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여 누구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과제를 이루어내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짐을 들쳐메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초반부는 꽤나 루즈하게 느껴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은 우울증을 앓으며 2년째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늘 신경질적인 로랑(기욤 까네)는 인자하다가도 곧바로 날카로운 독설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양극단을 오가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 자신도 아내, 아들과의 관계가 파탄 직전이다. 시몽은 딸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이지만 그 꿈을 놓지 못한 채 캠핑카에서 살고 있는 로커이고, 여덟 명의 초보자들에게 수중발레를 가르치는 첫 코치 델핀 역시 2인조로 활동하던 잘 나가던 전직 선수였으나 파트너가 부상을 당하며 알콜중독자가 되었다.
여기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 어설퍼 보이는 수중발레 팀의 모든 구성원들은 불안을 지니고 있다. 이 남자들이 수영장으로 간 이유도 불안이 수영의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벌어져, 피가 나고, 흉터가 진 채 아물어 과거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상처가 아니라, 공기처럼 그들과 함께하는 현재진행형의 불안을. 그들의 불안은 한 번의 성공으로 뿅 하고 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늘상 불안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기는커녕 발버둥치고 허우적대야만 간신히 물 밖으로 코를 빼고 숨을 쉴 수 있다. 자칫 힘이라도 빠져버리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러니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연대하여 얻은 메달은 그들이 불안을 없애버렸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신, 이 불안과 함께하면서도 잘 살아가는 방법, 그들의 주변사람들과 잘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운다.
2. 어울릴 듯 안 어울릴 듯, 네모와 동그라미
영화는 결코 어울릴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의 대조를 반복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둥근 원과 각진 사각형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원은 어딘지 자연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준다. 사각형은 그 반대에서 인공적이고 딱딱한 느낌이다. 언뜻 보면 원이 사각형보다 더 좋은 것이고 지향해야 할 무언가로 느껴지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수중 발레팀의 코치는 두 명이다. 아예 팀의 결성부터 함께 한 델핀은 훈련할 때마다 시를 읽어주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코치다. 8명의 남자들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지만, 그들의 실력 역시 제자리걸음으로 도통 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반면, 델핀이 알콜중독으로 한 번 무너진 이후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델핀의 이전 파트너였던 아만다다. 그녀는 훈련은 스파르타식이다. 그녀는 결코 웃는 법이 없으며 욕설과 고강도의 훈련이 반복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여덟 명의 아마추어들은 아만다를 볼 때마다 이를 뿌득뿌득 갈지만, 그들도 모르는 새 실력은 일취월장한다. 하지만 로랑이 폭발하여 휠체어에 탄 아만다를 수영장으로 밀어버리고, 갈등이 고조에 달하며 스파르타식 훈련도 한계를 맞이한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델핀이 다시 팀에 합류하면서부터다. 아만다에게서 한바탕 이리저리 굴려지고 나면 델핀이 토닥이며 시를 읽어준다. 결국 어느 하나가 옳고 어느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니라, 이 전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둘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베르트랑이 말하였듯이, 의지가 있다면 원은 네모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