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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Jun 25. 2024

잠깐만요!

사진 찍고...

“사진 찍고 먹어요. 미안해요 ㅠㅠㅠ.”


찰칵찰칵 찰칵찰칵


방향을 바꿔가며 이 각도, 저 각도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참으로 신기하다. 특히 음식을 해놓고 먹기보다는 우선은 사진을 먼저 찍기 위해 나름 플레이팅을 하는 나를 보면서 ‘참, 별짓을 다 하고 있네.’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나는 음식점을 가서도 음식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니다.

사진을 찍기보다는 어서 빨리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이 더 우선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맛있음의 황홀함을 도저히 늦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음식이 나오는 순간 ‘얼른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젓가락이나 포크를 든다.

그런데 누군가가 “잠깐! 사진부터 찍고!”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나의 황홀한 감정은 처참히 부서지고 만다.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티를 내지 않고 꾹꾹 참아가며 '언제 먹나?'하고 침을 꼴깍꼴깍 삼킬 뿐이다.

그런 내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자고, 아니 딸아이에게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겠다고 음식을 플레이팅을 하고, 사진을 찍고 난리 브루스를 추고 있다 ㅋ.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음식 사진은 어떻게 하면 잘 나오는지 궁금해서 유○○를 뒤져 보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가르쳐준 대로 사진을 찍으니 음식이 훨씬 더 맛있어 보인다. 

비록 영상이지만, 역시 전문가에게 배우니 차원이 다른 것 같다(아직 멀었지만 ㅎ).

어떤 게 더 맛있을까요?


그걸로 또 끝이 아니다.

이제는 플레이팅 했을 때 예쁠, 멋진 그릇들을 사들이는 것이다.

작은 종지부터 큰 접시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인터넷 몰에서 사들인다(그렇다고 기둥뿌리가 뽑힐 정도는 아니고 약간 아주 약간 사는 정도 ㅋ).

감사하게도 내게는 친정 오빠가 직접 구워 준 멋진 도자기 그릇들이 좀 있는 편이라 다행이다(새삼 오빠에게 고맙다).  




오늘도 인터넷에서 장만한 그릇에 <전복 조림>을 해서 플레이팅을 해야겠다.

<전복 조림>은 언젠가 배우 김수미 님이 TV에서 선보인 음식, 아니 요리라고 할 정도로 멋진 음식인데, 너무 멋지고 너무 맛이 있어 자주 만드는 편이다. 손님이 오는 날에는 우선적으로 이 요리를 한다. 물론 손님들도 내가 만든 멋진 요리에 아낌없이 찬사를 해 준다(멋진 요리를 알려주신 김수미 님께 또 한 번 감사^^). 맛도 맛이지만, 멋진 그릇이 <전복 조림>의 품격을 한층 더 살려준다.


음식을 만들고,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을 하고

“잠깐만요!”

“사진 먼저 찍고 먹으면 안 될까요?”

라고 정중하게 물을 것이다(나 원 참... 내가 이리 변할 줄 ㅋ).



업그레이된 <전복 조림>

우선, 재료들을 살펴보면,


전복 6마리(남편과 사이좋게 3마리씩), 은행 알 18개(이것도 남편과 사이좋게 9개씩), 진간장 3숟가락, 물 3숟가락, 조청 1숟가락, 참기름 한두 방울, 참깨 약간


제일 먼저, 전복 손질부터 해야 한다.


1. 살아있는 전복을 사 왔을 때는 무엇보다 제일 먼저 전복부터 손질해야 한다.

대부분 밥숟가락으로 전복 껍데기에서 전복 살을 제거하는데, 나는 숟가락보다는 과도가 훨씬 편하다. 단, 우격다짐으로 힘껏 힘을 쓰다가 자칫 손을 벨 염려가 있으니 살살 전복 살을 긁듯이 잘라낸다. 이것도 힘들거나 귀찮다면 시중에 다 손질해 놓은 냉동 전복살을 써도 무방하다 ㅋ. 사실, 나는 이 냉동된 전복살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장에 영양가가 많다고 내장을 사용하지만, 사실 나는 왠지 내장을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장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버리기보다는 아예 다 손질되어 전복살만 있는 냉동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또 살아서 꿈틀거리는 전복을 손질하는 일은 여간한 주부가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ㅋ. 그래서 내 딸한테 만큼은 활전복이 아닌 냉동 전복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ㅋ.


2. 전복의 이빨을 제거한다.

“엥, 전복에 이빨이 있다고요?”

“네, 전복에도 이빨이 있습니다.”


전복을 세로로 놓고 잘 보면 한쪽 끝이 벌어진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 전복의 이빨이 있다. 주로 나는 가위를 이용해서 이 이빨을 제거한다. 그런데 냉동 전복살을 사면 이 이빨도 다 제거된 상태로 오기 때문에 내게는 Good! ㅋ.


3. 전복에 칼집을 넣는다.

전복 안쪽에 칼집을 넣는 이유는 양념이 잘 배기 위함이다.

칼집 낸 곳으로 양념이 잘 배어 음식의 맛을 더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휴우~ 전복 손질이 다 되었다면 나머지는 식은 죽 먹기다!


건고추 한 개를 잘 씻어 어슷 썰기로 크게 자른 뒤, 한 곳에 재료들을 모아둔다.


본격적으로 <전복 조림> 시작!


1. 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올려 예열을 한다.

2. 진간장 3숟가락, 물 3숟가락, 조청 1숟가락을 넣고 팔팔 끓인다.

3. 2가 끓기 시작하면 은행알 18알을 넣고 익을 때까지 달달 볶는다.

은행알은 꼭 18알이어야 하나?라고 궁금할 것이다. 

꼭, 반드시 18알일 필요는 없다. 

다만, 언젠가 TV에서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은행알을 9알 이상 먹으면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타당성이 있는 얘긴지 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래도 찝찝하니까  ㅋ)이 있어 그냥 그대로 한 사람 당 9알씩, 남편과 사이좋게 먹어야 하니까 총 18알이라고 쓴 것뿐이다.

4. 3의 은행이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건고추를 넣고 볶는다.

5. 4에 손질된 전복을 넣고 익을 때까지 달달 볶는다.

전복은 해산물이기 때문에 너무 오래 볶다 보면 질겨질 염려가 있으니 약 3분 정도 볶으면 충분하다.

6. 전복이 어느 정도 익으면 불을 끄고 참기름과 참깨로 마무리하면 훌륭한 <전복 조림>이 완성된다.


어? 전복이 5개네! 1개 누가 먹었지???



엄지 척!

어느 고급 한정식 집에서나 나올 듯한 멋진 <전복 조림>을 인터넷 몰에서 산 예쁜 그릇에 담아내면 눈 호강, 입 호강하기에 나무랄 데가 전혀 없다. 해산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엄지 척! 을 해 주며 너무 잘 먹어 주니 이 또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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