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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이 Apr 09. 2024

바다 속 물고기


 그거 알아? 저 멀리 별들이 있어.

 가끔은 떨어져 사라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반짝이며 그 자리에 흔적을 남겨, 그 잔상은 우주 속 시간이 되어 우리에게 도달하지. 내 꿈은 천문학자 언제나 그들을 관찰해. 작은 우물 속에서 꿈을 꾸는 아이는 언젠간  별을 만들어, 저 멀리 어딘가에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지. 미래는 너무 커서 잡기 힘들지만, 가끔 위안을 줘. 오늘도 나는 붙잡고 물어봐.

 난 언제쯤 우물을 나갈 수 있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미래는 밖으로 나가면서 말해.

 이미 나갈 수 있잖아.


 나는 왜 미래에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카를로 로벨리는 말하지. 보라색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지금이 아닌 또 다른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경우의 수를 가지치고 가위로 자르고 다시 자라면 선별해서 쳐내, 그 끝은 하늘을 향할 수 있을까?


 주위를 보지 못한 채 시야가 닫히고 작은 공간에서 중얼거려. 결국에는 틀이 이긴데, 승복할 수 없었던 아이는 다시 싸움을 걸어봐. 그러면 불안이 와서 집을 부수지. 글은 점점 빈 껍데기가 되어가고 있고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 평안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이 점점 고요를 먹어 치워. 우주 속 먼지가 되어 어둠을 타고 공중 속에서 잠 못 들었던 그 시간은 이미 저 멀리 팽창하고 있고, 나는 또 다른 고요를 찾고 있어. 순환 속에서 중력을 따라 조금씩 늙어가. 숨을 참으며 심해에 내려가 3년 동안 변해버린 기록을 뒤적이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지. 지금은 바다에서 살고 있지 않아.


 결국에는 다시 들어왔어. 직접 만든 우물로 이사했지.  아늑하고 편안해. 사다리가 있어서 언제든지 나갈 수 있어. 가끔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이제 별을 보지 않아. 호기심은 점점 퇴색하고 기록은 무의미해. 오랜만에 찾아온 어둠이 나를 귀찮게 하지만 이제는 영향을 받지 않아. 원석이 되면서 이전보다 가능성은 줄어들고 정해진 길을 따라 완성이 될 것 같아. 체념하고 일기를 적어. 흔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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