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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로 Jun 05. 2023

디테일은 위축을 만든다

리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다.

디테일은 위축하게 만든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상사,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사가 직접 업무의 디테일을 챙기다 보니 직원 입장에서는 돌을 하나라도 더 두드리고 건너야 한다. 더 많은 준비와 더 많은 적극성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업무에 대한 스킬이 늘어나고, 업계에 대한 시황이 빠삭해지면서 업무의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 아주 좋은 선순환 구조이다. 특히나 리더의 성향에 아주 많이 휘둘리는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기에 참 좋은 환경이다. 


다만, 나는 요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위축'이라는 단어이다.

나의 상사는 개인의 업무적 성장을 추구한다 하면서 업무의 디테일을 많이 강조하신다. 현장도 직접 많이 나가셔서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많이 들으시고, 의사결정도 호탕하게 내려주신다. 일을 질질 끄는걸 아주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런 부분이 상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게 말하면 업무의 디테일이지만 실상은 위축하게 만드는 상사라는 것이다.


내가 위축되는 이유는 업무를 디테일하게 챙기라고 하면서 거래처에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조차 물어보고 피드백을 한다는 점이다. 즉, 말 한마디 꺼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매주 대표님께 보고하는 주간보고 시간이 있는데, 나는 이 시간이 가장 위축되는 시간이다. 즉, 대표님 보고가 끝난 후 상사는 나를 불러 이야기한다. 그건 그렇게 말하면 안됐고, 이건 이렇게 이야기했어야지 등등. 


한 번은 상사가 개인사정이 생기셔서 불참했을 때 대표님 보고를 들어간 적이 있다. 나는 어느 때보다도 편하고 자신 있게 보고를 진행했다. 잘했는지 잘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표님의 코멘트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특히나 디테일을 챙긴다는 리더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디테일은 직원들이 챙기게 해 주시고, 굵직하고 큰 의사결정들을 내려주시고 책임져주시면 됩니다라고. 그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에, 아니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코치코치 물어보고 코멘트 달고 하는 걸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말투 하나하나, 말씨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챙기다 보면 큰 숲을 보지 못하는 우려가 된다.


리더는 꼭 '위축'이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직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디테일과 자율성 사이 그 어딘가의 위치를 잘 찾는 그런 팀장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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