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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Jan 20. 2021

말(言)반성으로 시작하는 새해

2021년, 말 잘하는 팀장이 되자 

 2020년은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친 한해였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상이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가는 것을 경험하며 무기력감이 들기도 했고, 그 속에서도 어떻게든 일은 해야했기에 평상시의 화이팅보다 더 강한 강도로 내 자신을 격려하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휘몰아 치는 일들 속에서 분노까지 경험했었다. 그와 동시에, 이 와중에 일이 많은 것에 종종 감사하기까지 했으니.. 그 어느때보다도 진폭이 큰 감정의 파고에 이리저리 휩쓸렸던 2020년이었다. 


이 와중에 한켠으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불안감이 있었다. 나의 말(言)에 대한 걱정이었다. 

많은 프로젝트를 잘 쳐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빠른 추진이라는 명목으로 팀원들과의 대화가 일방적으로 흐른 경우가 많았다. 내 성에 차지 않는 생각과 행동들, 결과물들을 마주할때마다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뾰족한 언어들이 내뱉어졌으며, 얘기를 듣기 보다는 말하기에 바빴다.  머리속에 삐익 삐익 경고음이 울린적도 있었으나, 이런 상황이라면 이 정도는 괜찮아 라는 생각으로 경고음이 울릴 때마다 소리를 삼키기만 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1월 1일, 그간 괜시리 찔리는 구석이 있어 집어들기를 주저했던 책을 꺼냈다.  이기주 작가의 '언품 言品' . 

제목만 봐도 이 책은 '스피치 기술'에 대해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말의 진정성, 품격'에 대해 얘기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그간 꺼내기를 주저했던 책이다. 얼마나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두려워서. 


침 한번 꿀꺽 삼키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 미간을 찌뿌리며 읽었다. 속상하고 부끄럽고, 모두에게 죄송스러워서. 말(言)같지 않았던 나의 수많은 말들. 자신감 있게 내뱉었던 말들이지만 생각없던 말들이었고, 뚜렷하게 의견을 전달한다 생각했지만, 날카롭게만 느껴졌을 내 말 말 말들..


이미 흘러간 말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제 할 말들을 다듬을 수는 있다.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런 필요성을 인지하고 노력하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올해 내 말에 대한 결심을 세워본다.  이기주 작가의 '언품 言品'에서 나에게 가장 사무쳤던 부분 여섯가지다  


1. 말하기보다 듣기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2. 유연하게 대화 

때론 상대에게 부드럽게 맞춰라. 아깝다거나 손해본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절체 절명의 순간 그 유연함 덕분에 살수 있을 것이다. 


3. 대화의 과정을 즐겨라 

대화의 목적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는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스프린트 스피커가 아닌 마라토너 스피커가 되라 


4. 다언 (多言)은 실언 (失言) 

말의 양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언젠가 부작용이 나타난다. 


5. 삼사일언 (三思一言)

사람은 세번 생각한 다음 말하면 큰 화를 면한다 


6. 도전의 언어, 긍정의 언어 

기운은 말속에 '씨앗의 형태'로 있다가 후에 현실의 결실로 이어진다. 어디 한번 해볼까? 하는 순간 도전의식이 생긴다. 승부에서 이기거나 일이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그간 -특히 작년- 나는 '옳은 가이드를 빠르게 생각해서 빠르게 전달하는 팀장이 유능한 팀장이다' '일을 무조건 되게만 하면 된다.나머지는 후에 챙겨도 된다' '메시지만 확실하게 전달하면 된다. 톤은 부드러울 필요 없다' 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스피드, 추진력, 책임감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긍정적 영향력, 배려 라는 차원에서는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내가 어떤 팀장이 될 것인가 에 대해서는 아직 나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일을 되게 하고, 성공시키면 되는거 아냐' 싶다가도 '같이 일하고 싶은 팀장, 같이 으쌰으쌰 하는 팀장' 이 맞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갈팡질팡이다.  둘 다 잘 해내가는 팀장들도 많겠지만, 난 아직 요원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뭘 하던지간에 품격없던 내 말의 역사는 이제 좀 멈춰져야 할것 같다. 


1월이 시작한지 2주가 지났다.  위에 써놓은 여섯가지를 다이어리 맨 앞장에 써 놓고, 시간날때마다 들추고 있다.  되새기고 되새기며 말을 더 듣고 조금은 더 유연하게, 그리고 적게하려고 삼키려 노력하는 중이다.  신년 결심의 마법이 살아있는 기간 동안에라도 '이건 못해' 보다 '일단 해보자'를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철없는 팀장이 철좀 들어보려 노력중이다.  솔직히 내 타고난 성격과는 거리가 약간 있지만, 회사에서의 나는 진짜 나와는 조금은 달라야 하니깐.. 


올해는, 말 잘하는 팀장이 되어보자.  그거 하나라도 건지는 한해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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