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혼자서 오래 들여다볼수록 위험하다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자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가 49세를 일기로 사망하기 2년 전인 1914년 발표한 소설이다. 주인공 시점으로 대학생인 내가 염세적이고 고독해 보이는 선생님을 만나는 선생님과 나, 병에 걸린 아버지로 인해 고향에 돌아가는 부모님과 나, 선생님이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선생님과 유서의 총 세편으로 구성되어 나약한 인간의 삶과 불안한 내면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섬세하고 예리하게 표현했다. 선생님의 과거가 궁금해서 하룻밤만에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 있지만 아름답고 수려한 문장들이 많이서 다시 천천히 한번 더 곱씹으며 읽었다.
실질적인 삶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주인공이 보기에 선생님은 지식인이지만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번뇌로부터 초연한 듯 살아가는 것이 마치 반야에 이른 것처럼 보였겠고, 이 때문에 선생님에게 끌린 것으로 보인다. 선생님도 그것을 알고 나에게 속내를 비추지 않았는데, 사실 자신은 자기혐오에 빠져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 고독하고 불쌍한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의 유전적 기질과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십 대에 부모님을 연달아 여의고 믿고 의지한 작은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빼앗긴 선생님과 친부모와 양부모로부터 의사가 되라는 압박을 받고 성장한 K는 불안정한 양육환경에서 비롯된 불완전한 자아존중감을 갖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선생님은 그나마 남은 것마저 빼앗길까 봐 과도하게 예민하여 자기표현에 소심해지고 쉽게 열등감을 느끼고, 경제적 여유가 없던 K는 지나치게 견고한 이상적인 자기상을 설정한 후 스스로를 학대하듯 살아낸다. 자신과 비슷한 심리적 외상을 공유하던 K에게 끌린 선생님은, 자신이 하숙집에서 아주머니와 아가씨를 통해 얻은 안정감을 K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 K를 집에 들인다. 감정을 지각하지만 제대로 해석하지도 못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지도 못하여 피상적인 대화만 하던 이들은 본의 아니게 서로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고, 감당하지 못한 감정들을 홀로 어찌할지 몰라 고독하게 괴로워하다가 삶을 포기해 버린다.
성숙한 성인은 자신이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 감정을 잘 다루고 분열되지 않은 하나의 나로 통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진솔하게 자신의 결함을 수용하고 인정하는데서 시작되는데, 자기 기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자기 혐오감에 빠지게 된다. 현실적이지 않은 완고하고 높은 자기 기준은 나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을 때 형성된다. 나의 고통을 수용하고 타인과 공유할 때, 사실은 보편적인 감정이었다는 것을 알고, 신뢰하는 타인과 공감 경험을 통해 해소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자기상을 형성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은 결국 세상을 살아내는 불쌍하고 취약한 인간일 뿐이고, 이상적이고 완전한 사람은 없음을 인정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은 이상도 완전무결한 자아실현도 아닌, 나와 현실적으로 엮인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이며, 함께 현실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소소한 일들을 서로 축하하고 함께 슬퍼하는 감정 경험에 있다. 자아는 단독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다. 내 내면만 들여다볼수록 그 안은 텅 비어있어 고독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