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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n 08. 2024

생각하지 않는 연습

이제는 비워버리기로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길게 늘어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생각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했던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이따금씩 생각 저 편으로 빠지곤 했고 때로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생각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생각을 멈추는 것을 잊어버린 듯했다. 멍을 때린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생각이 많으면 불안에 빠지기 쉽다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고 대학생 시절 지독하게도 불안했던 시기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는 무언가 답을 찾아야 하지만 어떤 답도 생각 안나는 상황에서 불안했고 그 불안때문에 어떤 일도 못할 정도로 조금 심각했던 것 같다. 스스로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네이며 어렵사리 나를 끌고 가고 있었던 내 모습이 이 글을 쓰는 순간 그려진다. 지금은 그때처럼 심하게 불안을 겪지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할때면 할 수 있다는 말을 혼자서 육성으로 내뱉곤 한다. 


그 짧은 영상을 보고 나는 그동안에 나에게 절대 선처럼 느껴졌던 계속 생각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이따금씩 들었던 비워야 된다는 말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각을 계속한 들 답을 찾지 못했던 지난날들을 회고하고 나니 굳이 그렇게 애써 생각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다. 


최근 출근길에 우연찮게 달과 6펜스가 눈에 들어와 출근하면서 다시 읽게 되었다. 예전 여자친구가 자기를 알려면 이 책을 읽어보라며 준 책이었다. 그 당시 너무 좋아했던 탓에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고 여자친구는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본인의 예술을 찾아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인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나는 왜 그 책을 읽으라고 나에게 준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2~3년이 지난 뒤에 나는 그 짧은 시간들을 못내 아쉬워하며 그리워했던 시기를 보냈다. 


오늘 다시 책을 펼쳐 읽어가던 중 작가에 대해 궁금해서 서머싯 몸에 대해 찾아보았다. 그에 대한 설명 중 내 눈에 들어보는 부분이 있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비로소 그녀가 왜 그 책을 나에게 건네주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날 정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에게 겁을 주던 기억과 조용한 방 안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일들이 기억 저 편에서 떠올랐다. 이제 깨달았지만 그녀는 차마 본인이 먼저 이야기 하기전에 책을 주며 내가 먼저 알아주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 당시 애써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머리 아파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이제는 우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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