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공, 쇼핑을 공장에서
대학생 시절, 비록 방학 때 2개월씩 잠깐 하는 일이었지만 국내 생산하는 의류 브랜드 제조 프로모션에서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지는 제조공장의 마진율이었습니다. 봉제공장의 인건비와 원부자재의 가격은 높아지는 반면, 브랜드사에서 요구하는 납품가는 계속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정말 좋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이끄는 제조공장이 아니라면 이처럼 변해가는 시장구조에 맞서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잘 나가는 브랜드의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것은 제조공장에게 매우 중요하며 확실한 비즈니스입니다. 주문량이 많아 일손이 부족한 사장님들께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이유를 여쭤보면 대부분 '이게 언제까지 갈지 몰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잘 나가던 브랜드가 몰락하거나 정체하는 경우는 주변에 너무나도 많습니다. 사장님들도 이런 현실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계시지만 지금 당장 돈이 되는 것에 집중하실 수밖에 없죠. 사실 너무 당연한 겁니다.
자체적으로 차별화된 생산방식 혹은 기술력으로 성장한 제조공장이 아닌 보통의 제조공장의 경우, 특정 브랜드와의 대량 납품을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드사는 좋은 제조공장을 찾고자 하며 그 제조공장이 다른 브랜드에 원부자재를 납품하거나 생산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브랜드사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제조공장은 자체 브랜드를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제조사 사장님들도 상품보다는 브랜드 또는 제조사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더 좋은 가격으로 더 좋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직접 온라인에 진출하기 위해 쇼핑몰을 만들거나 담당 직원을 채용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역시 제조와 마찬가지로 컨텐츠, 마케팅, 쇼핑몰 관리, 고객응대와 같이 기본적인 부분에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여 많은 제조사 사장님들이 브랜드나 쇼핑몰을 준비하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정리하게 됩니다.
품질에 자신이 없는 제조공장이라면 자체 상품을 판매하며 발생하는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품질에 자신 있는 제조사는 자신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굉장히 아쉬워하며 여러 방법을 강구합니다. 이러한 제조사는 적절한 도움만 있다면 충분히 소비자도 만족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과연 제조공장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제조공장이 큰 소요를 들이지 않고 기존에 하던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제조공장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며 자신들의 가치를 알릴 수 있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는 Win-Win 구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이 소비자 소비활동 전반에 끼친 영향 중 가장 큰 변화는 상품을 비교하는 것이 굉장히 자유로워졌다는 것입니다.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온라인에는 비교할 상품들이 차고 넘치며 자신이 원하는 상품은 어떤 방법으로든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반적인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원하는 '합리적인 소비'입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두드러지는 입지를 보이고 있는 제품들 중 '공장직영', '농장직영' 컨셉으로 판매하는 상품들이 많습니다. 소비자는 분명 '직영'이라는 단어에서 '유통과정이 생략된 합리적인 제품'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살림백서, 슈퍼워시, 브랜드리스 매트리스, 땡큐파머스 등 다양한 판매자들이 위와 같은 컨셉을 통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이미지를 주고 있으며 이는 해외에서도 'Brandless', 'Everlane' 등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쇼공은 온라인 인큐베이팅 스타트업 (주)몬코에서 시작했습니다. 몬코는 중소기업 제품을 온라인 유통 및 마케팅을 통해 성장시키는 비즈니스를 운영했습니다. 저 역시 (주)몬코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맡으며 중소기업이 온라인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 업무 전반을 책임졌고 이러한 온라인 활동을 위한 컨텐츠, 고객응대 등 기본적인 부분까지 관리하였습니다. 또한, 중소기업 인큐베이팅을 진행했었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 진입을 위해 제조사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지, 어떤 부분을 우리가 해결해줄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조공장은 생산에 집중하고 쇼공은 그 상품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방법에 집중하여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합리적인 공장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마치 제조공장이 항상 상품을 제조해왔던 것처럼 컨텐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쇼공이 항상 해왔던 일입니다. 쇼공은 단순한 중개 플랫폼이 아닌 공장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매체가 되고자 합니다. 공장 직거래 시장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공장과 소비자 사이를 매꿔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 역할은 쇼공이 채울 수 있으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쇼공 매거진'을 통해 쇼공, 제조공장, 소비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쇼공 서포터즈'를 통해 제조공장과 소비자를 소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쇼공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실제 유통사를 거쳐 판매되는 제품과 같은 원단, 자재를 사용함에도 최소 15% ~ 최대 40% 까지 저렴합니다. 이렇게 판매를 하더라도 기존 브랜드사에 납품하던 방식에 비해 제조공장의 마진은 높습니다. 판매하는 자는 더 비싸게 팔 수 있고 구매하는 자는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부분은 가장 강력한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