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나는 너무 오래 서 있었다

by 김단아

나는 어릴 때부터 잘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공부를 아주 잘한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은 외모 칭찬을 들었다.
키가 크다, 예쁘장하다, 꾸미면 참 괜찮다 같은 말들.

돌이켜보면 그 말들은 칭찬인 동시에, 내게는 아주 이른 나이에 쥐여진 작은 생존 도구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가진 것이 별로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 몇 안 되는 칭찬에 더 매달렸고, 더 쉽게 흔들렸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람으로 보기 전에, 먼저 얼굴로 보기 시작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묻기 전에, 오늘의 나는 예뻐 보이는지부터 확인했다.

기분이 좋다가도 거울 속 부은 얼굴 하나에 하루가 무너졌고,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다가도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싶었다.
사진 속 내 얼굴을 확대해 보며 “왜 이렇게 못나왔지”를 되뇌는 동안, 계절은 지나가고, 꽃은 피고 지고, 누군가와 웃을 수 있었던 저녁들이 흘러갔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외모에 예민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 조금 더 자기관리를 신경 쓰는 사람, 조금 더 예뻐지고 싶은 사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히 예뻐지고 싶은 마음만은 아니었다.
이건 어쩌면 불안이었고, 수치심이었고, 비교였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비틀어진 방식으로 자라난 결과였다.
예뻐야만 덜 불안했고, 날씬해야만 덜 초라했고, 반듯하게 꾸며야만 세상에 나갈 자격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얼굴을 고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 불안을 통제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통제가 한 번도 완전한 안심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살이 조금 빠져도 더 빠져야 할 것 같았고, 화장을 잘해도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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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살고 있다고 믿던 삶에서 잠시 벤치로 내려와, 다시 숨의 속도를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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