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오픈한 식당은 주말에 가족들과 찾아가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동네에 고등학교가 없어서 그런지 담배 피우는 일진들도 없고 아직 유흥업소가 없어 술 취한 아저씨들도 없다. 밤에도 혼자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달리기에 최적화된 동네다.
30분 달리기만 해도 지하철 역 1개 정도는 충분히 왕복한다.
또는 아파트 단지를 10개 정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주변 동네까지 탐방이 가능하다.
산책로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고 상업지역에서 먹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머리가 복잡해서 조용히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는 하천을 따라 혼자서 고요히 뚝방길을 달린다.
군대에서 중대원 전체가 얼차려로 연병장을 뛰었던 일이 있다.
화이바에 총까지 메고 불편한 복장으로 소리를 지르며 계속 달려야 했다.
지구력이 약해 오래 달리기에 취약했던 나는 당시 이등병이었음에도 가장 먼저 낙오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이지만 원래 이등병 때는 자기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하기 마련인데 숨찰 때 오는 공포감까지 가지고 있던 터라 제일 먼저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서 가슴이 터질 거 같아도 멈추면 안 된다는 그 공포심이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다 결국 잡혔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런데이를 통해 20년 만에 달리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달리기는 숨찬 운동이 아니다. 그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게 중요할 뿐이다.
올바른 자세와 호흡을 유지하며 달리다 보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뿐이 아니다. 러닝을 위해 저녁도 일찍 먹게 되고 잠도 더 푹 자게 되는 것 같다.
달리기로 체력 증진과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거기에 덤으로 동네 탐방까지 할 수 있으니 어떻게 안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스스로 쇠뇌하며 먹고 쉬고 놀고 싶은 본능과 싸우며 오늘도 운동화를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