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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l 17. 2023

첫 개발 프로젝트, 유튜브 콘텐츠도 이렇게 못 만들겠다

놀랍게도 모두 실화임

    나는 5월부터 부트캠프를 수강했고 7월이 되면서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애초에 나는 부트캠프의 목적이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열정이 가득했고 의지력 역시 최고조였다. 노마드 코더에서 10주 스터디를 진행하고 친구들끼리 가벼운 프로젝트도 진행했으며 또한 나름 혼자 공부를 조금 했었기 때문에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각 조에서 사람들이 6명씩 배정되고 나는 내가 잘 이끌어 보겠다는 심산으로 팀장까지 맡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잘되도 내 손으로 잘되고 망해도 내 손으로 망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한편으로는, 우리 팀의 개발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너무 나서는 게 아닐까 걱정도 많이 되었다. 하지만, 그냥 부딪혀보자는 생각에 냅다 팀장 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논의를 하자고 내가 포문을 열고 약속 시간에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한 분이 오지 않으셨다. 알고 보니 이미 부트캠프를 포기하셨는데 팀에 배정된 것이었다. 뭐 그래도 5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이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모두가 프런트를 지망했다. 이 부분도 예상한 범위였다. 애초에 부트캠프 프로그램이 프론트에 맞춰져서 모두가 프론트만을 지망했다.  그중에서 한 분이 다행히도 백엔드를 하시겠다고 나서주셨고 나는 하루 동안 꼬박 고민을 하다가 백엔드 쪽도 배우면 웹 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백 혼자 맡다가는 개발이 너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백으로 전향했다.


    다행히도 프론트 쪽에 퍼블리셔 3년 차인 분이 계셔서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프론트 했으면 저분에게 많이 배울 텐데라는 아쉬움도 컸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개발에 대해서는 어차피 힘들게 예상되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지만 생각보다 팀 관리 측면에서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프론트 한 분이 6개월 정도 공부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피그마, 트렐로 등등 추가적인 협업툴과 디자인툴을 쓰자고 말씀하셔서 잠재우기가 조금 어려웠다. 물론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지만 다들 개발을 겨우 7주 배운 사람들 앞에서 처음 사용할 다른 툴을 사용하자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3년 차의 퍼블리셔도 계신 마당에 뭘 써봤냐고 묻는 것도 괜히 내가 마음이 내심 불편했다. 그리고 이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기획으로 넘어갔고 첫 고비가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기획을 해본 사람이 없다 보니 맥락 없는 논의가 계속되었다. 이거 어때요? 저거 어때요? 대학교에 그래도 마케팅 프로젝트를 여럿 해본 경험이 나에게 일러주기를 이러다간 영원히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아이템의 근거와 우리의 개발 수준을 고려하며 이야기를 하면 좋겠는데 어찌 보면 구름에 떠있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2주밖에 안 되는 시간에 많은 것을 구현하지 못할 뿐더러 개발 실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서비스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듣다가 한 번은 논의를 좁혀가자고 말했고 이래도 논의가 좁혀지지 않자 나는 그냥 내 아이템을 하자고 종결시켰다. 온라인 서점에 소셜 기능을 더하는 방식이었고 구매 내역을 통해서 거주지와 구매 목록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북클럽에 참여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북클럽을 통해서 사람들은 좀 더 책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깊어지고 이를 다시 책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자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3시간 정도 되는 시간 논의를 했는데 끝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처음 백엔드를 맡고 사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노마드코더에서 배웠던 것처럼 router와 controller를 만들어서 스켈레톤 코드를 작성했다. mongo DB를 연결하고 같이 백엔드를 하는 분이 뭐해야 하는지 물어보셔서 나도 잘 모르지만 스키마를 짜달라고 부탁드렸다. 근데 여기서 내가 말을 좀 구체적으로 안 하고 데이터 모델링을 해달라고 했는데 매우 고민을 하셨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스텔레톤 코드를 공유하려고 팀 프로젝트 디스코드 서버를 들어가니 새벽에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다. 같이 백엔드를 하던 분이 중도 하차를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3명의 프론트 1명의 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을 간다던 한 분은 연락이 닿지 않더니 그날 저녁 하차를 선언했다. 2일 만에 팀원이 반으로 줄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3일 차 아침 스크럼에 우리 팀은 모두 마음이 심란했다. 다른 팀은 6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절반의 인원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에 무슨 역경이 있어도 내 갈 길 간다여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퍼블리셔분이 이렇게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주셨다. 사실 지금 돌아보니 아무 생각 없었으면 안 됐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한참 팀원들과 논의를 하고 운영진과 논의를 하고 끝끝내 우리는 3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다른 팀에 합류하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그냥 하기로 한 이유는 3명으로 하면 각자 맡는 양이 많아져서 힘들어도 우리 것을 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아무래도 다른 팀에 지금 가게 되면 눈치도 보이고 주도권 없이 하게 되는 게 조금 불편했다. 두 번째로 코치님을 개인 과외처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크게 메리트를 느꼈다. 내가 듣는 부트캠프는 강의 퀄리티가 그다지이었기 때문에 코치님에게 모르는 부분을 바로바로 물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했고 오히려 이 것이 기회라고 느껴졌다. 이런 메리트를 따져봤지만 나는 솔직히 마지막까지 뭐가 나은 선택지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3명에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컸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더 겁이 났다. 만약 내가 개발을 좀 했다면 내가 캐리 한다 생각하고 했을 텐데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팀원들이 선택하는 방향에 따라서 따라가겠다고 말했었고 팀원들은 3명에서 하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매우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숨기며 그렇게 하자고 동조했다.


    하지만, 이 것은 역경의 시작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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