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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Feb 18. 2024

달리면서 동네 탐방하기

3월 9일 코리아오픈레이스 10km 코스에 신청했다.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10월 14일 첫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4개월이 지났다.

꾸준히 달린다고 노력했지만 12월, 1월은 춥고 바빠서 몇 번밖에 뛰지 못했다.

사실 5분만 지나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기 때문에 영하의 날씨만 아니면 뛰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이제 슬슬 달리기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 10km를 완주하고 하반기에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세웠다.(방금 이 글을 쓰면서..)


달리기가 그저 즐겁기만 한건 아니다.

집에서 TV 보면서 야식이나 먹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운동에 중독된 것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난 기본적으로 힘든 게 싫다.

그나마 달리기는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힘듦이  계속 이어진다. 격렬한 몸싸움이나 치열한 승부는 없다. 

힘들 땐 언제든 내 마음대로 속도를 조절하기만 하면 된다.

런데이가 계속 강조하는 것도 옆사람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빠르지 않게 가볍게 뛰라는 것이다. 이렇게 뛰어서 무슨 운동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페이스를 오버해서 뛰면 운동 효과가 확 줄어든다며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그래서 다른 운동보다는 큰 저항 없이 계속 시도할 수 있는 것 같다.




달리기를 하면서 동네 구석구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30회 이상 러닝을 했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코스로 달려본 적이 없다. 

일단 나가서 마음 끌리는 방향으로 달린다. 물론 중복은 되지만 코스가 같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하고 반복적인 달리기가 혹여 지루해질까 봐 조심하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다행히 계속 개발 중인 동네라 아파트도 건설 중이고 새롭게 오픈하는 가게들도 많아 볼거리가 다양하다.

새로 오픈한 식당은 주말에 가족들과 찾아가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동네에 고등학교가 없어서 그런지 담배 피우는 일진들도 없고 아직 유흥업소가 없어 술 취한 아저씨들도 없다. 밤에도 혼자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달리기에 최적화된 동네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거리를 간다.

평소엔 버스로 2 정거장을 가야 하는 곳도 달려서 가니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30분 달리기만 해도 지하철 역 1개 정도는 충분히 왕복한다. 

또는 아파트 단지를 10개 정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주변 동네까지 탐방이 가능하다.

산책로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고 상업지역에서 먹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머리가 복잡해서 조용히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는 하천을 따라 혼자서 고요히 뚝방길을 달린다.




군대에서 중대원 전체가 얼차려로 연병장을 뛰었던 일이 있다. 

화이바에 총까지 메고 불편한 복장으로 소리를 지르며 계속 달려야 했다.

지구력이 약해 오래 달리기에 취약했던 나는 당시 이등병이었음에도 가장 먼저 낙오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이지만 원래 이등병 때는 자기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하기 마련인데 숨찰 때 오는 공포감까지 가지고 있던 터라 제일 먼저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서 가슴이 터질 거 같아도 멈추면 안 된다는 그 공포심이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다 결국 잡혔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런데이를 통해 20년 만에 달리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달리기는 숨찬 운동이 아니다. 그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게 중요할 뿐이다.     




올바른 자세와 호흡을 유지하며 달리다 보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뿐이 아니다. 러닝을 위해 저녁도 일찍 먹게 되고 잠도 더 푹 자게 되는 것 같다. 

달리기로 체력 증진과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거기에 덤으로 동네 탐방까지 할 수 있으니 어떻게 안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스스로 쇠뇌하며 먹고 쉬고 놀고 싶은 본능과 싸우며 오늘도 운동화를 신는다.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이 다음 지하철역인데 놀랍게도 10분만 달려가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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