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떠나보내며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이별이 있으면 또 새로운 만남이 있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팀을 이뤄서 일을 하다가, 또 헤어지고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이번에도 직원 한 분을 보내드리고, 새로운 분을 모시게 되었다. 인수인계를 그들끼리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이라면 이별을 잘해야 한다고.
원래 근무기간은 2월 말 까지였지만, 후임자가 제대로 뽑히지 않았다. 부탁을 해서 3월 중에 후임자가 뽑히게 되면 인수인계를 3일 정도 해달라고 했다. 사실 급여에 포함해 주는 건 당연한 거고, 굳이 근무기간이 끝났는데 인수인계를 위해서 나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해주니 참 감사할 따름이다.
이직이든, 개인사정으로 그만 두든지 간에 회사와의 이별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왔던 일이 또 다른 누군가가 하게 될 텐데 최소한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인수인계서를 쓰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고 그것이 곧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내가 그 후임자라면? 그 막막하고 먹먹한 상태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마음을 우리 누군가는 경험해 봤을 것이다. 최소한, 나는 경험해 봤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핵심 인력들이 갑자기 퇴직하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사람들이 마구마구 나가기 시작했고, 불안한 사람들도 이직하기 시작했다. 나는 버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사발령이 나면서 다른 부서로 옮겨졌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자발적으로 일이라는 걸 하게 된 때가. 재무에 대한 부분이 모르겠으면 재무팀에 무작정 찾아가 알려달라고 했다. 거래처에서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 알려달라고 미팅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누구 하나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에 나는 타 부서 사람들과도 친해졌고, 나 스스로도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굳이 그 모든 것을 직접 부딪치면서 해야만 했을까? 전임자가 인수인계만 해줬더라도 내 업무의 최소 30% 이상은 안 겪어도 될 일을 겪은 셈이다. 즉, 시간이 그만큼 더 들어갔다는 거겠지.
나는 이번에 이별하게 되는 그 직원을 보면서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떠날 때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그 3일 인수인계받았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냐마는, 그래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이별을 잘하자.
그것이 꼭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디서든 언젠가는 다 보상받게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