원, 현지 취업, Product Manager 취업/이직 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취업을 목표로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께 저의 석사 지원부터 취직, 취업비자 취득과 대기업 이직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과 코칭을 진행합니다. 관심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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