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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Jan 23. 2023

와인과 요우짠즈

닝보(宁波) 지역연구 1일차 (2)

동서양의 조화, 닝보 구러우(鼓楼)


난탕라오졔를 나와 구러우(鼓楼)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 내리니 아주 특이한 건물 하나가 우리를 맞아준다. 처마 끝이 불쑥 올라와 있는 동양식 건물 중앙에 삐죽 시계탑이 올라와 있는 건물. 이게 바로 닝보의 구러우다. 


닝보의 구러우는 당나라 때 만들어졌는데, 1855년 청나라 때 지금의 모습으로 개조되었고 실제로 중앙에 있는 시계탑은 지금도 작동한다고 한다. 동서양의 조화라고 볼 수 있긴 한데, 내 눈에는 좀 이질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중앙에 있는 문을 따라 들어가면 상점가가 이어져있다고 하는데 들어가보진 않았다.




고즈넉한 위에후공원(月湖公园)


구러우에서 도보로 근처에 있는 위에후공원(月湖公园)으로 향했다. 공원 자체는 무척 고즈넉했는데, 날이 흐려서 아쉽게도 풍경이 좋진 않았다. 위에후공원은 당나라 때 형성된 호수인 월호(月湖)에 조성된 공원이며, 북송, 남송 대를 지나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호수의 넓은 곳은 보름달, 좁은 곳은 초승달처럼 보인다고 하여 달 월자를 써서 월호공원이 되었다고 한다. 


공원은 여느 강남의 공원과 비슷하게 녹음과 다리, 호수 중심의 작은 섬, 정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규모는 꽤 커서 날이 맑았다면 둘러볼만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흐리고 습해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상하이보다 빠르다고요, 라오와이탄(老外滩)


위에후 공원을 간단히 돌아보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도착한 곳은 라오와이탄(老外滩). 상하이 와이탄보다 20년이나 먼저 조성된 곳이라고 하여 '라오(老)'자를 붙여 라오와이탄이라 부른다는 곳이다. 난징조약에 따른 중국 다섯 항구 도시의 개항 중 닝보가 가장 빠른 곳인 줄은 몰랐어서 신기했다.



항저우에 씬씨후(新西湖), 상하이에 신톈디(新天地)가 있다면 닝보에는 라오와이탄이 있다고 하는데, 라오와이탄이 상하이의 와이탄이 아니라 신톈디와 비교대조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이곳 와이탄은 상하이의 만국 건축 박람회 느낌이 아니라 신톈디 같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유흥 거리에 가까운 듯했다. 나와 일행도 간단히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에 들어가 소시지와 맥주를 마셨다.

  


사실 강변으로 나가기 전 라오와이탄 거리를 거닐 땐 그저 아주 일반적인 유흥가의 느낌이어서 거리를 장식한 네온사인도 좀 과하고 촌스럽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닝보의 와이탄, 상하이보다 더 오래된 와이탄이라 하여 다소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긴 했다. 이곳 라오와이탄은 용강(甬江)과 위야오강(余姚江)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강변으로 좀 나가면 그나마 좀 상하이 와이탄 같은 느낌이 난다. 



개인적으로 라오와이탄에서 그나마 좀 좋았던 곳은 딱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성당, 닝보 천주교당(宁波天主教堂)이었다. 특별히 종교가 있지는 않은데, 이 천주교당의 건물이 '와이탄'이라는 이름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 마음속의 와이탄은 개항기에 만들어진 서양식 건축물들이 거리를 수놓은, 모-던한 느낌의 거리인데 이곳 와이탄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1872년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의 이 천주교당이 그나마 그런 느낌을 주었다. 




와인에 곁들인 요우짠즈 같았던 닝보의 밤


기대했던 라오와이탄에 다소 실망하고 강을 건너 숙소로 돌아왔다. 아쉬운 마음에 숙소 근처 톈이광장(天一广场)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닝보에 상하이의 모습을 기대한 것이 패인이었을까? 숙소에 돌아와 창 밖 야경을 보는데 배가 출출해져 왔다. 저녁이랍시고 먹었던 소시지가 부족했나 보다. 분명 화려하고 놀거리 가득한 거리를 구경하고 왔는데 어째 남는 게 없는 느낌이다. 낮에 산 요우짠즈에 호텔에서 준 와인을 곁들여 먹기로 했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기껏 놀고 와서 와인에 요우짠즈를 곁들여 먹다니. 호텔에서 스테이크 썰고 집에 돌아와 라면 끓여 먹는 꼴이 아닌가. 문득 와인으로 허세를 부리고는 있지만 속은 요우짠즈 같이 서민적인, 이 모습이 닝보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밖에 안 있었는데 너무 닝보를 우습게 보는 건가? 아마 소시지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을 제대로 받지 않아 클레임을 한 뒤에야 음식이 나왔던 것이 속상했나 보다. 됐다, 발 씻고 자자. 내일을 위해서!




[닝보 1일차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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